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20. 2001 |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란 어느 범주까지를 포함하는 것일까? 다소 모호할 수도 있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40명의 구상화가들이 그림으로 풀어냈다. 7월 7일부터 8월 15일까지 인사동 갤러리상에서 열리는 ‘한양에서 서울까지, 40일간의 여행’전은 서울 내의 대표적인 사적지 외에도 수려한 자연경관, 서울시민의 생활터전까지 광의의 문화유산으로 정의한 구상회화 40점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상 전시기획팀이 선정한 문화유산 후보지 1백 20여 곳을 40명의 작가들이 각자 3∼4곳씩 배정받아 현장답사를 실시하고, 자신의 작업과 부합되는 장소를 한 곳씩 선택해 작품 제작에 들어갔다. 참가작품은 구체적인 형상을 갖는 평면회화작품으로 한정됐지만, 구상작품이라고 해서 단순히 대상을 똑같이 그려내는 데 그치지는 않는다. 극사실적인 그림에서부터 표현적인 붓질로 쓱쓱 그려낸 그림까지 작가의 개성에 따라 그 표현방식이 다채롭다. 평면작업으로 그 영역을 한정해놓기는 했지만 캔버스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려내는 밑바탕으로 한지 부조, 오래된 나무판, 컴퓨터프린팅까지 도입해 새로운 모색을 시도하는 구상미술작가들의 다양한 시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 속에 많이 등장하는 장소는 경복궁이나 창경궁 같은 고궁이나 20세기 초에 세워진 정동 제일교회, 명동성당 등 각종 사적으로 지정된 곳이다. 또 그동안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적들이 새롭게 부각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조환이 시원시원한 붓질로 그려낸 종로 홍지동의‘탕춘대성’이나, 이승하가 그린 삼청동의 ‘번사창’, 박동윤이 그린 현대 사옥 앞의 ‘관상감 관천대’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또한 남대문 시장에서 한가로이 앉아있는 촌로들의 모습을 민화풍으로 그린 김철성의 수묵채색화나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광주리를 머리에 인 수더분한 아낙네를 담은 김수익의 유화, 마치 광각렌즈를 통해 본 듯 번잡한 인사동 거리를 그려낸 안호균의 수묵화는 어떤 곳이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색만 살아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문화유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북촌 한옥마을이 오늘날 옛 시절을 추억하는 하나의 상징물로 남은 것처럼, 시대가 변화하면서 미래의 문화유산이 될 장소들을 미리 되새겨보는 의미도 있다.
이번 전시는 넓은 의미에서 서울의 문화유산이란 개념에 접근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성되고 변화되는 서울의 모습을 포괄적으로 담았다. 과거의 사적뿐만 아니라 서울의 수려한 자연경관이나 시민들의 생활터전 등도 미래에는 서울 문화유산의 일부가 되리라는 견해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서울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전시기간 중 매일 오후 3시(월요일 제외)에는 작품설명회가 열린다. 또 전시된 40점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장소를 실제로 탐방해 사진을 찍어온 사람들 중 4명을 추첨, 각각 서양화 소품 1점을 증정하는 이벤트가 마련된다. 관람료 성인 2천원, 학생 1천원.(02-730-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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