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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공포감 조성하는 거문도 길고양이 뉴스 '씁쓸'

by 야옹서가 2008. 10. 11.
“떼로 몰려다니며” , “사람을 노려보는 눈매가 매섭습니다.” 거문도 길고양이 문제를 보도하는 기자의 말이다. 3분 남짓한 뉴스의 마무리는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밤중에 거리를 횡단하는 고양이를 배경으로 음산한 음악이 들려오다가, 갑자기 장면이 전환되면서 고양이가 입을 쫙 벌리는 모습과 기괴한 울음소리가 교차된다. 거부감이 드는 모습만 골라서 편집하니, 길고양이에 대해 아무 감정이 없던 사람도 뉴스만 본다면 고양이가 싫고 무섭게 느껴질 법하다. 아직은 살육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거문도 길고양이에게 피바람이 불겠구나 싶다. (뉴스 링크-아직 못 보신 분은 동영상을 보고 아래 글을 읽어주세요.)

뉴스에 나왔으니 ‘진실’? 그러나 진실도 편집된다

‘뉴스는 진실을 보도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그 진실은 어떤 관점으로 편집되는지에 따라 다른 의미로 전달된다. 쉬운 예로 조·중·동 1면과, 한겨레·경향 1면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예컨대 촛불시위를 기사화할 때도, 조·중·동이 ‘무자비한 시위대’에 둘러싸인 ‘불쌍한(?) 전경’을 대문짝만하게 실을 때, 한겨레·경향은 ‘전경들이 내갈기는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는 시위대’를 포착한다. 조·중·동만 보는 사람들은 깡패 같은 ‘촛불좀비’들 때문에 나라가 개판이라 하고, 한겨레·경향을 보는 사람들은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자비한 폭력에 치를 떤다. 그러나 적어도 뉴스 보도에 있어서 절대적인 진실은 없다. 어떤 관점에서 편집된 것인지에 따라 그 진실은 온전히 전달되기도 하고, 왜곡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보도된 한 길고양이 뉴스의 자료화면. 같은 뉴스도 어떤 시각으로 편집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8년 전의 ‘거문도 길고양이 대학살’이 곧 재연된다

불과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거문도에는 고양이가 없었다. 거문도 섬고양이는 원래 육지 고양이였다. 쥐를 잡아보자는 마음에 주민들이 뭍에서 들여온 고양이가 번식해, 지금에 이른 것이다. 섬 주민들은 “길고양이 때문에 생선도 안심하고 말리지 못하고, 고양이의 발정기 울음소리 때문에 소름이 끼친다”고 한다. 그러니, 어차피 인간을 위해 쥐를 잡아줄 것도 아니고, 생선이나 축내기 쉬운 길고양이들은 천덕꾸러기가 된 것이다. 그 고양이들 중 누구도 자발적으로 섬에 온 녀석들은 아무도 없었는데, 결국 이런 식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8년 전에 거문도 고양이 500여 마리가 이런 방식으로 도살처분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8년 전에 아무 효과를 보지 못한 그 방법을 똑같이 사용해서, 지금 다시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또다시 고양이를 죽이겠다는 것이다.


왜 ‘길고양이가 다시 생긴 이유’를 조사하지 않았을까?

나는 길고양이를 다룬 이 뉴스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한 가지 사실’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8년 전에 길고양이가 이미 대규모로 학살되어 씨가 말랐다면, 거문도에는 길고양이가 더 이상 없어야 옳다. 그런데 왜 오히려 이전보다 더 늘어난 걸까? 예전에는 500마리, 지금은 780마리라니 말이다. 일부러 육지에서 길고양이를 데려온 사람도 없을 텐데..

결론은 섬 주민들이 기르던 집고양이가 버려지거나, 혹은 가출해서 길고양이가 되었다는 말이 된다. 이 말은, 지금 길고양이를 모조리 잡아 없앤다 해도, 결국 또다시 몇 년 뒤에 그런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여기서 길고양이 살육의 고리를 끊는 중요한 단서가 있다. 즉 집고양이가 길고양이로 되는 이유를 먼저 파악하고, 이를 막아야 한다는 거다. 
 

