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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친환경 웨딩드레스

by 야옹서가 2006. 9. 13.
옥수수로 웨딩드레스를 만들 수 있을까? 서울 논현동 T스페이스에서 10월 8일까지 열리는 ‘대지를 위한 바느질’전에서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이색 웨딩드레스를 감상할 수 있다. 환경 친화적 의상을 디자인하며 녹색결혼식 운동을 펼치는 그린디자이너 이경재(27) 씨를 만났다.

국민대 디자인대학원에서 그린디자인을 전공한 이경재 씨가 만든 이 드레스들은, 땅에 묻으면 5주 내로 분해되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었다. 1회성 의복이면서도 과소비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어온 웨딩드레스 원단을, 환경 친화적 재료로 대체한 발상이 독특하다.

원료가 옥수수라고는 하지만, 부드러운 촉감이나 은은한 백색 광택은 비단과 흡사하다. 하지만 이경재 씨도 처음부터 이런 원단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환경 친화적 재료를 찾아보다가, 2005년 가을쯤 생분해성 비닐 원단을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런 의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본 게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성 비닐이었어요. 땅에 묻으면 5주 이내에 다 분해되는 재질이죠.  1회용 옷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처음엔 우비를 만들었어요. 그러다 똑같은 1회용이면서도 과소비의 상징이 된 웨딩드레스 원단으로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죠.”


웨딩드레스 재료인 옥수수가 한 무더기를 이뤘다. 장식된 흰 천 역시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것.


치렁치렁 늘어지는 드레스 대신, 활동성을 강조한 깜찍한 디자인이다. 드레스는 비닐 재질에 가까운 얇은 원단으로 제작하고, 모자는 비단과 흡사한 재질을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처음에 사용했던 1회용 용기를 만드는 생분해성 비닐 원단은 역시 소재의 한계가 있었다. 방수 기능이 있어 우비로는 적합했지만, 촉감이나 통풍성이 천보다 못해 웨딩드레스로 입기에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고민하던 이경재 씨는 2005년 말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에코프로덕트’ 행사에서 옥수수 전분으로 원단을 만드는 도래이 사를 알게 됐다. 원단 실물은 보지 못했지만, 실을 만드는 필라멘트가 전시되어 있었던 것이다. 즉시 친환경 드레스를 만들고 싶다는 취지를 설명하고 샘플을 요청했다.


한국에 돌아와 받아본 원단은 기대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웠다. 부드러운 촉감, 은은한 광택은 웨딩드레스를 만들기에 꼭 맞는 재료였다. 바로 원단을 공수해 드레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옥수수 원단 외에 모시, 명주 등 천연 직물을 함께 사용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예식이 끝난 후 장식을 떼고 명주 재킷을 걸치면, 피로연복으로 입을 수 있게 디자인했다. 옥수수 원단 외에 천연 직물을 함께 사용해 장식성을 살렸다. 재킷은 천연 소재인 명주에 황백 염색을 했고, 모시 옷고름은 쪽과 황백으로 염색했다.

디자인 면에서도 과다한 장식과 부피를 줄여 간소한 결혼식을 지향하는 의도를 살렸다. 치렁치렁 거추장스럽게 늘어지는 대형 치마 대신, 활동성을 강조하면서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탈부착이 가능한 장식을 떼어내면 피로연복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한 드레스도 선보였다.  


9월 16일 친환경 결혼식을 올릴 예비 신부의 드레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녹색 허리장식을 덧붙였다.

친환경 소재로 웨딩드레스를 만들면서 혼례 문화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다는 이경재 씨는, 이번 전시를 녹색결혼식 운동을 전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오는 9월 16일에는 그의 친환경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릴 예비부부도 있다. 성정기·김민경 씨가 그들이다. 두 사람은 친환경 결혼 서약을 하고, 드레스 구입비용을 환경단체에 전액 기부하기로 해 더욱 뜻 깊다.

 


초창기 생분해성 비닐 원단으로 제작했던 드레스. 비치는 소재의 특성을 살려 박음질 자국도 장식으로 활용했다.

앞 드레스의 등 부분. 세로로 길게 늘어지는 치맛단은 옥수수 잎을 연상시킨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와의 대화, 친환경 결혼식, 웨딩드레스 입어보기 등의 부대행사를 연다. 전시 기간 중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되며,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에는 5~10세 자녀와 엄마가 함께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는 기회도 주어진다.

한편 전시 폐막 하루 전인 10월 7일 오후 2시에는 국내 거주 외국인 중 결혼식을 치르지 못하고 사는 부부 1쌍을 선정해 무료 결혼식도 열어준다. 모든 행사는 www.ecodress.net에서 신청서를 다운받아 작성한 후 이메일로 신청하며, 선착순 마감한다. 관람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7시, 관람료는 없다. 문의전화 02-3475-6448.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친환경 웨딩드레스와 함께 한 이경재 씨. 디자이너이면서도 강원도로 귀농해 청국장집을 운영하고 있다.




옥수수와 나무 껍질, 나무 토막 등으로 꾸며 숲속 전시장 같은 전시 전경이 독특하다.

옥수수 싹을 심은 도자기 화분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미세한 흠 때문에 폐기처분된 도자기 400개를 협찬 받아 재활용한 것이다. 이 화분들은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줄 계획이다.



땅에 묻으면 5주 이내에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옥수수 전분 원단의 특성을 보여주는 퍼포먼스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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