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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고마운 길고양이 은신처

by 야옹서가 2011. 3. 30.

 

인간세계에서는 그저 버려진 문짝에 지나지 않을 물건이, 길고양이 세계에서는 고마운 보호벽이 됩니다.

우리가 모르는 시간, 버려진 합판이 쌓인 고양이들의 뒷골목에서는 길고양이의 삶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뒤로 짝짝이 흰양말을 신은 길고양이 '짝짝이'도 버려진 문짝 뒤 은신처에서 가만히 휴식을 취합니다.

밀레니엄 고양이 일족이 번갈아가며 휴식을 취하는 쉼터입니다. 금세 몸을 숨길 수도 있고

반대편 구멍으로 달아날 수도 있어서 고양이들이 좋아합니다.


버려진 신문지 두루마리는 이미 나달나달해졌지만, 그래도 차가운 쇠파이프의 냉기를 막아주는 용도로는

아직까지 유용합니다. 앞발을 곱게 모으고, 아직 남은 꽃샘추위를 몰아내보는 노랑아줌마입니다. 



유독 길었던 올 겨울, 노랑아줌마도 살짝 감기에 걸렸다가 다행히도 회복을 했습니다.

콧물 흘려 코딱지가 진 콧잔등이 마음에 밟혔던, 늦겨울과 초봄의 언저리에 담긴 사진을

다시 한번 돌이켜봅니다. 쓸모없다고 버려진 합판과 문짝이 허술하나마 바람막이를 해주듯

길고양이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혼자 힘만으로는 미약하지만, 여럿이 모이면

든든한 보호벽이 되어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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