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튼 동물기>라면 어렸을 때 읽었던 늑대왕 로보 이야기가 생각난다. 로보를 잡기 위해
로보의 아내인 은빛 늑대 블랑카를 죽여 함정을 만들고, 그것 때문에 이성을 잃고 결국 잡힌
로보를 안쓰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때 읽었던 건 아동용 축약본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시튼이 고양이 이야기까지 썼다는 건 몰랐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그가 남긴 다른 책들을 접하면서
새삼 그가 얼마나 동물의 삶에 깊이 매료되었고, 깊은 감정이입 속에서 글을 썼는지 알게 되었다.
흔히 시튼을 '학자가 아닌 작가의 시점으로 동물의 세계를 그려낸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동물을 미개한 생물이나 통제할 대상으로 보는 대신, 그들에게도 희로애락이 있고
존중받아야 할 세계가 있다는 것을 설득력있게 보여주는데, 이를 위해
자기 주장의 당위성을 강조하거나 계몽주의적인 자세를 취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읽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작가의 생각이 스며들게 만드는 법을 택하는데
강요하지 않으면서 공감하게 만든다는 건 그만큼 필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니
새삼 시튼이 얼마나 탁월한 작가였는지 깨닫게 된다.
한동안 <시튼 동물기>를 잊고 있다가 다시 찾게 된 건 고양이 책을 모으면서부터였는데
성의없이 그린 삽화를 넣고 대충대충 만든 아동용 축약본과 달리, 지호에서 출간한 버전은
꽤 정성들여 만든 티가 났다. '시튼의 야생동물 이야기'란 이름으로 총 6권이 나왔고
그중 내가 좋아하는 <뒷골목 고양이>(2003)는 무려 13년 전에 출간된 책인데도 불구하고
표지 디자인이 그다지 촌스럽지 않다. 제목과 달리 고양이 이야기는 별로 없지만...
안타까운 건 절판되어 현재는 시중 서점에서 살 수 없다는 점이다.
헌책방 동호회 시절에는 그런 책을 찾아다니고, 또 필요한 책은 서로 찾아주는 재미가 있었는데
지금도 알라딘 헌책방 개인판매자 몇몇이 올려놓긴 했지만 가격대를 보면 턱없는 중고가에 헛웃음만 난다.
2006년 논장에서 완역본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5권 세트가 나왔지만, 지호 판보다 구성이 빠지고
표지 디자인도 한참 시대에 뒤떨어져서 '도대체 어떤 면에서 완역본이냐'라는 생각이 들 뿐
딱히 구매욕이 생기지 않는 상황이었다. 결정적으로, 표지에 박아놓은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라는 글귀는
시튼 동물기를 아동서로밖에 보지 않는 출판사의 시각을 한눈에 보여주는 터라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궁리에서 <시튼의 동물 이야기> 시리즈가 나와서 다시 한 번 구매를 고려해보게 됐는데....
무려 9권이지만, 낱권 판매 같은 자비는 없다.
하드케이스 포함 전집이란 점 외에 특별히 한정판다운 면은 안 보이지만 타 출판사에서 출간된 세트와 차별점이라면
<탈락 산의 제왕>, <옐로스톤 공원의 동물 친구들>이 국내 초역으로 실렸다는 점 정도이다.
그밖에, 한정판 세트를 구매하는 사람에겐 동물 마그네틱 3종 세트를 준다고.
재고 부담을 고려해서 초판 500부만 찍는 거라면, 그런 의미에서의 한정판은 될 수 있을 것 같고
2월 중에는 보급판도 출간된다고 하니 낱권 구입을 고려한다면 좀 기다려보면 되겠다.
지호 판에서 번역을 맡았던 역자들이 참여한 걸 보면 중복되는 책들은 기존 번역본을 재계약한 듯.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고 고양이 책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관심사가 동물 전반에 대한 책으로 넓어지다 보니
시튼 동물기를 제대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찜해두는 책.
* 2월 8일 현재 알라딘 청소년 주간 21위, 세일즈 포인트는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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