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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동 고양이집1) 앞에 서식하는 네 마리 고양이 중 제일 나이가 많은 삼색고양이.
고양이는 차 밑 으슥한 은신처에 자리를 펴고 사람 구경을 하고,
나는 고양이 앞에 진을 치고 앉아 고양이 구경을 한다.
고양이의 눈높이는 어떤 것일까, 같이 앉아서 경험해보는 시간.
그런데 이봐, 그 자세로는 허리가 아프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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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국동에서 살던 무렵, 동생과 내가 '고양이집'이라고 부르던 구멍가게가 있었다.
옛 덕성여자고등학교 도서관 자리, 지금은 아름다운가게 창고로 쓰이는 벽돌건물
바로 앞 가게였는데, 어찌나 좁은지 두 사람이 동시에 들어서지 못할 정도였다.
두루마리 휴지처럼 부피 큰 물건을 두는 창고 겸용 쪽방 안에는 고양이 한 마리와
고양이를 닮은 홀쭉한 얼굴의 할머니가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문틀 사이에 세월의 때가 덕지덕지 들러붙은 미닫이문을 힘겹게 밀어 열면,
야릇한 고양이 냄새가 훅 끼쳐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조그만 가게도 몇 번 주인이 바뀌고 업종이 바뀌면서 부침을 겪다가
결국 구멍가게로 되돌아와 지나가는 중고생과 인근 주민을 상대로 잡다한 생필품을
팔고 있다. 새로운 구멍가게 주인은 고양이를 가게 안에 들여 키우지는 않지만,
고양이가 차 밑 은신처에서 걸어나와 대로변에 앉아 있으면
차 오니까 얼른 비키라고 손을 휘저으며 경고를 준다.
언뜻 보기엔 무관심한 듯하지만 매번 뛰쳐나와 경고를 주는 주인의 손길에선
고양이를 향한 애정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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