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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고양이가 행복한 나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마리캣

by 야옹서가 2006. 6. 29.


고양이 애호가라면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일러스트레이터 마리캣. 그는 2001년 길고양이 후원금을 마련하려고 고양이 달력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고양이 전문 일러스트레이터가 됐다. 다섯 마리 고양이와 함께 서울 삼성역 근처의 아담한 연립주택에 사는 마리캣을 만났다. 

마리캣의 고양이 그림은 한 마디로 환상적이다. 단순히 사실적이기만 했다면, 그의 그림이 그렇듯 매력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고양이에 대한 따뜻한 사랑, 언젠가 현실 세계에서도 구축하고 싶은 ‘고양이 천국’에 대한 꿈이 그 속에 스며있다. 그의 그림에서 모든 고양이들은 품종에 관계없이 평등하고 행복하다.

달력과 다이어리 등 아트상품으로 만들어진 그림만 보다가 큼직한 원화를 직접 보니, 섬세한 털 한 올 한 올이 금방이라도 바람결에 하늘거릴 듯 생생하다. 처음에는 고양이 모델을 ‘냥이네’ 등지에서 모집했지만, 요즘은 자기 고양이를 그려달라며 여기저기서 수시로 메일이 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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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캣이 다이어리와 달력에 썼던 섬세한 일러스트를 보여주는데, 마리가
갑자기 뛰어올라와서는, 책상에 앉겠다고 고집스럽게 엉덩이를 들이민다.
 

“학교 도서관에서 ‘1992년도 우수디자인 모음집’을 보다가, 일본 고양이 회사에서 만든 고양이 달력이 눈에 띄더라고요. 에이, 이런 거 나도 만들겠네 하다가 진짜 만들었는데, 인쇄고 뭐고 아무 것도 모르면서 맨땅에 헤딩하는 식이어서 힘들었어요. 그렇게 처음 만든 게 2001년도 고양이 달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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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님의 잎새와 아기들이예요. 업둥이 잎새가 만삭으로 픽업된 후 귀여운 아기들을 낳았답니다. 어미 길냥이가 척박한 도시에서 새끼를 낳고 기르는 것은 무척 마음아픈 일입니다. 먼 먼 길을 걸어온 묘생이 쉬는 자리를 그려보고 싶었어요." 마리캣 홈페이지에 남겨진 메모.

작업도 하고, 다섯 마리 고양이를 키우며 놀아주기엔 좁아 보이는 방에서, 마리캣은 그저 여유로운 얼굴이다. 처음 고양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땐 고양이 사료 값도 모자랄 만큼 쪼들렸다. 물론 지금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6년 동안 고양이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려 발생된 수익금 일부를 동물보호단체와 유기동물을 보살피는 개인에게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이유 없이 고양이가 좋았다던 마리캣은 1998년 자취를 시작하면서부터 고양이를 키웠다. 대학 시절에도 모피반대 운동을 할 만큼 동물 보호에 관심이 많다 보니, 품종 고양이보다 자연스럽게 딱한 처지의 길고양이들에게 눈길이 갔다. 그의 집을 점령한 고양이들 다섯 마리 모두 길고양이 출신이다. 


“처음엔 저도 귀여운 새끼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죠. 그땐 고양이 동호회도 별로 없고 조그만 모임 정도가 있었는데, 누가 아주 어린 새끼를 데리고 있대요. 가봤더니 못생긴 다 큰 애가 있는 거예요. 신림동 약국 앞에서 거지꼴로 우다다 하는 걸 길에서 잡았대요. 결국 몇 다리 건너 저희 집에 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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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라서 예뻐하긴 하는데, 너는 내가 봐도 성격이 쉣이야.” 마리캣의 장난스런 핀잔에도
마리는 모르는 척 딴청이다.


그렇게 데려온 녀석이 얼룩고양이 마리(8)다. 마리캣이라는 닉네임도 마리에게서 따왔다. 둘째 노며(7)는 ‘아빠가 고양이를 자꾸 때린다’며 도와달라는 동물학대방지연합 게시판의 사연을 읽고 안양까지 달려가 데려왔다.

