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 할 잡지 과월호가 있어 도쿄 진보초 헌책방 거리를 찾아갔다가, 마침 산세이도 서점이 눈에 띄어 들렀었다. 헌책방은 아니고 새책방이지만, 지금은 망해버린 종로서점 같은 고색창연한 인상이다. 건물 벽에 'SINCE 1881'이라고 적힌 동그란 로고가 붙어 있어, 나름의 연륜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이와고 미츠아키(岩合光昭)의 길고양이 사진집들을 보고 지름신 강림이 두려워서 딱 한 권만 사기로 결심했는데, 그냥 그때 확 다 사 버리는 게 나았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쉽다.
그날 심사숙고 끝에 골랐던 책은 이것. 일본 뿐 아니라 세계의 길고양이들을 담았는데, 멋지고 익살스러운 사진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표지가 사랑스럽다. 콧방울 풍선을 매단 고양이라니! 판권을 보니 2005년 5월 출간된 책인데 2년만에 무려 8쇄를 찍었다. 한국에도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사진 에세이가 아닌 사진집이라면 저 정도의 판매 실적은 아마 나오기 힘들 것 같다.
돌아와서도 그 책들이 내내 눈에 아른거리는 통에, 결국 얼마 전 교보문고 일서 코너에 주문을 넣어버렸다. 일본은 책값과 별도로 세금을 받기 때문에 정가보다 조금 값이 올라가는데, 표시된 가격을 보니 그동안 오른 엔화와 배송비를 계산해도 손해는 아닌 듯 싶었다. 게다가 10% 할인, 10% 적립금까지 있고 4,000원 할인쿠폰 신공까지 쓴다면 꽤 저렴한 가격이 된다. 단, 이 쿠폰은 오전 10시~오후 2시 사이에 다운로드해서 60,000원 이상 주문해야만 쓸 수 있다.
사진집 말고도 필요한 책들이 더 있었기에, 나름대로 잔머리를 굴린답시고 이틀에 나눠 구입하면서 쿠폰을 두 번 적용하려 했더니, 처음 주문한 다음날 교보문고에서 일제히 일서 가격을 올려버렸다. 24,000원 하던 책이 갑자기 28,000원으로...쩝. 장바구니에 담아둔 2차 주문분은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그래서 1차분 장바구니에 담겨 있던 책 중에 무사히 살아남아 주문이 들어간 사진집은 아래 두 권. 둘 다 작가가 여행하면서 만난 길고양이들을 담았다. 이와고 미츠아키의 직업이 원래 동물 사진가인지라 세계 곳곳을 다니며 다양한 동물들의 사진을 찍지만, 그 중에서도 고양이 사진집 시리즈는 유명하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고양이 카이>에서도 볼 수 있듯 직접 길고양이를 데려다 키우기도 하고, 고양이의 일생을 사진찍기도 했을 만큼 고양이를 좋아하는 작가이기에, 남다른 애정이 묻어나서인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작품 중 <지중해의 고양이>도 매력적이지만, 특히 이 두 사진집은 지극히 일본다운 풍광과 천연덕스러운 고양이들이 어우러져 매력적이다. 이와고 미츠아키가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어떻게 고양이가 나오는 골목만 쏙쏙 찾아다니는 걸까?'하고 궁금해했는데, 우연에 의지하기도 하지만, 역시 주민들의 제보를 받아 방문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한국에도 이와고 미츠아키의 사진집 중 두 권이 번역서로 나와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길고양이 풍경 사진집은 아니다. 특히 인터넷 교보문고의 경우, '이와고 미츠아키'로 검색하면 책을 제대로 찾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이와고 미츠아키가 16년간 찍은 길고양이 카이 이야기를 다룬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고양이 카이>에는 작가의 부인 이름(이와고 히데코)만 나와 있고, 이와고 미츠아키는 엉뚱하게도 '그림 작가'로 소개되어 있다. 또 다양한 야생동물의 모습을 수록한 <PLEASE HELP>에는 <블루 데이 북>으로 유명한 브
이와고 미츠아키의 사진집을 원서로 구하기 번거롭다면, 위 두 책이나마 맛보기로 한번 보길 권한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고양이 카이> 같은 경우 편집이 좀 구식이라 그렇지, 선물용으로 다시 예쁘게 장정해서 펴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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