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사는 동안 잊지 못할 인연을 만납니다. 저에게는 2002년 7월 만난 ‘행운의 삼색 고양이’가 그랬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했지만 그때만 해도 집에서 함께 살 수 없었기에 길고양이를 따라다니게 되었고, 그렇게 만난 길고양이들과 함께한지 벌써 10년이 훌쩍 흘렀습니다. 이번에 펴내는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은 그 10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이 책은 원래 2007년 1월 펴낸 첫 번째 고양이책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갤리온)의 개정판으로 준비할 예정이었습니다. 2012년 타이완에서 번역 출간된 『작업실의 고양이』보다 첫 번째 책이 먼저 번역 제안을 받았지만 고사했던 것도, 사진에세이에 걸맞은 개정판을 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0년간 변화해 온 길고양이 동네 이야기를 담다 보니 아무래도 개정판으로는 한계가 있었지요. 결국 이번 책은 새로 쓰되, 길고양이의 삶을 기록하는 계기가 된 ‘행운의 삼색고양이’와 고비, 부비 이야기는 수정 보완하여 1부의 도입부에 싣는 것으로 정리했습니다.
이번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화단 고양이 10년간의 기록’에서는 첫 책에서 새끼고양이의 모습으로 잠시 등장했던 카오스 고양이가 어엿한 여장부로 자란 이후의 이야기가 중심입니다. 카오스 대장의 단짝 노랑아줌마, 홍차에 우유를 섞은 빛깔의 털옷이 아름다웠던 밀크티, 형제처럼 닮았던 고동이와 억울냥, 너무 야윈 탓에 늘 안쓰럽던 고똥이, 한쪽 눈이 먼 노묘 보름이까지 제겐 모두 소중한 인연들입니다. 지금은 다시 볼 수 없는 고양이들이 늘어났고 앞으로도 고양이 동네의 변화는 계속될 테지만, 그들의 기억이 희미해지지 않게 기록으로 남겨두려 합니다.
2부 ‘개미마을, 고양이 동네’에서는 2007년 2월 처음으로 들렀던 서울 홍제동 개미마을의 변화와 그곳 고양이들이 살아온 5년간을 담았습니다. 길고양이가 몸을 누이던 낡은 집이 헐리기도 하고, 재개발 찬반 구호로 뒤덮였던 담장이 알록달록한 벽화로 덮이면서 방문객이 급증하는 등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지만 길고양이는 말없이 마을을 지키고 있습니다.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재개발 지역에 사는 길고양이를 통해, 재개발로 생존을 위협받으면서도 의연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3부 ‘타박타박 고양이 여행’에서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골목길과 전국의 벽화마을, 섬마을의 길고양이를 찾아가는 여정을 다뤘습니다. 주로 미술과 관련 있는 동네이거나 벽화마을이 많은데요. 이런 동네는 한때 저의 관심사였던 공공미술의 적용 사례를 살필 수 있으면서 동시에 길고양이도 만날 수 있는 곳이기에 마음을 끌었습니다. 또한 섬 고양이의 경우 대도시에 속한 섬과 농산어촌 섬마을의 길고양이가 살아가는 양태가 다소 달라, 그런 차이점을 살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이밖에 각 부가 끝날 때마다 길고양이와 관련된 읽을거리를 정리한 원고 ‘길고양이 수첩’ 3편을 실었습니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줄 때의 주의점, 길고양이의 안전을 위해 고려할 점, 세계의 고양이 여행지 중 독자들께 추천할 만한 장소도 간략히 소개했습니다. 일본과 타이완의 고양이 마을, 복고양이 축제가 열리는 일본의 소도시, 스웨덴과 프랑스의 반려동물묘지 등은 2007년 7월부터 2012년 9월 사이에 틈틈이 취재한 장소들입니다. 책에 소개된 고양이 여행지를 참고해 자신만의 고양이 여행 경로를 짜보셔도 좋겠습니다.
초고를 앉혀보니 470여 쪽으로 에세이치고는 너무 두꺼운 책이 되어버려서, 아쉽지만 60쪽 정도 덜어내고 416쪽으로 정리했어요. 편집하면서 블로그로는 전할 수 없는 사진의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원래 이번 주 금요일쯤 책이 출판사로 들어온다고 했는데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기에, 어제 오후 견본 책을 받아왔습니다. (오프라인 서점에는 아직 책이 풀리지 않아서 4월 8일 이후 배본된다고 합니다.) 인터넷서점으로 구매한 선착순 1천 분께는 길고양이 수첩을 드린다고 하네요. 아래 책표지를 클릭하면 알라딘에서 목차와 주요 내용을 보고 구매할 수 있습니다. 길고양이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분들의 마음에 힘을 드리는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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