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마주치는 동물 중에서, 고양이처럼
담타기를 능수능란하게 해내는 동물이 또 있을까요?
열대지방에 사는 '도마뱀붙이'는 발바닥에 난 미세한 털과
벽면이 서로 맞붙을 때 생기는 '반데르발스의 힘'을 이용해서
담벼락은 물론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서도 척척 다닌다고 합니다만,
고양이 발바닥은 딱히 그런 묘한 털이 난 것 같지 않고,
매끈매끈하기만 하니...게다가 장모종의 발바닥 털은
오히려 착지 실패를 유도할 만큼 미끄덩거리게 만들죠.
그러니 길고양이 담타기 능력의 비밀은 역시
처음 뛰어오를 때의 도약력과, 억센 발톱이 고리 역할을
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90도의 수직 담도
평지를 딛듯 거침없이 올라갑니다.
누군가에게는 허물어져 가는 담벼락이지만,
이제 이곳은 길고양이만의 전망대가 되지요.
얼굴에 '꼬마찹쌀떡 세 알'을 붙이고 다니는
오늘의 주인공, 백비입니다. 어느새 개미마을에도
가을이 찾아와 들국화가 곳곳에 만발했네요. 매달, 매년
마을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눈에 띄지만, 들국화는
작년이고 재작년이고 어김없이 그 자리에 피어납니다.
길고양이도 그 풍경의 일부로 자연스레 스며들지요.
"아~한가롭게 가을을 즐겨보려 했더니, 도움을 안 주는구만..."
한참 앉아있던 백비는 귀찮아졌는지 슬그머니 자리를 옮기고 맙니다.
담벼락 길을 홀로 걷지만 쓸쓸하지 않을 거예요. 발바닥에
곰돌이 테디베어가 찰싹 달라붙어 지켜주고 있으니까요.
우유에 살짝 발을 담근 것처럼 테디베어도 젖소무늬예요.
이제 보니, 뭐든 세트로 맞춰 갖고 다니는 멋쟁이였네요.
흰 정장에 백구두처럼 너무 심한 '깔맞춤'은 부담스럽지만,
저런 정도라면 애교로 넘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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