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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겐지의 단편 <고양이 사무소>는, 함께 일하던 잡지사에서 물고기 기자로 불렸던 이윤주 씨 소개로 접한 책이다.분량이 짧아서 10분이면 다 읽을 정도인데, 별것 아닌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는 가마솥 고양이(문맥상으로는 부뚜막 고양이)의 괴로움과 슬픔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

 

가마솥 고양이는 정상적인 고양이가 되려고 수도 없이 창 밖에서 자 보았지만, 아무래도 한밤중에 추워서 재채기가 나와서 견딜 수가 없기 때문에 역시 어쩔 수 없이 부뚜막 속으로 들어가곤 했습니다.
왜 그렇게 추위를 느끼는가 하면 가죽이 얇기 때문이었는데, 또 왜 가죽이 얇은가 하면 그것은 여름 한철에 태어났기 때문이었습니다. 가마솥 고양이는 역시 내가 잘못되었구나, 어쩔 수 없구나아-하고 생각하니 눈물이 아주 둥근 눈에 그렁그렁 맺히는 것이었습니다.


가마솥 고양이가 너무 불쌍하지 않나. 누구든 그렇게 되고 싶어서 태어난 건 아닌데. 그리고 이런 문장도.

가마솥 고양이는 이제 슬프고 슬퍼서 뺨 근처가 시큼해져서 그 부근이 끼잉- 하고 울기도 하는 것을 꾸욱 참고 얼굴을 숙이고 있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막 가슴이 짠해져서, 나도 따라서 두 볼이 찡-하고 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짧고, 쉽고, 잔 기교가 없는데도 마음에 남는다. 쓸데없이 멋부리는 허접한 글 말고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고양이의 역사와 지리를 알려주는 '고양이 사무소'에는 고양이 사무장과 네 마리의 고양이 서기가 일하고 있다. 고양이가 지리를 물으러 오면, 장부를 펼쳐 답해주는 게 서기의 일이다. 이중 제4서기인 가마솥 고양이는 추위를 잘 타기 때문에 밤마다 부뚜막에서 자느라 몸이 더러운데, 그 때문에 다른 고양이에게 멸시를 당한다. 가마솥 고양이는 미움을 당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잘 되지 않았다.

하루는 제2서기인 얼룩고양이가 떨어뜨린 도시락을 대신 주워주려 했지만, 얼룩고양이는 되려 '땅에 떨어진 도시락을 날더러 먹으라는 거냐'며 화를 낸다. 제3서기인 삼색털 고양이는 제 실수로 의자에서 나뒹굴지만, 가마솥 고양이가 자기를 눌러 넘어뜨렸다며 고함을 지른다.

가마솥 고양이를 불쌍히 여긴 사무장이 그때마다 감싸고 돌았지만, 어느날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가마솥 고양이가 심한 감기에 걸려 사무소에 나오지 못한 날, 고양이 서기들이 기다렸다는 듯 "그 녀석이 사무장 자리를 노린다"고 모함한 것.

몸이 나은 다음날 가마솥 고양이는 일찍 사무소로 출근하지만, 분위기는 싸늘하고 아무도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 사무장이 묻는 질문에 답을 하고 싶어도, 소중한 장부가 없다. 그제까지만 해도 가마솥 고양이가 담당했던 장부를, 사무장 고양이가 다른 서기들에게 나눠줬기 때문이다.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가마솥 고양이는 슬픔을 꾹꾹 참다가 견디지 못하고 울어버린다. 하지만 사무소에서는 모두 모른 척 재미나게 일하고 있다. 그때 갑자기 사자가 나타나 엉터리 사무소의 해산을 명령한다.
 

이야기 흐름 상, 절망한 가마솥 고양이가 쓸쓸히 사무소를 떠나는 걸로 마무리되어야 하겠지만,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역할을 맡은 사자가 나타나는 바람에 뻔뻔한 다른 고양이들이 응징을 당하는 결말로 끝나게 된다.

* 위 단편이 수록된 책은 <폴라노 광장>이다. 역자인 류주환 씨는 '미야자와 켄지의 우주'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미야자와 겐지에 대해 좀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문맥상 부뚜막고양이가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왜 가마솥고양이라고 번역했을까 궁금하다.


폴라노 광장

저자
미야자와 켄지 지음
출판사
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구 충남대학교출판부) | 2005-12-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동화작가로 잘 알려진 미야자와 켄지의 작품집으로 아직 국내에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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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겐지 전집. 1

저자
미야자와 겐지 지음
출판사
너머 | 2012-10-2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모두가 꿈꾸고 바라던 이상향의 세계에서, 시공간을 아우른 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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