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학이 학문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10여 년에 지나지 않는다. 1895년 출간된 요젭 브로이어·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공저 ‘히스테리에 대한 연구’를 초석삼아 시작된 정신분석학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1900), ‘정신분석입문’(1917)을 계기로 획기적인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꿈을 욕망의 억압으로 도식화한 프로이트의 이론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칼 구스타프 융의 분석심리학이다. 프로이트가 콤플렉스의 역기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융은 전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집단 무의식의 상징성과 창조성에 주목하고, 그 속에 등장하는 원형의 이미지를 발견해 인간 내면의 대극적 요소를 통합하는데 더 큰 관심을 쏟았다.

<인간과 상징>(열린책들)은 이와 같은 융 학파의 이론과 실제 적용 사례를 집대성한 역작이다. 이 책에서는 외향성과 내향성, 아니마와 아니무스, 원형과 집단 무의식, 페르소나와 그림자, 자기(self)와 자아(ego) 등 기본 개념을 소개하면서, 그 개념들이 어떻게 확장되는지 보여준다.

1961년 사망한 융이 병상에 눕기 열흘 전에 극적으로 완성한 첫 번째 장 ‘무의식에의 접근’은 이 책의 도입부로서, 무의식의 중심에 있는 원형과 상징의 세계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융에 따르면, 무의식은 개인의 삶 속에서 의식이 차지하고 있는 영역만큼이나 무한히 넓고 풍부한 세계를 확보하고 있다. 융은 이처럼 망망대해와 같은 인간의 꿈속을 유영하면서, 무의식의 또 다른 표현 언어인 상징을 이끌어낸다.

이밖에 고대 신화와 현대인(조셉 헨더슨), 개성화의 과정(마리 루이제 폰 프란츠), 시각예술에 나타난 상징성(아니엘라 야페), 개인 분석에 나타난 상징(욜란드 야코비) 등 각각의 장을 통해 원형과 상징, 무의식이라는 매혹적인 세계의 비의를 파헤치는 과정은 자못 흥미롭다. 특히 분석심리학의 기본 개념을 정립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이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해가면서 통합을 꿈꾸는 과정을 추적한 폰 프란츠의 글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간과 상징’은 심리학을 넘어 신화, 종교, 예술과 연계되면서 그 의미가 더욱 풍부해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발견의 즐거움이 있기에 이 책은 단순한 심리학 개론서와는 차별화된다. 특히 고대 그리스 조각상으로부터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 현대의 광고 포스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삽화에 이르기까지 500여 점에 달하는 풍부한 관련 도판은 마치 미술 서적을 읽는 듯한 시각적인 즐거움마저 덤으로 제공한다.

책에 수록된 그림 중에서 인간의 내면에 내재된 원형상을 드러내는 상징성이 강한 예술로 만다라를 들 수 있는데, 융 자신도 내면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창 삼아 직접 만다라를 즐겨 그렸다고 한다. 우주의 원리를 상징하는 완전한 원 속에 다양한 색채와 형상으로 표현된 형상을 바라보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만다라는 오늘날 미술 심리 치료의 일환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융의 분석심리학이 활용되고 있는 또 다른 사례를 찾아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심심풀이 심리테스트가 아니라, 진짜 자신의 모습을 파악하고 싶다면 융의 심리학 이론을 응용한 MBTI 성격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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