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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고양이 화장실을 기쁘게 치우는 이유

by 야옹서가 2011. 2. 13.


"벅벅벅벅~" 새벽 4시만 되면 거실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습니다. 스밀라가 화장실 갔다가 발판을 앞발로 긁는 소리인데요.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고양이가 알아서 깨워주니, 시골에서는 장닭이 새벽을 알린다지만, 이 집에서는  

고양이가 새벽을 알리는 셈입니다. 볼일을 다 마친 스밀라는 제 방문 앞에 와서 "앵~" 하고 우는데, 이건 

"냄새나니까 화장실 빨리 치워줘!" 내지는 "나 안 졸려. 놀아줘!" 둘 중 하나를 의미입니다.

새벽잠이 없는 아버지도 보통 4시 반쯤 아침을 드시기 때문에, 겸사겸사 눈을 뜨게 되지요.


고양이 화장실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보통 뚜껑 없는 평판형과 뚜껑 있는 것으로 나뉘는데,


스밀라는 처음에 평판형을 썼다가, 모래날림이 있어서 뚜껑 있는 것으로 바꾸었지요. 

뚜껑 있는 것으로 바꾸고 나서도 한동안은 뚜껑을 씌우지 않았었는데, 베란다에 방치했던 뚜껑을 다시 끼우고 나니

스밀라가 발판을 앞발로 벅벅 긁고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화장실 옆에 있던 물건이나 벽을 긁고 나오곤 했는데

'벽을 긁지 못하니 발판이라도 긁자' 하는 심리인가 봐요. 그래서 아침 고양이 알람도 시작된 것이지요.

그전에는 볼일을 봤는지 몰라 바로 못 치운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 발판 긁는 소리로 바로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밀라가 아프기 전에는 고양이 화장실을 치우는 게 번거로운 일과라고만 여겼는데, 신부전 진단을 받고나서는

스밀라가 대소변을 보고 나면 반가운 마음으로 치워주게 됩니다. 먼저 눈 대소변의 냄새가 남아있어 화장실에 가기

싫어할까봐 바로 치워줘야 하기도 하고, 눈  양은 얼마나 되는지 냄새는 적당한지, 매일 정기적으로 먹고 싸는지 확인해야 하니까요.


신장 기능이 약해질수록 소변 속의 노폐물을 걸러내는 게 어려워지고 고양이 오줌이 묽어지므로, 오줌 냄새도

건강할 때만큼 자극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 고양이에게 급성 신부전이 왔을 때 보통 물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먹고

소변량도 증가하므로 화장실 상태를  늘 주의 깊게 확인하는 게 고양이의 건강을 살피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가끔 혈뇨를 보는 고양이도 있다고 하는데, 스밀라는 아직 그런 경우가 없었지만, 모래 색깔이 너무 어둡지 않아야

오줌 색깔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양이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사람이든 고양이든 '제대로 먹고 싸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체감하게 되지요.

그리고 좀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스밀라가 화장실에 다녀오면 어머니와 제가 번갈아가며 "아이고, 스밀라 화장실 갔다 왔어?

잘했네" 하고 칭찬해 줍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오늘도 무사히 볼일 봤구나' 하는 안도감에 나오는 칭찬입니다. 


예전 제가 회사를 다니고 어머니도 직장생활을 하던 무렵, 퇴근 시간이 보통 오후 8시쯤 되었는데, 스밀라는

제가 온 다음에야 화장실을 가곤 했습니다.  꼭 자길 봐달라는 듯이 화장실을 가곤 했는데, 제가 왔을 때 볼일을 봐야

바로 알고 치워줘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때까지 꾹 참고 있었던가 싶기도 했어요.

뭐든 참아서 좋은 것은 없을 테니까... 생각해보면 집에 빨리 들어오지 못하는 게 미안했지요.
 

이젠 새벽에 벅벅 긁는 소리가 나도, 제때 먹고 싸는 일을 혼자서 할 수 있고, 스밀라의 건강도 아직은 버틸 만하다는

이야기이기에 기쁘게 받아들인답니다. 볼일을 다 본 스밀라는 화장실 위로 폴짝 뛰어올라가 저렇게 내려다보곤 하지요.

화장실 정상을 정복한 고양이처럼... 그 모습이 귀여워 또 사진을 찍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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