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의 '일본 고양이 여행' 중에 담은 사진을 '폴라로이드 엽서'로 만들었습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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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누울 때 바닥에 뭔가 깔린 자리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고양이가 좋아하는 깔개에도
우선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이 갓 벗어놓은 옷을 좋아한다는 겁니다. 막 외출갔다 와서
갈아입으려고 벗어둔 옷, 집에서 며칠 입다 땀내가 나는 것 같아 빨려고 내놓은 옷은
어떻게 귀신같이 알고 와서 "이거 나 누우라고 깔아놓은 거지?" 하는 표정으로 눕습니다.
너무 편한 자세로 누워있어서 치우지도 못하고 한동안 그대로 놓아두는데요.
제 옷은 괜찮지만, 가끔 넘보지 말아야 할 곳을 넘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버지의 옷.
아버지가 스밀라를 좋아하시긴 하지만, 고양이 털이 옷이나 이불에 붙는 건 별로 안 좋아하시거든요.
근데 아버지가 목욕하느라 잠시 욕실에 들어간 사이, 벗어놓고 간 트레이닝복을 스밀라가 그만
접수해버렸습니다.
"스밀라 좋아?" 하고 물어보니 "응" 합니다. 참고로 고양이에게 대답을 듣고 싶다면,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수 있는 질문으로 물어보세요. 저희 집 고양이는 기분이 좋을 때 "응" 하고 짧게 울기 때문에
가능하답니다. 어떤 질문에도 "응"하고 대답하지만요.
하품도 시원하게 해 주시고... 어차피 아버지는 30분 뒤에나 욕실에서 나오실 거라서, 기왕 올라갔으니
그동안은 마음껏 놀고 있으라고 둡니다.
고양이가 옷 위로 자주 올라가는 건, 거기 밴 사람 냄새가 좋아서가 아닐까 합니다.
이 옷, 저 옷으로 옮겨다니며 가족들의 냄새를 몸으로 익히고, 오래 헤어졌다 돌아와도
얼굴이 아닌 냄새로 먼저 가족의 친밀함을 기억하는 고양이라면 말이죠.
고양이가 아무 데나 눕는 것이 아니라 옷 위에 즐겨 눕는다는 건, 널따란 이불 중에서도
유독 옷 위에만 몸을 누이고 있다는 점에서 증명이 됩니다.
아버지가 서서히 스밀라를 좋아하게 되셨듯, 스밀라도 어느새 아버지를 좋아하게 되었나 봅니다.
아니, 실은 아버지보다 먼저 좋아한 것이겠죠. 나 좋다는 사람을 특별히 미워할 수 없듯이
순수한 애정을 담아 나를 따르는 생명을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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