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를 하다가, 화장품 담았던 상자를 나중에 쓰려고 꺼내놓았는데 스밀라가 슬그머니 머리를 기댑니다.
이거야말로 딱 좋은 목침입니다. 이사한 지 일주일이 넘어서면서, 스밀라의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 듯해요.
낯선 곳이기는 하지만, 익숙한 가족들이 내 곁에 있습니다. 안심해도 된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솜방망이 손을 편안하게 내밀고, 목침 벤 자세로 누워있던 스밀라와 눈을 맞춥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한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 고양이가 아니지요. 고양이 마음은 움직이니까요.
제 방 문앞에 널브러져서는, 나가지 말라고 온몸으로 주장합니다.
급기야 발라당 애교로 마음을 빼앗아보려 노력하는 스밀라입니다. 애교를 부린들 부리지 않은들
사랑스럽지 않은 때가 없으니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되는데. 스밀라는 그런 마음을 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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