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키지, 라는 말을 내뱉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푸른빛이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순간, 파르스름한 공기는 바다를 닮았다. 비릿하고 축축한 바다 냄새가 떠도는 공기 속에, 전국 각지의 스시집으로 팔려나갈 차례를 기다리는 은빛 참치들의 무덤이 있다. 바닷속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벗어나 육중한 몸을 바닥에 누인 참치들은 평화로워 보인다. 그 은빛 무덤 사이로 장화를 신고 눈을 번뜩이며 다급히 수신호를 날리는 참치 경매 참여자들, 다이와 스시 앞에 길게 줄지어 선 관광객, 지루한 기다림에 보답하듯 먹음직스런 자태를 뽐내며 접시에 올라앉은 스시... 츠키지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은 대개 이런 이미지다.
그러나 초를 다투는 긴박한 참치 경매가 끝나고, 감칠맛나는 스시에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스시집을 나선 관광객이 또다른 관광지를 찾아 떠난 다음, 츠키지는 또 다른 얼굴을 꺼내보인다. 새벽에 츠키지를 가득 메웠던 바다 향기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좀 더 촘촘해진 공기의 입자 사이로 햇빛 냄새가 끼어들기 시작한다. 바다에서 나온 것들의 덕을 입어 살아가는 시장 사람들의 삶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시간이다.
관광객의 플래시가 어지럽게 명멸하는 '쇼타임'이 끝나고, 장을 보러 나온 동네 사람들이 시장을 메우기 시작하는 시간, 츠키지의 고양이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일회용 도시락의 포장용기를 핥아먹는다. 원래는 날생선 몇 조각이 담겨 있었겠지만, 이제 흐릿한 냄새로만 과거의 내용물을 추억할 수밖에 없는 빈 도시락을 정성껏, 설거지하듯이 꼼꼼하게 핥는다.
고양이가 고개를 숙이고 땅에 떨어진 뭔가를 먹을 때, 처연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집에 있는 내 고양이, 스밀라의 모습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집고양이들은 대개 밥그릇 받침대에서 밥을 먹는다. 고개를 숙여 밥을 먹다가 음식물이 역류하지 않도록 밥그릇의 위치를 지면에서 좀 더 높은 곳에 두는 것이다. 인간으로 치면 1인용 밥상에 해당할 받침대는, 호화롭지는 않지만 고양이에겐 인간의 배려가 담긴 선물이다. 그러나 시장통의 고양이가 밥그릇 받침대까지 바라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날의 아침식사를 마친 고양이가 고개는 그대로 수그린 채 눈만 들어 나를 힐끔 올려다본다. 눈꺼풀의 반만 열어 불량스럽게 치켜 뜬 눈초리가, 마치 '값싼 동정 따위는 필요없어' 하고 중얼거리는 듯하다. 하긴, 나에겐 츠키지 고양이의 '삶의 질'에 대해 논할 자격이 없다. 고양이에겐 잠시 스쳐가는 관광객의 얄팍한 동정심보다, 시장 상인들이 무심한 듯 툭 던져주는 생선 한 점이 더 소중할 테니까.
부서질까 끈으로 묶은 허술한 나무 궤짝 속에 고양이가 몸을 누인다. 겉모습은 남루하지만, 따가운 8월의 햇살도, 귀찮은 관광객의 호기심도 피할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다. 자신을 돌봐주는 점포의 아저씨가 열심히 가게 앞을 비질하며 손님 맞을 준비하는 동안, 고양이는 눈을 지그시 감고 몽중한에 잠긴다.
번잡한 세상사를 초월한 듯한 옆모습이다. 안녕, 츠키지 고양이.
그러나 초를 다투는 긴박한 참치 경매가 끝나고, 감칠맛나는 스시에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스시집을 나선 관광객이 또다른 관광지를 찾아 떠난 다음, 츠키지는 또 다른 얼굴을 꺼내보인다. 새벽에 츠키지를 가득 메웠던 바다 향기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좀 더 촘촘해진 공기의 입자 사이로 햇빛 냄새가 끼어들기 시작한다. 바다에서 나온 것들의 덕을 입어 살아가는 시장 사람들의 삶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시간이다.
관광객의 플래시가 어지럽게 명멸하는 '쇼타임'이 끝나고, 장을 보러 나온 동네 사람들이 시장을 메우기 시작하는 시간, 츠키지의 고양이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일회용 도시락의 포장용기를 핥아먹는다. 원래는 날생선 몇 조각이 담겨 있었겠지만, 이제 흐릿한 냄새로만 과거의 내용물을 추억할 수밖에 없는 빈 도시락을 정성껏, 설거지하듯이 꼼꼼하게 핥는다.
고양이가 고개를 숙이고 땅에 떨어진 뭔가를 먹을 때, 처연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집에 있는 내 고양이, 스밀라의 모습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집고양이들은 대개 밥그릇 받침대에서 밥을 먹는다. 고개를 숙여 밥을 먹다가 음식물이 역류하지 않도록 밥그릇의 위치를 지면에서 좀 더 높은 곳에 두는 것이다. 인간으로 치면 1인용 밥상에 해당할 받침대는, 호화롭지는 않지만 고양이에겐 인간의 배려가 담긴 선물이다. 그러나 시장통의 고양이가 밥그릇 받침대까지 바라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날의 아침식사를 마친 고양이가 고개는 그대로 수그린 채 눈만 들어 나를 힐끔 올려다본다. 눈꺼풀의 반만 열어 불량스럽게 치켜 뜬 눈초리가, 마치 '값싼 동정 따위는 필요없어' 하고 중얼거리는 듯하다. 하긴, 나에겐 츠키지 고양이의 '삶의 질'에 대해 논할 자격이 없다. 고양이에겐 잠시 스쳐가는 관광객의 얄팍한 동정심보다, 시장 상인들이 무심한 듯 툭 던져주는 생선 한 점이 더 소중할 테니까.
부서질까 끈으로 묶은 허술한 나무 궤짝 속에 고양이가 몸을 누인다. 겉모습은 남루하지만, 따가운 8월의 햇살도, 귀찮은 관광객의 호기심도 피할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다. 자신을 돌봐주는 점포의 아저씨가 열심히 가게 앞을 비질하며 손님 맞을 준비하는 동안, 고양이는 눈을 지그시 감고 몽중한에 잠긴다.
번잡한 세상사를 초월한 듯한 옆모습이다. 안녕, 츠키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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