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순 아저씨와 함께 염탐에 나선 길고양이 꼬마. 아무래도 어른이 곁에 있어 그런지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사람과 눈이 마주치지 않았을 때에나 해당되는 말일까요? 저와 눈이 마주치자 금세
고개를 담 아래로 쑥 집어넣습니다.
귀끝까지 쏙 숨겨야 하는데... 아직 그것까지는 모르고 제 눈에 사람이 안 보이면 사람도 저를 못 보겠거니
생각하는 꼬마입니다. 제가 보거나 말거나 갈순 아저씨는 꼼짝않고 이쪽을 보고 있군요.
"어, 지금 나가도 괜찮은 거예요?" 하고 묻는 듯 꼬마도 다시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어 봅니다. 올라오는 듯 마는 듯
슬금슬금 머리를 위로 올리는 모습이, 꼭 해돋이 풍경 같네요. 바로 옆에 갈순 아저씨가 있어서인지 꼬마의 얼굴이
더욱 더 작아 보이는 효과가 납니다.
둘이 나란히 앉아 이쪽을 바라보는 모습이 마치 해와 달 같아요. 세상 빛을 본 지 오래된 갈순 아저씨는
무르익은 해의 빛깔을, 아직 어린 꼬마는 풋풋하고 새초롬한 달의 빛깔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어린지라 아명을 꼬마라고 부르고 있지만 달이라는 이름도 잘 어울립니다. 꼬마의 덩치가 지금보다 커져서
갈순 아저씨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때, 더 이상 꼬마라는 별명이 어울리지 않을 때쯤
살며시 '달이야' 하고 불러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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