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을 다듬고 나면 나오는 부산물을 얻어먹으며 생선공장을 지키는 젖소무늬 고양이가 사람들을 구경합니다. 높이 쌓아올린 생선상자 옆, 조그만 스티로폼 상자가 고양이의 집입니다. 비록 허름하지만 나무 판자로 지붕을 대고 날아가지 않도록 무거운 나무로 버팀목을 만들어놓아 집이 생겼네요. 어린 고양이 한 마리가 어미 고양이 등 뒤로 얼굴을 삐쭉 내밀고 있어서 다가가 봅니다.
새끼고양이의 목에는 목줄을 해두었습니다. 아마 어미 고양이는 외출고양이로 키우면서 공장에 쥐가 찾아들지 않도록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겠지요. 어미 고양이를 묶어두지 않는 건, 새끼가 있는 곳으로 어미가 다시 돌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양이집 안쪽으로는 물그릇도 따로 비치되어 있어서, 생선공장에서 키우는 고양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어린 고양이의 호기심 어린 눈이 천진하네요. 아마 임시로 포장용 노끈으로 묶어둔 듯한데, 가급적 목줄보다
몸줄(하네스)을 해주는 게 좋다고 합니다. 아직은 어리지만 고양이가 자라면서 목이 죄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골목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이미 해가 뉘엿뉘엿 져버렸는데도 어미 고양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열린 셔터 너머로 살짝 들여다보니, 생선가게라기엔 크고 생선공장이라기엔 작은 곳이었네요. 그날치 들어온 조개류들이 바구니에 가득 쌓여있지만, 어미 고양이는 가게 안쪽에는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이미 대야 한 가득 먹을 것이 있으니까요.
어미고양이를 말없이 관찰하는 나, 그리고 그런 나를 묵묵히 바라보는 고양이의 눈빛이 교차합니다.
하루종일 무료하게 지킴이를 하느라 마침 심심했던 차에, 사람을 만나 반가웠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린 고양이가 끼어들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됩니다. 저는 그냥 가만히 앉아있은 것뿐인데도, 눈앞에 치렁치렁 늘어진 카메라 줄에 호기심이 갔는지 앞발을 휘두르며 낚아채보려고 하네요.
"이 녀석이? 아무한테나 앞발 휘두르지 말라고 엄마가 그랬어, 안 그랬어?"
"헉, 잘못했어요."
엄마가 집 안쪽으로 새끼를 데리고 가서 뒷다리를 살짝 물며 혼을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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