마리캣이 ‘거지 삼총사’로 부르는 노마(4), 삼순(4), 시도(4) 삼형제는 2003년경 집주인이 이사를 가면서 버리고 간 녀석들이다. 저것들을 내버려 두면 다 죽겠다 싶어서, 일단 데려왔다가 입양을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대개 이런 식으로 발목을 잡혀 제2, 제3의 업둥이를 들이기 마련. 마리캣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형제를 찢어놓으려니 마음도 안 좋고, 한 마리는 입양 갔다가 너무 울고불고 난리가 나서 도로 데려와서 다 같이 살아요. ‘내가 미쳤지, 너희들을 주워오고. 낚였다, 낚였어~’ 만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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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였군, 낚였어” 를 연발하지만, 가족 같은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사랑스럽다.
가운데 두 녀석은 꼬리가 서로 겹치는 것도 모르고  밥 먹느라 정신이 없다.

옆에 도사리고 앉은 노마의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푸념도 해보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가족이 된 걸. 고양이가 다섯 마리니, 이사 다닐 때마다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니다. 한번은 주인이 트집이라도 잡을까 싶어 작은 가방에 마리와 노며를 각각 넣고, ‘거지 삼총사’ 세 마리는 한 가방에 넣고 짐인 양 옮겼는데, 한꺼번에 세 마리를 옮기다가 그날로 제사상 받는 줄 알았단다.

 

길고양이 하면 흔히 사람을 잘 안 따르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한다는데, 실제 키워보니까 어떤지 넌지시 물어봤다. 무지 활발하단다. 힘도 너무 세서 상상을 초월하는 짓을 많이 한다.


“얘들은 제가 옆방에서 자면 문도 막 열고 들어오고요, 문을 항상 잠그니까 나중에는 창문을 열고 들어와요. 한번은 화장실에서 제 몸보다 큰 변기 뚫는 도구를 물고 나와서, 밥상 위에 올려놓는 바람에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어요. 원래 코숏이 품종 고양이보다 더 활발하대요. 집에서 브리딩 하는 애들은 안정적 환경에서 살던 유전자라, 후대로 내려올수록 얌전한 애들이 많아지거든요. 또 품종 고양이는 약간 인위적으로 만든 거라 몸이 약한 애들도 있는데, 코숏들은 워낙 유전자가 섞이니까 더 건강하기도 하고요.”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은 파란만장하지만 그래도 즐겁다. 마리캣은 동물가게에서 고양이를 사 와서 키우는 것뿐 아니라, 다른 경로로도 얼마든지 데려올 수 있음을 알리고 싶어 했다.

“저는 유기동물 보호소 같은 곳에서 입양을 많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곳 수용 능력에 한계가 있다 보니, 진짜 조그마한 애들조차 가정 분양이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대부분 안락사를 시키거든요. 보호소 입장에서도 그러긴 싫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런 곳에서 반려동물을 데리고 오면, 함께 살 동물도 생기는데다가 생명을 구할 수도 있으니까 훨씬 좋은 것 같아요.” 


마리캣은 지금껏 해온 것처럼 실용적인 아트 상품뿐 아니라, 고양이 일러스트와 풍경화가 어우러진 단행본도 조만간 펴낼 계획이다. 그림의 모티브는 언제나 그렇듯이 여행에서 얻는다. 베니스의 가면 카니발, 터키의 재래시장 등 이국적인 장소를 누비며 찍은 사진들이 모자이크처럼 그림 속에 녹아들어가, 현실을 초월한 풍경으로 재조합되어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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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의 고양이 도시를 위한 마리캣의 아름다운 그림들. 원화로 감상하면 그 섬세함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옛날엔 그때그때 떠오르는 예쁜 걸 주로 그렸는데, 요즘은 어떤 도시를 그리고 싶어요. 대략 설계도는 이렇고, 광장이 여기 있고, 이 공원에 가면 이런 날개 달린 고양이 조각상이 있고…이렇게 이어지는 거예요. 이게 다 일관된 스토리가 있거든요.”


그는 직접 그린 ‘고양이 도시’의 파란색 지도를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며 벽에 걸린 고양이 그림들과 대조해 보여주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고양이 박물관도 세우고 싶다”는 마리캣의 꿈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

기사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blogbbs1.media.daum.net/griffin/do/blognews/life/read?bbsId=B0005&articleId=11556&pageIndex=1&searchKey=&searchValue=


[원문 링크] http://blogbbs1.media.daum.net/griffin/do/blognews/life/read?bbsId=B0005&articleId=11556&pageIndex=1&searchKey=&searchVa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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