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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사 | 칼럼/박물관 기행

호림박물관

by 야옹서가 2005. 7. 28.

  

[주간한국/ 2005.7. 28] 최근 많이 늘어난 사설 박물관은 특화한 주제를 정해 소규모로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독특한 주제의 소장품이 눈길을 끌지만, 때론 기대만큼 많은 유물을 볼 수 없어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사설박물관 중에서도 국공립 박물관 못지않게 많은 소장품을 지니고 관람객들을 기다리는 곳이 적지 않다.

1982년 10월 개관한 호림박물관은 그 소장품의 양과 질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설박물관 중 하나다. 호림박물관은 소장유물을 기증하고 박물관 설립 기금을 조성한 성보문화재단 설립자 호림(湖林) 윤장섭 씨의 호를 땄다. 처음 개관한 서울 대치동에서 지금의 신림동으로 옮겨 1999년 5월 확장 재개관했다.



 

도로변에서 주택가 쪽으로 한참 걸어가면 만나는 박물관 건물은 처음부터 속내를 활짝 드러내지 않는다. 키가 훌쩍 큰 대나무숲을 따라 계단을 오르면 비로소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박물관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안쪽으로 들어서면 천장 없이 탁 트인 중앙 홀 유리 천장에서 자연광이 쏟아져 내린다.

대다수 박물관은 유물 보존을 위해 빛의 강도를 낮추는데 이 때문에 자칫하면 어두운 인상을 주게 된다. 그러나 호림박물관은 중앙 홀을 탁 트인 공간으로 만들고 자연광을 끌어들여 기존의 박물관이 주는 침침한 느낌을 최소화했다.

연면적 1,400평에 고고실, 도자실, 금속공예실, 서화전적실 등 상설 전시실 4곳과 기획전시실 1곳을 비롯해 야외 전시장, 세미나실, 자료실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국보 8점, 보물 38점 등 1만여 점의 유물 갖춰
박물관에 소장된 유물은 토기 3,000여 점, 도자기 4,000여 점, 회화 및 전적류 2,000여 점, 금속공예품 600여 점을 비롯해 1만 여 점에 이른다. 이중 국보 8점, 보물 36점이 있어 질적인 면에 있어서도 뛰어나다.

주제별로 전시된 상설전시실의 유물들은 호림박물관이 자랑하는 소장 유물 중에서도 정수를 모은 것이다. 고고실에는 청동기 시대의 붉은 간토기부터 고려시대의 귀면장식편병 등 각종 토기 및 금속유물을 중심으로 전시하고 있다. 고려, 조선시대의 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을 전시한 도자실에는 분청사기박지연어문편병(국보179호), 백자주자(국보281호) 등 국보급 유물이 다수 포진해 있다.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의 불교미술을 일별하고 싶다면 금속공예실을 찾으면 된다. 보물 1047호로 지정된 금동대세지보살좌상과 보물808호인 금동탄생불을 비롯한 불상과 불구류 등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서화전적실에서는 고려 전기의 불교계 동향과 대외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되는 초조대장경을 비롯해 고려 시대의 지장시왕도(보물1048호), 정선의 사계산수화첩, 김홍도의 송하노승도 등을 만날 수 있다.

‘문방구 특별전’ 등 다채로운 기획전시
상설전시 외에 1999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호림박물관 구입 문화재 특별전’은 박물관 전시의 백미다. 기존의 소장유물을 보존 전시하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지닌 유물을 찾아내려는 호림박물관의 의지를 담고 있다. 또 용의 미학전, 토기특별전, 불교미술명품전, 조선백자명품전, 분청사기명품전 등 특정 주제에 맞춰 열리는 기획전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열리고 있는 기획전으로는 9월 30일까지 계속되는 ‘문방구 특별전’을 들 수 있다. 소박한 멋과 옛스러움이 깃든 조선시대 문방구 200여 점을 소개하고 있다. 보통 조선시대 선비들이 사용한 문방구는 과다한 장식이 없는 소박한 모습이 주를 이루지만, 상아나 수정 등을 사용하는 등 다소 사치스러운 유물도 다수 전시되어 눈길을 끈다.

색깔 있는 편지지에 사연을 담아 보내고, 난초와 국화 문양을 목판에 조각해 편지지에 찍어 보냈던 선비들의 은근한 풍류도 느낄 수 있다. 문방구뿐 아니라 경상이나 서안, 문갑, 사층탁자와 같은 문방 가구들도 선보이고 있다.

소박한 석물 사이를 거닐며 사색에 잠긴다

전시장을 돌아보고 금방 박물관을 나선다면 호림박물관의 참된 매력을 십중팔구 놓친 것이 된다. 건물 입구의 오른쪽 벽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에 각종 석물을 장식해 놓아 이를 감상하는 즐거움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박물관의 유리 진열장에 전시된 유물들과 달리 비바람을 견디며 의연하게 서 있는 석물의 모습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조그만 돌확에 물을 가득 채워 소박한 연못을 만들어 두고, 석물 사이에는 앙증맞은 화초를 심었다.

옛 유물들의 고아한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호림박물관에서 그 진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도시의 소음을 한 자락 걷어낸 주택가 한 가운데 고요한 섬처럼 자리한 곳, 그곳이 바로 호림박물관이다.

*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월요일 휴관)
* 관람요금 일반 3,000원, 학생 1,000원
* 문의전화 02-858-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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