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 중샤오푸싱 역에는 타이완의 명물들을 귀여운 벽화로 그려놓은 장소가 있다. 중샤오푸싱 역에서 환승해 동물원 역으로 가는 길에 찍어본 벽화인데, 이날은 타원형 표시선 안쪽에 그려진 장소, 마오콩(貓空)을 찾아간다. 곤돌라 아래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그림을 보아서도 알 수 있듯, 이곳은 곤돌라를 타고 발아래 펼쳐진 절경을 돌아볼 수도 있고, 역을 따라 늘어선 찻집을 골라 다양한 전통차를 음미할 수도 있는 곳이다. 곤돌라 탑승역이 타이페이동물원 바로 옆에 있어서 동물을 찾아가는 여행을 주로 하는 내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마오콩 곤돌라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역시 고양이다. 타이완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지명에 '고양이 묘' 자가 들어가기 때문인데, 고양이가 머리에 쓴 모자 부분을 잘 보면 곤돌라 관람창 모양을 딴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캐릭터는 마오콩 곤돌라를 타러 가는 길에 있던 인포메이션 센터에 있던 건데, 이곳에서 잠시 더위도 식히고 기념품도 구입할 수 있다.
마오콩 곤돌라의 외장은 다양한 동물무늬로 장식되어 있다. 바로 옆에 동물원이 있기 때문.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관람차와 일반 관람차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크리스털 관람차는 사방뿐 아니라 바닥까지 투명해서 발아래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대기줄이 긴 것이 단점이다. 이날은 날씨도 너무 덥고 오래 기다리다가 미리부터 지칠 것 같아 일반 관람차를 탑승하기로 했다.
이곳에 마오콩이라는 지명이 붙은 이유로 두 가지 설이 전해지는데, 마치 거대한 고양이가 나타나 발톱으로 파낸 것처럼 지형이 파여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의 모양이 마치 고양이 발톱자국 같아서 그렇다고도 한다. 거대한 고양이가 땅을 파면서 발톱질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어쩐지 흥미진진해져서, 나는 전자 쪽에 더 마음이 갔다. 이를테면 나는 거대고양이의 발톱자국 위를 날고 있는 것이다.
마오콩 곤돌라는 총 길이가 4km에 달한다고 한다. 제법 거리가 길다 보니 한가롭게 경치를 구경하며 갈 수 있다.
종점에 내리면, 마오콩 역에서는 마오콩을 즐기는 세 가지 방법을 안내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첫 번째는 이곳의 특산물인 차를 즐기고, 두 번째는 이곳의 오래된 절경을 즐기고, 세 번째는 자연생태를 즐기는 여행을 하는 것. 번잡한 관광지를 떠나 한가롭게 쉬어가고 싶다면, 마오콩이 적당하다. 안내자로는 역시 고양이 모델이 수고해주었다.
마오콩역 아니랄까봐, 표지판에도 곳곳이 고양이 모습. 길을 따라 늘어선 찻집에도 간혹 고양이 모양의 소품이 있어, 마오콩 속에 숨은 고양이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전통찻집도 많았지만, 내 눈길을 잡아끈 건 바로 이 노천카페. '묘공간'이라는 한자 간판이 눈길을 잡아끌었고, 고양이 두 마리가 야경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뒷모습이 어쩐지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실내 찻집도 있지만, 이런 노천카페에서 자연풍을 맞으며 잠시 다리를 쉬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저 멀리 왼편으로 보이는 건물이 마오콩 역. 하늘이 맑은 날은 오른편의 101빌딩도 한눈에 들어온다 하는데, 이날은 아쉽게도 날이 흐렸다.
지치지 않을 만큼 산책로를 거닐다 다시 마오콩 곤돌라역으로 향한다. 마오콩을 지키는 고양이 석상들과 작별하고 돌아오는 길, 다음에 타이페이에 들른다면, 조금 무섭더라도 크리스털 관람차를 타고 구름을 나는 듯한 기분을 만끽해보고 싶다.
마오콩 곤돌라를 끝으로 타이완 고양이 여행기도 어느덧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타이완에서 나만의 추억을 만들 장소를 찾아내기란 어렵지 않다. 고양이 마을 허우퉁이나 영화 '비정성시'의 배경이 되었던 주펀, 일몰이 아름다운 단수이 등 여느 관광지에서도 고양이와 관련된 명소가 숨어있고, 마오콩처럼 지명에 고양이와 연관된 사연이 숨어있어 나만의 상상을 펼칠 수도 있으니까. 타이완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항공료가 부담스러워 선뜻 떠나기 어려운 곳이었지만, 저가항공이 취항하면서 상대적으로 여행경비 부담이 줄어든 여행지다. 작년 6월에 훌쩍 타이완으로 고양이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던 것도 특가항공권 덕분이었다. 일에 치여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1년 전의 여행기를 틈틈이 정리해 내놓는 건, 타이완으로 고양이 여행을 떠나고 싶은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싶어서다. 나라를 초월해 일상 속의 고양이가 친근하게 존재하는 풍경을 자주 접하게 될 수록, 고양이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변화해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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