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동네마다 간혹 미친 여인네들이 거리를 배회하곤 했다. 산발한 머리에 꽃을 꽂고, 흐트러진 옷 사이로 가슴이 비치는 줄도 모르고 휘청거리며 배시시 웃던 여인들. 아기라도 잃었는지 베개를 소중히 끌어안거나 유모차에 인형을 태우고 비척비척 걷는 모습에선 애잔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얼마나 큰 상흔이 그 여인을 저렇듯 파괴한 것일까.

성곡미술관 별관에서 다음달 3일까지 열리는 사진작가 박영숙(65)의 ‘미친년 프로젝트’에서는 이처럼 상처 입은 미친 여성의 모습, 나아가 신들린 듯 열정적으로 세상과 맞서는 여성의 모습이 사진으로 재구성되어 펼쳐진다. 박영숙 씨는 여성단체 ‘또 하나의 문화’와 ‘여성문화예술기획’에 몸담으면서 20여 년간 한국의 ‘1세대 페미니스트 문화운동가’로 활동한 것으로 유명하다. 작가가 제1회 여성미술제(1999)에서부터 선보인 ‘미친년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번 전시는 단순히 ‘미친 여자들’의 형상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미칠 수밖에 없었던’ 사회를 살아온 여성들의 상흔을 어루만지려는 시선을 담았다.

박영숙씨는 전시 서문에서 “미친년 프로젝트는 전통문화, 윤리, 도덕, 사회제도, 정책 등 남성 지배문화가 여성들을 어떻게 억압해 왔고 어떻게 세뇌시켜 왔으며 어떤 삶을 살아오게 했었는지를 글이 아닌 이미지로 말하고 몸으로 폭로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다소 과격한 듯한 전시 제목처럼 그의 사진작업은 모든 관람자에게 친숙하지만은 않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복잡다단함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의 사진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미친 여자를 의미하는 ‘꽃’이 억눌린 땅에서도 생명을 피워내는 힘의 상징으로 되살아나고 ‘마녀’라는 키워드에서는 여성의 숨은 잠재력을 찾아내는 박영숙의 사진은 충분히 되씹어볼 만 하다.

기존작과 더불어 올해 새롭게 제작한 ‘꽃이 그녀를 흔들다’와 ‘내 안의 마녀’ 연작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페미니스트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박영숙의 사진 작업을 이해하는 또 다른 키워드다. 마력 넘치는 검은 드레스를 입은 신학자 현경 교수,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출연했던 배우 김지숙, 예지원 등 각계 유명 인사부터 평범한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등장인물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사진 속에서 ‘미친년’ 연기를 하며 타인의 상흔(trauma)을 끌어안는 페미니스트들의 모습은 예술로 여성 간의 연대를 꿈꾸는 작가의 바람이 상징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전시 관람료는 일반 3000원, 만 3세~고등학생 2000원. 문의전화 02-737-7650.

자식을 끌어안듯 베개를 안은 여인은 멍한 눈으로 초점 없이 어딘가를 응시한다. 소중한 아기를 잃은 것일까. 자식을 잃은 여인은 자기 자신이 가장 큰 고통을 받으면서도 사회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이중의 죄인’ 취급을 받는다. 

 잠옷에 헐렁한 웃옷만 걸친 채 정원으로 걸어 나오는 여성의 얼굴은 깊은 상념에 잠겼다. 마치 보이지 않는 깊은 물속으로 한 발짝 걸어 들어가는 것처럼 비장한 모습이다. 

앞섶은 풀어헤친 셔츠 하나만 덜렁 걸치고 나와 배시시 웃음을 흘리는 저 여인의 얼굴. 활짝 핀 꽃에 담긴 봄기운이 갇힌 그녀를 세상 밖으로 이끌고 나온다.  
 

페미니스트 신학자로 널리 알려진 현경 교수는 마력 넘치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두 손을 모은 채 당당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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