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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종 고양이에게 한여름은 견디기 힘든 계절입니다. 사시사철 털코트를 입고 지내는 셈이니
얼마나 덥겠어요. 스밀라도 조금이라도 시원한 곳을 찾아 온 집안을 돌아다니지만,
시원한 명당자리를 찾는다고 해도 후끈하고 찐독한 공기까지 없앨 수는 없으니
얼굴에 짜증이 한껏 담겨있는 듯합니다.
주로 창문에서 바람이 들어오는 제 방문 앞에 있거나, 베란다 타일 위에 널부러진 모습을 보는데
스밀라가 신부전 진단을 받은 뒤로는, 더위에 지친 모습이 발견되면 혹시 아파서 그런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하게 됩니다. 딱 작년 이맘때 병이 발견되었고, 그때도 구석진 곳을 찾아다니며 가만히
누워있는 모습에 '올해는 유독 더위를 타네' 하고 착각했으니까요.
얼린 페트병을 수건에 싸서 옆에 놓아주어도 잠깐 있다 도망가고, 선풍기 바람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긴 털이라도 잘라주면 시원할 거 같은데, 동물병원에서 미용을 시키려면 마취를 하는 게 싫었습니다.
건강한 몸도 아닌데 마취까지 하는 게 고양이에게 좋을 게 없다 싶고...애견미용에 쓰는 바리깡을 쓰자니
소리가 꽤 크다 해서 고민이었어요. 고양이는 헤어드라이기 소리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동물이니...
최대한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저 털을 어떻게 처리할 수 없을까. 가위로 직접 잘라주자니
쥐 뜯어먹은 몰골로 만들 게 확실해서 엄두가 안 났습니다.
그래서 나름 절충안을 생각한 게 부분미용입니다. 고양이가 타일 바닥에 배를 대고 있는 것도 타일 바닥의
냉기를 느끼고 싶어서 그럴 테니까, 바닥과 바로 닿는 털 부분이 없으면 조금이라도 더 시원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등 부분은 자신이 없어서 그냥 두었고요. 가슴 아래부터 배까지 전체를 잘라주었습니다.
고양이의 피부는 얇고 부드러워서, 털을 자르려고 잡아당기면 쭉 늘어납니다. 자칫 잘못하면 털과 함께
늘어난 살까지도 자를 우려가 있어서, 털은 너무 짧게 자르지 않고 어느 정도 여분을 주었어요.
털을 바짝 자르지 않아서 길이도 제각각이라 모양도 쥐 뜯어먹은 것 같고, 부분미용이라기엔 허접하지만
조금은 더위를 덜 수 있을 것 같아요. 바닥 냉기를 잘 느낄 수 있을 테니까...
털을 깎고 스밀라의 반응을 보니 '흠..뭐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네.' 하는 눈빛입니다.
그래도 더워서 잘 안 올라가던 이불에도 올라가는 걸 보니, 조금이라도 시원해져서 그런 것이길 바라요.
스밀라가 그윽한 눈으로 꿈뻑 '고양이 인사'를 날려 주니, 어설픈 부분미용 실력이지만 용기가 납니다.
내친 김에 숱 치는 미용가위도 주문했답니다. 다음엔 좀 더 가벼워진 스밀라의 털옷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스밀라가 '입추도 지났는데, 이제야 미용을 해주는 거냐!' 하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작년을 생각하면
아마 더위가 9월 말까지는 갈 것 같으니... 그때까지 스밀라도 저도 더위먹지 않고 잘 버텼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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