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18년부터 대공황 직전인 1929년까지, 1920년대 미국 사회의 단면을 다각도에서 조망한 <원더풀 아메리카>(앨피)가 출간됐다.
1931년 출간되어 미국사의 고전으로 평가되는 이 책을 흥미롭게 하는 건, ‘하퍼스 매거진’ 편집자 출신인 프레드릭 루이스 알렌의 글맛이다. 역사서로 분류하기에 아까울 만큼 이 책은 눈에 착착 감긴다. 특히 1919년 스미스 부부의 하루 일과로 당시 풍경을 재현한 책의 첫머리는, 오래된 흑백TV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책장을 슬쩍 타넘어 제1차 세계대전 종전 무렵의 미국 속으로 들어가 보자. 윌슨 대통령의 이상주의가 몰락한 미국에서는, 히스테리에 가까운 애국주의의 출현으로 ‘빨갱이(볼셰비키) 사냥’이 활개를 쳤다. 백인 남성 개신교도들의 ‘KKK단(쿠클럭스 클란)’이 유색인종이나 소수자들에게 초법적인 테러를 자행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시절이었다. 여기에 반노동적 정책이 증가하면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항의하는 파업과, 이를 억누르는 자본가들의 대립이 이어진 격동의 시기이기도 했다.
‘원더풀 아메리카’는 이와 같은 정치 사회적 풍경을 전하면서, 동시에 본격적으로 대두된 대중소비문화의 흐름에도 눈을 돌린다. 1920년 최초의 라디오방송국이 개국했고, 1921년 베이브 루스가 59개의 홈런 기록을 세워 스포츠 열풍을 불러일으켰으며, 타블로이드 신문은 연일 가십거리를 제공했다.
소년처럼 단발머리를 하고 프리섹스를 주장하며 등장한 신여성 ‘플래퍼’들은 흥겨운 스윙재즈에 몸을 맡기거나, 색소폰 연주에 맞춰 남성과 몸을 부비며 폭스트롯을 췄다(춤출 때 짧은 주름치마가 펄럭대는 모양을 비꼰 ‘플래퍼’란 속어는, 한국의 되바라진 신여성을 가리키는 ‘후랏빠’란 말로 변용되기도 했다). 흥청망청한 사회 분위기는 1920년대 중후반 이른바 ‘쿨리지 시대’의 호황을 타고 정점에 이른다.
미국 역사상 ‘가장 특별했던 시대’의 비공식적 기록
1920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한 금주법이 어떻게 주류밀매업자의 배를 채워주는 수단이 됐는지 보여주는 부분도 흥미진진하다. 밤만 되면 대형 모터보트로 위스키 뱃짐을 나르는 선박들과, 밀수 칵테일 파티를 여는 상류층이 있었고, 방탄자동차로 거리를 활보하며 이권을 확장시켜온 시카고의 밀주업자 알 카포네 일당이 있었다.
이밖에 플로리다 주의 광적인 부동산 투기 열풍, 주식시장의 대활황과 1929년 ‘블랙 튜즈데이’에 벌어진 최악의 주가 대폭락 등은 오늘날의 한국 현실에 대조해가며 읽어도 재미가 쏠쏠하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주식투자에 열 올리던 당시 미국인들과, 몇 십여 년이 흐른 오늘날 한국의 모습은 얼마나 잘 들어맞는가. “부자 되세요”란 말이 최고의 덕담이 된 세상이니 말이다.
흔히 원서만한 번역서가 없다지만, 이 책은 적어도 그런 평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독자들이 좀처럼 떠올리기 어려운 동시대 미국의 풍경을 재현하기 위해, 원저에는 없는 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 수백여 점, 관련 주석을 추가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기 때문이다. 당대의 신문, 잡지 등의 자료를 수집해 현장성을 살린 원저자의 글에, 편집자의 수고가 더해 책이 한층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역자도 지적했듯 관찰 대상이 도시 중상류층에 국한되어 있고, 다분히 백인 중심주의적 시각에서 쓴 책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강대국으로 떠오른 미국의 정체성이 어떻게 확립되었는지 보여주기에 이 책은 매력적이다.