거문도 집고양이들의 중성화수술이 시급하다

거문도의 집고양이들은 왜 집을 나갈까? 그네들만 유달리 야생성이 강해서? 통계를 내볼 수 없어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섬 주민들 중에 집고양이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켜준 세대는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발정기가 되면 번식본능에 사로잡혀 이성 고양이를 찾아 밖으로 나가게 된다. 고양이가 밖으로 절대 나다니지 못하게끔 엄격히 문단속을 하지 않는다면, 고양이는 쉽게 집을 나간다. 짝짓기만 하고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겠지만, 길고양이 무리에 섞여 살아가게 된 집고양이도 있을 것이다. 그럼 당장 쥐를 잡아줄 고양이가 필요한 가정에서는 또 어디선가 고양이를 얻어올 테고, 그러다 그 중에 중성화 수술이 안 된 고양이가 집을 나가면 또다시 길고양이가 되고, 새끼를 낳고...결국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중성화 수술을 한 고양이는 짝짓기를 위한 가출행동이 줄어들고, 발정기 울음소리도 내지 않는다. 만약 집을 나가 가출고양이가 되었다고 해도, 이미 중성화 수술이 되었기에 개체 증식을 할 우려도 없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 중성화 수술이 아니라, 정부 지원하에 진행되는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이라면,  길고양이 살육에 쓰일 정부 예산의 일부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그럼 당장 눈에 밟히는 길고양이 780여 마리는 어떻게 처리할 거냐고 물을 것이다. 하지만 곧 겨울이 온다.  많은 길고양이들이 추위에 얼어죽고, 먹을 것을 찾지 못해 자연 도태되는 계절이다. 일제히 도살처분하는 것에 비하면, 그렇게 자연도태되는 고양이들의 수를 비교해보면 미미할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그렇게 죽어가는 것이 고양이 입장에서는 힘겨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고양이에게 만약 선택권을 준다면, 그들 역시 자신이 누군가에 의해 죽는 길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 당장 길고양이들을 살육하기보다, 도살처분을 조금 더 유보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보면 안될까?
물론 거문도에서 살아가는 분들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고양이들이 불편하고 싫으실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시각을 바꾸면, ‘똥덩어리’처럼 생각됐던 길고양이가 ‘금덩어리’로 변할 틈새시장이 분명 있다.  단순히 동물에 대한 연민만으로 길고양이 살육을 유보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거문도 특유의 길고양이를 활용한 관광상품도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거문도 주민들의 입장에서라면, 가뜩이나 경제도 힘든데, 길고양이까지 속을 썩이니 눈엣가시처럼 보일 것은 당연하다. 그분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이 글이 거문도 주민들도 잘 살고, 길고양이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기 위한 첫 단추가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 다음 글에는 실제로 길고양이를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한 해외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자료 취합에 시간이 걸려 이번 글에 함께 소개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시길...  

*덧붙임
“사람을 노려보는 눈매가 매섭습니다.” 라는 멘트를 쓰신 기자분께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몸을 낮추고 길고양이와 오랫동안 눈을 맞춰 보신 경험이 있는지...
취재하러 가기 전에 결론을 내려놓고, 그 결론에 맞는 화면과 인터뷰 내용만 편집하신 건 아닌지요.
거문도에서 원하는 화면을 잡기에 너무 바빠서 이들을 자세히 바라볼 시간이 없었다면, 한번쯤 다시 돌아봐 주세요.
이들도 감정을 느끼고, 아픔을 알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생명들입니다.


 

* 댓글이 많이 달려있는데 일일이 답변 못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덧글에서 문제제기하신 내용 중에 중복되는 내용이 많아서,
  똑같은 답글을 복사해서 붙이는 것보다 본문에 정리해서 올려드리기로 했습니다. 질문 방식이 불편하다는 분이 계셔서
  질문과 답글도 간결하게 정리해서 올려드립니다. 
  
