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TV '지식채널e'에서 길고양이 이야기를 영상 에세이로 제작해서 방영합니다. '길고양이 밥 주는 사람들' 기사 때 소개했던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냥이왕초 님의 사연을 EBS에서 취재해 재구성했네요. 월~수요일 방영분은 이미 지나갔지만, 목요일 오후 10시 55분, 금요일 오후 11시 50분에 재방영되니 시간되는 분들은 한번 보세요. 편성표에는 '삼색이와 나'라고 나와 있습니다. EBS 홈페이지에서 VOD 다시보기 서비스를 하고는 있지만, 화질이 좋지 않으므로 직접 TV로 보는 편이 나을 겁니다. 방영 시간은 4분 30초 정도입니다.
기사 내용에는 제가 직접 참여한 부분이 없고, 길고양이 사진만 협조했습니다. 가회동 턱시도 아기고양이 사진을 시작으로, 달리는 안국동 고양이, 홍대 앞 골목길에서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고양이, 자동차 밑에서 닭뼈를 먹는 고양이, 고속터미널 고양이 사진 등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날그날 제 블로그에 올렸던 사진들이라 냥이왕초 님의 사연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길고양이의 생태를 이해할 수 있는 사진들입니다. 그 외 저작권 표시가 되지 않은 사진들은 냥이왕초 님이 제공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일부 매체에서 길고양이 사진이나 기사를 싣고 싶다고 했을 때 몇 차례 고사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자료든 제 손을 떠나 편집될 때, 원래 의도와 달리 쓰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까요. 게다가 블로거가 생산한 콘텐츠는 아무렇게나 갖다 써도 되는 자료로 여기는 사람들 때문에 난감했습니다. 길고양이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는다던가, 길고양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거나 하는 분들의 이야기는 반갑게 귀를 기울이고 아는 데까지 답변해 드리지만, 단순한 질의응답 이상의 공을 들여야 하는 일도 아무렇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회사가 간혹 있는데, 상당히 당혹스럽습니다. UCC의 가치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블로거=만만한 공짜 콘텐츠 제공자'라는 인식은 언제 바뀔지 요원하기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EBS '지식채널e' 제작진의 섭외 과정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길고양이 사진을 제공하기 전, 제작진에 제가 요청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원고 취지를 미리 알려줄 것'(길고양이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으므로), 두 번째는 '각 사진에 식별할 수 있는 상태로 저작권 표시를 하고 출처를 밝혀줄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사항에 대해서는 몇 차례 메일과 전화를 주고받으며 입장 조율을 해야 했지만, '지식채널e' 제작진은 이 두 가지 사항에 동의하고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그밖에 액수는 적지만, 사진 사용에 대한 소정의 고료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완성된 영상을 직접 보니, 저작권 표시가 자막과 충돌하는 위치에 있어서 눈에 좀 거슬리긴 하더군요. 아마 지금까지 그런 요구를 한 사람이 거의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제작진 측에서도 좀 난감했을 겁니다. 하지만 잘못된 관행이 익숙하다고 그걸 고집하기보다는, 당장은 어색하고 눈에 거슬리더라도 해야 할 것은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하다 보면 저작권 표시도 자막과 충돌하지 않는 노하우가 생기겠죠. 어쨌거나 '지식채널e'를 통해 길고양이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조금이나마 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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