1931년 출간되어 미국사의 고전으로 평가되는 이 책을 흥미롭게 하는 건, ‘하퍼스 매거진’ 편집자 출신인 프레드릭 루이스 알렌의 글맛이다. 역사서로 분류하기에 아까울 만큼 이 책은 눈에 착착 감긴다. 특히 1919년 스미스 부부의 하루 일과로 당시 풍경을 재현한 책의 첫머리는, 오래된 흑백TV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책장을 슬쩍 타넘어 제1차 세계대전 종전 무렵의 미국 속으로 들어가 보자. 윌슨 대통령의 이상주의가 몰락한 미국에서는, 히스테리에 가까운 애국주의의 출현으로 ‘빨갱이(볼셰비키) 사냥’이 활개를 쳤다. 백인 남성 개신교도들의 ‘KKK단(쿠클럭스 클란)’이 유색인종이나 소수자들에게 초법적인 테러를 자행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시절이었다. 여기에 반노동적 정책이 증가하면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항의하는 파업과, 이를 억누르는 자본가들의 대립이 이어진 격동의 시기이기도 했다.
‘원더풀 아메리카’는 이와 같은 정치 사회적 풍경을 전하면서, 동시에 본격적으로 대두된 대중소비문화의 흐름에도 눈을 돌린다. 1920년 최초의 라디오방송국이 개국했고, 1921년 베이브 루스가 59개의 홈런 기록을 세워 스포츠 열풍을 불러일으켰으며, 타블로이드 신문은 연일 가십거리를 제공했다.
소년처럼 단발머리를 하고 프리섹스를 주장하며 등장한 신여성 ‘플래퍼’들은 흥겨운 스윙재즈에 몸을 맡기거나, 색소폰 연주에 맞춰 남성과 몸을 부비며 폭스트롯을 췄다(춤출 때 짧은 주름치마가 펄럭대는 모양을 비꼰 ‘플래퍼’란 속어는, 한국의 되바라진 신여성을 가리키는 ‘후랏빠’란 말로 변용되기도 했다). 흥청망청한 사회 분위기는 1920년대 중후반 이른바 ‘쿨리지 시대’의 호황을 타고 정점에 이른다.
미국 역사상 ‘가장 특별했던 시대’의 비공식적 기록
1920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한 금주법이 어떻게 주류밀매업자의 배를 채워주는 수단이 됐는지 보여주는 부분도 흥미진진하다. 밤만 되면 대형 모터보트로 위스키 뱃짐을 나르는 선박들과, 밀수 칵테일 파티를 여는 상류층이 있었고, 방탄자동차로 거리를 활보하며 이권을 확장시켜온 시카고의 밀주업자 알 카포네 일당이 있었다.
이밖에 플로리다 주의 광적인 부동산 투기 열풍, 주식시장의 대활황과 1929년 ‘블랙 튜즈데이’에 벌어진 최악의 주가 대폭락 등은 오늘날의 한국 현실에 대조해가며 읽어도 재미가 쏠쏠하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주식투자에 열 올리던 당시 미국인들과, 몇 십여 년이 흐른 오늘날 한국의 모습은 얼마나 잘 들어맞는가. “부자 되세요”란 말이 최고의 덕담이 된 세상이니 말이다.
흔히 원서만한 번역서가 없다지만, 이 책은 적어도 그런 평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독자들이 좀처럼 떠올리기 어려운 동시대 미국의 풍경을 재현하기 위해, 원저에는 없는 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 수백여 점, 관련 주석을 추가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기 때문이다. 당대의 신문, 잡지 등의 자료를 수집해 현장성을 살린 원저자의 글에, 편집자의 수고가 더해 책이 한층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역자도 지적했듯 관찰 대상이 도시 중상류층에 국한되어 있고, 다분히 백인 중심주의적 시각에서 쓴 책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강대국으로 떠오른 미국의 정체성이 어떻게 확립되었는지 보여주기에 이 책은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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