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에 다녀왔던 타이완 고양이 여행기를 마저 이어간다. 석양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한 단수이에는 아담한 길고양이 동상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생전에 길고양이 보호활동으로 유명했던 여성의 동상과 그 곁을 지키는 길고양이들의 모습인데, 실제 길고양이들이 자주 출몰하는 장소라고도 하니 타이완의 길고양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찾아가볼 만하다. 길고양이를 응원하는 유허서점에 비치된 길고양이 지도를 참고해서 직진하다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단수이 길고양이를 찾아 산책하다보니 어느덧 해는 저물었지만, 드라마인지 영화를 촬영하는지 조명을 켜놓고 촬영하는 사람들이 있어 어둠 속에서도 동상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평소 사랑하던 길고양이들과 함께 앉은 여성의 모습. 이 동상은 2011년 제작된 것으로, 길고양이 보호활동에 앞장섰던 그녀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동상 뒤편 주차장에 사는 단수이 길고양이가 문안인사를 나왔다. 마치 동상이었던 길고양이 중 하나가 문득 일어나 다가온 것처럼 절묘한 순간이다.
단수이 길고양이 지도에서 알려준 것처럼 동상 주변에는 길고양이가 많았다. 한쪽 귀끝이 잘린 TNR 고양이도 눈에 띈다.
어둠 속에서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는 길고양이. 한국도 타이완도 길고양이의 생김새는 크게 다를 것 없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친숙한 털옷의 노랑둥이 고양이다.
젖먹이를 키우는 어미 고양이인듯, 젖이 불어있는 고양이도 만날 수 있었다. 콘크리트 바닥 양생 중에 찍혔을 고양이 발자국을 보면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길고양이들이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밤바람을 맞으며 6월의 무더위를 식히고 있던 시민들. 그 사이로 길고양이 동상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길고양이를 사랑했던 그녀의 영혼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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