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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사진은 더 이상 예술의 하녀가 아니다-제1회 사진·영상 페스티벌

by 야옹서가 2001. 7. 12.

Jul. 12. 2001
|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와 토탈미술관에서 7월 22일까지 ‘2001 포토페스티벌 제1회 사진·영상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적인 개념의 사진을 비롯해 영상·설치 등의 장르와 결합된 사진을 보여주는 36명의 작품 1백20여 점이 전시된다.
가나아트센터 개관 이래 처음으로 열리는 페스티벌 형식의 대규모 사진전인 만큼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쟁쟁한 작가들이 참여했다. 구본창, 배병우, 오형근, 황규태 등 국내 중견작가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신디 셔먼, 안드레 세라노, 쉬린 네샤트 등의 해외 사진작가, 그리고 빌 비올라, 게리 힐, 토니 아워슬러 등의 영상작가에 이르기까지 현대사진계를 대표하는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유치했다.

‘예술의 미천한 하녀’에서 독립된 예술장르로
보들레르의 표현을 빌자면, 사진은 19세기까지만 해도 ‘예술의 미천한 하녀’였다. 그러나 고전적인 회화주의 사진부터 포토저널리즘 사진, 사진과 오브제가 유기적 관계를 맺는 설치작품, 정적인 사진에 움직임을 부여한 영상작품 등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면서 사진은 현실의 기계적 재현을 넘어서 독립된 예술장르로 자리잡았다.

제1회 사진·영상페스티벌은 이처럼 다채로워진 사진의 영역을 효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가나아트센터와 토탈미술관의 두 장소로 나눠 전시했다. 먼저 가나아트센터 전관에 전시된 순수예술사진 1백여 점은 평면성을 유지한 ‘사진으로서의 사진(Photo as Photo-scape)’의 범주에 속한다. 작가들이 피사체에 접근하는 방법은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사진부터 회화를 모방한 사진까지 다양하지만 모두 ‘연출’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같은 대상이라도 어떤 관점에서 사진을 촬영했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안드레 세라노가 찍은 산타클로스 사진은 흰 수염을 기른 인상 좋은 백인이 있어야 할 자리에 레게머리를 한 중년 흑인을 배치해 인종에 대한 편견을 풍자한다. 한 장의 사진을 찍을 때마다 역할극 속의 주인공으로 분장해 셀프 포트레이트를 찍는 신디 셔먼의 작품이나, 실제 상황인양 과장되고 경직된 인물을 등장시키는 김상길의 작품은 작가의 개입에 따라 현실이 재해석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 토탈미술관에 전시된 영상·사진설치작품 20여 점은 ‘설치로서의 사진(Photo as Installation)’과 ‘사진 그 이상의 사진(Photo as extra-photo)’으로 분류된다. 가나아트센터에 전시된 작품들이 시각에 호소한다면, 토탈미술관에 전시된 2, 3부 작품들은 설치미술과 결합하면서 공감각적 감상이 가능하게끔 한다. 대표적인 예로 원혜원의 작품을 들 수 있는데, 허브의 일종인 로즈마리를 찍은 사진과 홀로그램을 함께 전시하고, 바닥에는 실물의 로즈마리 잎을 깔아 시각, 청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동원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동영상을 스틸 사진의 연결로 봤을 때 영상작업을 하는 작가들 역시 사진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는 관점에서 토니 아워슬러나 우디 바슐카, 게리 힐, 빌 비올라 등의 작품도 사진·영상페스티벌에 포함됐다.

다큐멘터리 사진전, 예술영화 상영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
이번 전시를 기획한 가나아트센터 기획연구원 김민성씨는 “국내 사진은 사진미학의 탐구와 사진시장의 가능성 탐구라는 두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포토페스티벌을 연례행사로 정착시켜 사진을 꾸준하게 논의할 수 있는 대규모 기획전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이번 전시는 ‘사진·영상 페스티벌’이라는 전시명칭에 걸맞게 본전시 외에 다채로운 부대행사를 준비해 눈길을 끈다. 지난 6월 28일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내 최초의 사진전문경매를 시작으로, 7월 13일 오후 2시에 하우아트갤러리 디렉터 진동선씨의 사진강의가, 20일 오후 2시에 사진평론가 이영준, 최봉림씨의 사진포럼이 열린다. 21일 오후 7시 30분에는 재즈 아티스트들의 사진을 감상하며 재즈 공연을 즐길 수 있는‘사진, Jazz로의 초대’시간이 마련됐다. 그밖에도 전시기간 중 일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매시 정각에 가나아트센터 아카데미홀에서 사진 다큐멘터리를, 매주 토·일요일(7월 21일·22일 제외) 오후 7시 30분에 야외공연장에서 유럽 예술영화를 볼 수 있다. 입장료 성인 2천원, 학생 1천원. 문의전화 02-3217-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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