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로이드 고양이] 102. 눈 뜨고, 귀 열고, 말하기
2010. 11. 1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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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로이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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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고 3년, 귀 막고 3년, 입 막고 3년.
옛날 시집살이하는 며느리가 그랬다지요?
요즘에는 그런 자세를 요구하는 집도 거의 없겠지만요.
맨 처음 저런 조각을 본 것은 한 헌책방에서였는데
그땐 원숭이 세 마리가 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답니다.
동남아 어딘가에서 만들었음직한 분위기의 조각이었죠.
몇 년의 세월이 흘러, 일본의 고양이 카페 앞에서
저 3인방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너희는 어디서 왔니? 물어보고 싶었지만,
겁에 질린 표정의 고양이 3인방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눈 가리고 3년, 귀 막고 3년, 입 막고 3년'의 자세는
약자로 취급받는 이들, 혹은 약자의 상황에 공감하는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취하는 방어 자세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나는 아무 힘이 없는데, 눈에 보이기는 하니 마음만 아프고
나는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데, 들으면 더 속만 쓰리고
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 말하자니 내 가슴만 답답해서
그렇게 안 보이고, 안 들리고, 말 못하는 것처럼
묵묵히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옛날 시집살이하는 며느리가 그랬다지요?
요즘에는 그런 자세를 요구하는 집도 거의 없겠지만요.
맨 처음 저런 조각을 본 것은 한 헌책방에서였는데
그땐 원숭이 세 마리가 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답니다.
동남아 어딘가에서 만들었음직한 분위기의 조각이었죠.
몇 년의 세월이 흘러, 일본의 고양이 카페 앞에서
저 3인방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너희는 어디서 왔니? 물어보고 싶었지만,
겁에 질린 표정의 고양이 3인방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눈 가리고 3년, 귀 막고 3년, 입 막고 3년'의 자세는
약자로 취급받는 이들, 혹은 약자의 상황에 공감하는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취하는 방어 자세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나는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데, 들으면 더 속만 쓰리고
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 말하자니 내 가슴만 답답해서
그렇게 안 보이고, 안 들리고, 말 못하는 것처럼
묵묵히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픈 것이 눈에 밟힐 때,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괴로운 소리가 들려도, 귀 막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말해야 할 상황에서, 누구든 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아파서 외면한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지켜봐 줄 사람은
정말로 아무도 남지 않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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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5 18:28
단지 시집살이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었군요..
음.
생각하고 갑니다.
2010.11.15 19:19 신고
오래 전 길고양이에 대해 어떤 분과 말씀을 나누다가 들었던 생각인데, 3인방 조각상을 사진 찾은 김에 정리해봅니다.
물론 보고 있으면 괴로울 때도 있지만...그래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만이라도
고양이에게 눈을 돌리지 않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요. 사실은 저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 비공개 덧글이나 이메일로 주소를 남겨주세요, 고양이 연하장을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2010.11.16 10:30
비밀댓글입니다
2010.11.15 18:52
마음이 짠해지는 글이네요.
잠시 머물렀다 갑니다.
2010.11.15 19:19 신고
틈틈이 흘러가는 생각을 '폴라로이드 고양이'에 정리하고 있습니다.
눈여겨 봐주시니 감사합니다(_ _)
2010.11.15 19:11
저도 왠지 조금은 찔끔한 면이...아니 조금 많이...
;들어서 힘든 이야기를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게 되고 귀를 막게 됩니다만 그런다고 그게
없어지는 것은 아니죠. 가슴이 아프다면 조금 더 대범하게 직접 마주대하는 것이 미약하나마 아픈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길이겠지요.
고양이만 그런게 아니겠지요. 고양이도 사람들도...조금 더 용감하고 조금더 성실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글입니다.
2010.11.15 19:30 신고
그만큼 우리가 사는 세상이 팍팍해서 더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쁜 이야기를 듣고 흐뭇해 하기도 하면서, 마음 아픈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준다면
서로 균형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0.11.15 19:41
가슴에 아로아로아로 새기겠습니다.
2010.11.15 20:43 신고
고양이에 대한 짧은 생각을 정리하는 코너라서 좀 두서가 없는데
제 마음이 제대로 전해졌을지 모르겠습니다.
2010.11.15 19:48
예전에 여행을 다니면서는 몰랐는데..
요즘에는 길거리의 동물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보니,
곳곳에서 많은 동물들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더군요. 중국에서도..유럽에서도..
2010.11.15 20:44 신고
네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보이는 풍경은 예전에 보던 것과는 많이 달라지더군요.
여행을 많이 하시니 세계의 동물들도 많이 만나시겠어요.
2010.11.15 21:53 신고
눈감고 귀막고 입막은 고양이 그게 그렇네요..
어린 조카한테 무서운 거 보면 얼른얼른 어른들에게 말하라고 가르치는데...
요즘 어른들은 대부분 못본체 하고 입막고 귀막고 사는게 더 많으니..
그 애들도 그렇게 되는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2010.11.16 09:20 신고
사람 사는 동안 어느 나라에서나 있는 일이라서 저렇게
조각으로도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어요.
2010.11.15 23:36
올해 생각만 해오던 캣맘일을 시작하면서
동네사람 몰래 해야하니 새벽에 일어 나기도 하고 여러번 쫓겨 다니기도하고
비는 또 왜 그렇게 많이 오는지 ...
그래도 찾아와 밥먹어 주는 모습을 보면 좋고
불안한 행복의 연장선이었지요
다른 분들은 대단하다 착하다 말을 하시지만
사실 마음 속으론 자꾸자꾸 더 미안해 져서 말이지요
부디 이 미안함을 좀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길 바래요
2010.11.16 09:25 신고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마음을 다치지 않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그래야 오래 길고양이와 인연을 맺을 수 있으니까요.
2010.11.16 01:04
요즘 모든것이 빨라지고 모두다 바빠 자신외에는 다른 사람들을 다른 동물들을 돌볼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고 말합니다.
참 슬프지요.
그래도 아직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시니,이런 좋은 분들이 지켜가는 더 좋은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2010.11.16 09:25 신고
사막장미님은 동물뿐 아니라 식물과도 소통하시니 대단합니다. 산세 이야기도 재밌었어요.
2010.11.16 10:28
저런 포즈가... 동남아에서도 시집살이가 있는 걸까? 했는데...
역시 사람 살아가는 것은 다들 비슷하구나...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2010.11.16 22:18 신고
아마 어디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시댁의 어려움은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저에게 비공개덧글로 주소랑 우편번호를 남겨주시면 12월에 고양이 연하장을 보내드리겠습니다^^
2010.11.17 13:57
비밀댓글입니다
2010.11.16 10:57
맞습니다.가슴이 아프고 시릴지언정..우리는 약하고 가녀린이의 편에 서야만 합니다~
힘내어서 무섭더라도 당당하게..두렵더라도 의연하게 그렇게 함께 나아갔음 합니다.
힘내셔요~화이팅!!
조각상에서 많은것을 배우네요..
2010.11.16 22:19 신고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마음 속으로 다짐해 봅니다. 그리고 고양사랑님도
비공개덧글로 주소랑 우편번호를 남겨주시면 12월에 고양이 연하장을 보내드리겠습니다^^
2010.11.18 15:42
사진이나 문구가 감성적이시네요^^
전 보통 개그로 치닫는데..;;;; 감수성이 매마른걸까요 ㅠㅠ
2010.11.19 22:48 신고
저는 개그 감각이 부족해서 글이 좀 딱딱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쿠쿠양님의 블로그를 볼 때마다 그 감각을 배우고 싶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