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23. 2001 | 19세기 말에서 오늘날까지 편찬된 한국 교과서 1백년사를 정리한 이종국의 《한국의 교과서 출판 변천 연구》(일진사)가 출간됐다. 각 시대별로 변화한 교과서 편찬 정책과 그 적용과정 속에서 격변기를 거친 한국 근대사의 단편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상대적으로 연구가 소홀했던 한국 교과서의 변천과정 외에도 교과서에 적용된 어문 정책의 변천, 교과서 편집·출판 형식 등을 조망하고 있어 총체적인 교과서 연구서라 할 만하다.
통치집단의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교과서
신식교육령이 발표된 1895년에 편찬된 최초의 근대적 국정교과서 《국민소학독본》에서 시작한 한국 교과서의 역사는 매시기 통치집단의 이데올로기와 밀접한 관련을 맺어왔다. 근대적 국민교육의 기반을 다지고자 했던 개화기에 이어 일본 강점기에 제작된 교과서는 조선인을 황국신민으로 동화시키기 위한 식민 정책의 수단으로 이용됐다. 광복 후 미군정청기와 6·25 전쟁을 거쳐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전쟁에 대한 극복의지와 반공 사상이 교과서에 반영됐다. 당시 제작된 전시 교재를 살펴보면, 초등학교용 교과서 이름이 《비행기》, 《탱크》, 《군함》 등으로 정해졌고, 《싸우는 우리나라》, 《침략자는 누구냐?》 등의 교과서도 있어 전쟁 이데올로기의 극단적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전후를 기점으로 해서 1954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7차 교육 과정기로 세분된 교육정책을 살펴보면, 제1차 교육 과정기(1954∼1963)에는 자주성과 생산성이 덕목으로 강조됐다. 제2차 교육 과정기(1963∼1973)에 박정희 정권이 내세운 새마을 정신이나, 제3차 교육 과정기(1973∼1981)에 국민교육헌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유신이념을 강조한 것도 통치체제의 유지를 위한 것이었다. 제4차 교육 과정기로 넘어오면서부터는 고도산업사회에 적합한 인간상이 부각됐다. 제7차 교육 과정기(1997∼)로 접어든 최근에는 정부주도형 교과서의 경직성을 벗어나기 위해 민간업체와 교육집단이 힘을 합쳐 이른바‘열린 교과서’를 선보이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교과용 도서용지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오늘날처럼 서적용 중질지(中質紙)를 속지로, 두툼한 백상지를 표지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였고, 그 이전까지는 갱지가 교과서 용지로 사용됐다. 그나마 6·25 전쟁 때는 용지 보급사정이 좋지 않아 국제연합 한국재건위원단(UNKRA)에서 지원을 받아야했다. 1951년부터 1955년까지 편찬된 교과서에 필수로 실렸던 ‘용지 원조에 대한 감사의 글’은 어려웠던 당시 상황을 말해준다. 고급지의 사용 뿐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도래에 따른 멀티미디어형 교재까지 등장한 오늘날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한국 교육 변천사 담은 전시도 함께 열려
《한국의 교과서 출판 변천 연구》는 546쪽의 방대한 분량이지만 참고도판이 실려있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그런 아쉬움은 7월 20일부터 8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미술관 제3전시실에서 열리는 ‘엄마·아빠 학교 다닐 적에…’에서 달랠 수 있다. 한겨레신문사와 교육사이트 ‘즐거운 학교’주최로 열리는 이 전시는 고문헌 수집가 양호열씨가 소장한 근·현대 교육자료 1만2천여 점 가운데 2천여 점을 선별해 조선시대(1500∼1890), 개화기(1895∼1910), 일제시대(1911∼1945), 미군정청시대(1945∼1948), 한국 전쟁기(1950∼1953), 근·현대(1955∼2000) 등 6개의 교육자료관으로 나눴다. 양호열씨는 “6·25 전쟁시 편찬된 《전시생활독본》과 군 문맹퇴치를 위해 편찬된 《군용 셈본》, 60년대 교과서로 전후 위생을 중시한 《보건》과 반공사상을 고취시키는 《승공》, 70년대 교과서에 등장하는 국민교육헌장과 새마을 운동 등 교과서를 살펴보면 당시의 시대상을 짐작할 수 있다”며 “이번 전시가 옛 추억을 되살리는 어른들은 물론 과거의 역사를 경험하지 못한 어린이들에게 유용한 체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교과서 이외에도 전과류 등의 옛 참고서, 일제시대부터 현대의 《탐구생활》에 이르는 방학책의 변천과정이 흥미롭다. 조선시대의 서당과 1960∼70년대의 교실을 재현해 관람자들이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일제시대부터 1970년대까지 사용됐던 옛 교복과 가방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입장료 어른 3천원, 초·중·고등학생 2천원. 문의 02-2126-8454.
