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매점 앞을 지나면서 혹시 고양이가 있을까 기웃거려본다. 멀리 삼색 고양이의 엉덩이가 보인다. 얼마 전에 새끼와 함께 아름다운가게 사무실 근처에 누워 있던 어미 고양이다. 에웅에웅, 고양이 울음소리도 들린다. 가까이 가 보니 삼색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아니었다. 뭔가 열심히 주워먹고 있어서 울 겨를도 없어 보였다. 플라스틱 통에는 참치나 소시지가 아닌, 고양이 사료가 담겨 있다. 매점 아주머니께 "사료를 사서 주시는 거예요?" 하고 여쭤 보니, 자주 오는 고양이들 주라고 누가 사료를 맡기고 갔단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끼들을 살갑게 챙기던 어미 고양이가 요즘은 쌀쌀맞게 군다고 한다. 제 먹을 것만 챙기니 이상하다고. 새끼들이 다 자랐으니 정을 떼려나 보죠, 애매한 답을 하고 다시 울음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본다. 담 속에 고양이 알람시계가 내장된 것처럼, 하염없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어미를 닮아 낮고 굵은 목소리다.
새끼 고양이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삼색 고양이가 열심히 밥을 먹는 담 바로 너머에. 새끼는 잡동사니가 쌓인 좁은 통로에 앉아 있다가, 머리만 빙글 뒤로 젖혀 나를 올려다본다. 어찌나 서럽게 큰 목소리로 우는지, 처음엔 몸이 끼어서 못 나오는 건가, 그래서 구해달라는 소린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를 다시 고쳐앉는 걸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것 같지만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어미 고양이는 새끼가 울건 말건 '어디서 뉘집 개가 짖나' 하는 식으로 앉아 있다가, 어디론가 스르륵 사라져버렸다. 아마도 어미 고양이는 더 이상 새끼를 돌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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