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무리 중에는 유독 약한 녀석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중 몇몇은 주어진 삶을 다 살아내지 못하고
세상과 이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겹게 숨을 이어가는 어린 고양이도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귀한 아기에게 아명을 붙이듯 오래 살라고, '개똥이' 대신 '고양이똥', 줄여서
'고똥이'라고 이름 지어준 길고양이도 그런 경우입니다.
고똥이 때문에 고양이 은신처에 들를 때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피골이 상접했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실감할 수 있을 만큼 비쩍 말랐으니까요.
지금까지 만난 아기 길고양이들 중에서도 상태가 좋지 않은 축에 속합니다.
바로 옆자리 억울냥과 비교해보면 고똥이의 허약체질이 더욱 눈에 두드러집니다.
먼저 태어난 아기냥들과의 기싸움에 밀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인지...
이곳에 주기적으로 밥을 주시는 어르신께도 고똥이에 대해 말씀을 드렸으니 좀 더
챙겨주실 것 같긴 하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은신처를 찾아갈 때면
고똥이 앞에만 캔을 따로 덜어줍니다. 자주 먹지는 못해도 조금이라도 영양보충 되라고...
그래도 조금 희망이 보이는 것이, 주는 음식은 와구와구 잘 먹는 걸 보면 식욕은 없지 않습니다.
덩치 큰 어른들이 캔사료에 관심을 갖고 고개를 디밀면, 얼른 한입 물고 다른 곳으로 도망가 먹는
날랜 면모도 있습니다.
아직은 이 시기를 어떻게 버텨낼지 불안하지만, 고똥이에게도 노랑둥이 아줌마처럼 통통하고 예쁜
어른 고양이가 될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내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고똥이를 응원합니다. 기댈 곳이 아무 곳도 없다 느껴질 때, 힘없는 몸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가장 큰 힘은 '삶에 대한 의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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