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무리에서 다툼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대개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내며 엉겨붙기 마련인데
울산에서 만난 이 고양이들은 싸우는 모습이 사뭇 달랐습니다. 투닥투닥 앞발질 대신 말로만 싸우는 길고양이는
드물게 보네요. 한쪽이 입을 둥글게 모으고 상대방을 몰아붙이며 뭐라뭐라 야단을 칩니다.
입을 둥글게 모으고 "오오옹~" 하며 톤을 높여 울리는 울음소리가 사이렌소리처럼 요란합니다.
상대방의 꾸중에 한 마디 대꾸할 법도 한데, 카오스 고양이 쪽이 뭔가 크게 잘못했는지 대꾸도 하지 못하고
눈도 맞추지 못한 채 그저 꾸지람을 듣고만 있습니다. 사람이 다가오면 달아나는 것이 보통인데,
두 마리 고양이의 대치상태가 길어지다 보니 카오스 녀석도 쉽사리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지 않네요.
카오스가 힐끗 이쪽을 보며 구원요청을 해보지만 얼룩무늬 고양이는 미동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카오스를 혼내고 있습니다.
어쩔 줄 모르고 시선을 피하는 카오스의 난처한 표정이 압권입니다.
얼룩고양이의 사이렌소리를 듣다 못한 카오스 고양이가 담장 끝으로 줄행랑을 쳐 보지만, 어딜 도망가느냐는 듯
추적이 이어집니다. 아마도 오늘치의 야단을 다 맞기 전에는 한동안 더 혼쭐이 나야 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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