통치집단의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교과서
신식교육령이 발표된 1895년에 편찬된 최초의 근대적 국정교과서 《국민소학독본》에서 시작한 한국 교과서의 역사는 매시기 통치집단의 이데올로기와 밀접한 관련을 맺어왔다. 근대적 국민교육의 기반을 다지고자 했던 개화기에 이어 일본 강점기에 제작된 교과서는 조선인을 황국신민으로 동화시키기 위한 식민 정책의 수단으로 이용됐다. 광복 후 미군정청기와 6·25 전쟁을 거쳐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전쟁에 대한 극복의지와 반공 사상이 교과서에 반영됐다. 당시 제작된 전시 교재를 살펴보면, 초등학교용 교과서 이름이 《비행기》, 《탱크》, 《군함》 등으로 정해졌고, 《싸우는 우리나라》, 《침략자는 누구냐?》 등의 교과서도 있어 전쟁 이데올로기의 극단적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전후를 기점으로 해서 1954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7차 교육 과정기로 세분된 교육정책을 살펴보면, 제1차 교육 과정기(1954∼1963)에는 자주성과 생산성이 덕목으로 강조됐다. 제2차 교육 과정기(1963∼1973)에 박정희 정권이 내세운 새마을 정신이나, 제3차 교육 과정기(1973∼1981)에 국민교육헌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유신이념을 강조한 것도 통치체제의 유지를 위한 것이었다. 제4차 교육 과정기로 넘어오면서부터는 고도산업사회에 적합한 인간상이 부각됐다. 제7차 교육 과정기(1997∼)로 접어든 최근에는 정부주도형 교과서의 경직성을 벗어나기 위해 민간업체와 교육집단이 힘을 합쳐 이른바‘열린 교과서’를 선보이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교과용 도서용지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오늘날처럼 서적용 중질지(中質紙)를 속지로, 두툼한 백상지를 표지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였고, 그 이전까지는 갱지가 교과서 용지로 사용됐다. 그나마 6·25 전쟁 때는 용지 보급사정이 좋지 않아 국제연합 한국재건위원단(UNKRA)에서 지원을 받아야했다. 1951년부터 1955년까지 편찬된 교과서에 필수로 실렸던 ‘용지 원조에 대한 감사의 글’은 어려웠던 당시 상황을 말해준다. 고급지의 사용 뿐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도래에 따른 멀티미디어형 교재까지 등장한 오늘날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한국 교육 변천사 담은 전시도 함께 열려
《한국의 교과서 출판 변천 연구》는 546쪽의 방대한 분량이지만 참고도판이 실려있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그런 아쉬움은 7월 20일부터 8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미술관 제3전시실에서 열리는 ‘엄마·아빠 학교 다닐 적에…’에서 달랠 수 있다. 한겨레신문사와 교육사이트 ‘즐거운 학교’주최로 열리는 이 전시는 고문헌 수집가 양호열씨가 소장한 근·현대 교육자료 1만2천여 점 가운데 2천여 점을 선별해 조선시대(1500∼1890), 개화기(1895∼1910), 일제시대(1911∼1945), 미군정청시대(1945∼1948), 한국 전쟁기(1950∼1953), 근·현대(1955∼2000) 등 6개의 교육자료관으로 나눴다. 양호열씨는 “6·25 전쟁시 편찬된 《전시생활독본》과 군 문맹퇴치를 위해 편찬된 《군용 셈본》, 60년대 교과서로 전후 위생을 중시한 《보건》과 반공사상을 고취시키는 《승공》, 70년대 교과서에 등장하는 국민교육헌장과 새마을 운동 등 교과서를 살펴보면 당시의 시대상을 짐작할 수 있다”며 “이번 전시가 옛 추억을 되살리는 어른들은 물론 과거의 역사를 경험하지 못한 어린이들에게 유용한 체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교과서 이외에도 전과류 등의 옛 참고서, 일제시대부터 현대의 《탐구생활》에 이르는 방학책의 변천과정이 흥미롭다. 조선시대의 서당과 1960∼70년대의 교실을 재현해 관람자들이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일제시대부터 1970년대까지 사용됐던 옛 교복과 가방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입장료 어른 3천원, 초·중·고등학생 2천원. 문의 02-2126-8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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