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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하는 날은 걱정부터 앞섭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빨리 끝나야 할 텐데...
평소에는 스스로 욕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가 꼬리 두 번 치고 나가기도 하는 스밀라지만
아기욕조며 샴푸며 다 챙겨놓고 데려오니 불현듯 불길한 예감이 드는지 발버둥치며
문밖으로 나가려고 해서, 잽싸게 문을 닫고 어머니와 함께 2인 1조로 씻깁니다.
목욕하는 과정은 한번도 찍어준 적 없어서 언제 한번 사진으로 남기고도 싶었는데,
한번 욕실로 들어가면 사진이고 뭐고... 스밀라도 저도 혼이 빠져서 엄두가 안 나네요.
추석맞이 새옷은 못해줘도 개운하게 목욕은 시켜야겠기에 씻기기는 했지만, 스밀라가
"이 사람들이 고양이 잡네~" 하고 애처롭게 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달래가며 씻기는 게
쉽지만은 않답니다. 소리가 커서 싫어하는 헤어드라이어로 물기 대충 말려주니
욕실에서 뻗대느라 힘을 다 썼는지 그만 지쳐버린 스밀라도 몸을 동그랗게 말고
쓰러집니다. 물기를 말린다곤 했지만 털이 길어 엉덩이 근처엔 습기가 좀 남았습니다.
어머니 가방을 베개 삼아 고개를 기대고 원망스런 얼굴로 쳐다보는 스밀라입니다.
'아이고 힘들다...' 원망스런 도끼눈을 계속 뜨고 있기도 지쳤는지 그만 눈을 감아버립니다.
급기야 '좌절 자세'로 팔을 들어 눈을 가리고 잠이 듭니다.
소리가 나면 가끔 실눈을 뜨고 팔 너머로 저를 흘끔 보긴 하지만, 자세를 풀지 않습니다.
추석맞이 목욕에 삐친 스밀라는 그렇게 한참을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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