1. 이 글을 쓴 취지에 대해
  1) '길고양이 뉴스 편집'에 대한 문제 제기
   해당 뉴스가 사실 보도를 넘어, 길고양이에 대한 '정도 이상의 편견'을 조장할 요소가 많기에 씁쓸함을 표현한 것입니다. 
  공포영화 같은 배경음악이라던가, 고양이가 송곳니를 드러내고 하품하는 모습에 생뚱맞은 발정기 울음소리를 합성하고
  “사람을 노려보는 눈매가 매섭습니다.”와 같은 표현을 하는 것이 객관적 보도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일단 해당 뉴스의 동영상을 먼저 보고 말씀해주세요;;; 뉴스 링크)
 
  2) 뉴스에서 간과한 '또 다른 문제'-집고양이의 중성화 문제를 생각해보자는 취지
  8년 전에 길고양이가 대거 도살처분 당했음에도, 또다시 거문도 길고양이가 생겨난 이유는 집고양이들이 가출 또는 유기로 인해 
  길고양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중성화 수술이 안 된 고양이가 집을 나가면 또다시 길고양이가 되고, 새끼를 낳고...
  결국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어민분들께서도 집에서 고양이를 꼭 키우셔야 한다면 중성화수술을 해주시는 것이 
  이번과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길입니다.

2. 길고양이 도살비용보다 중성화 수술비가 너무 비싸지 않느냐는 질문
   1) 단기적 비용
    '영산강유역환경청' 직원의 답변에 따르면, 길고양이 도살에 드는 비용은 한 마리당 5만원, 중성화 수술 시에 드는 비용은
한 마리당 11만원(서울시TNR의 경우)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공공부문에서 중성화수술을 지원할 경우 수술비는 이보다 다소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동물사랑실천협회의 '광주 야생고양이 개체수 조절사업에 관한 녹취기록'(2003)을 읽어보면
"수놈 4만원에서 암놈 7~8만원" 사이로 이야기가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5년 전 기록이니 수술 비용은 다소 올라갔을 수도
있습니다.(참고로 이 비용은 일반 동물병원의 중성화 수술 비용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동물병원에서는
 건물 임대료, 간호사 인건비, 기타 부대비용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금액이 이보다 올라갈 수밖에 없고 그것이 당연합니다.) 
또한 동물사랑실천협회에서 유기동물을 입양할 경우, 중성화수술 비용을 포함한 책임비로 7만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 금액 역시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밝힌 5만원보다는 높은 금액이지만, 동물사랑실천협회 같은 개별 단체에서 시행하는 비용도 이 정도인데,
공공기관에서 움직인다면 이보다는 더 비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소요되는 비용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어떤 방법이 인도적일지에 대해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2) 장기적 비용
    이미 8년 전에 같은 방법으로 500여 마리가 도살처분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거문도 집고양이들 중에 중성화 수술을 받은
고양이들이 드물기 때문에, 결국 그 고양이가 집을 나가 길고양이가 될 경우, 같은 현상이 반복될 겁니다. 그럼 몇 년 뒤에 또다시
길고양이가 늘어났을 때 이번과 마찬가지로 도살처분 비용을 들여가면서 길고양이를 죽인다면, 아마 몇 년 주기로 반복되는
그 비용이 장기적으로 더 들지 않을까요?

3. 길고양이 관광상품화가 가능한가에 대한 답변
거문도에서 사시는 분들께 어업 접고 관광사업 하시라고 권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지구촌 어디엔가에서,
거문도와 똑같은 어촌이고, 똑같이 길고양이가 득시글거리는 곳인데도, 인간과 고양이가 함께 평화롭게 사는 곳이
있다는 것은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곳에 대해서는 빠르면 다음 주말, 늦어도 다다음 주말까지는 보완 취재를 거쳐 
블로거뉴스로 송고하려고 합니다. 제가 직장에 다니는데다가, 출퇴근 4시간 반이 걸리는 곳이라서 집에 오는 시간이 늦어
평일에 긴 글 쓰기가 어렵습니다. 저도 먹고 살아야 하니.. 궁금하시겠지만 글이 좀 늦게 올라오더라도 양해해 주세요. 
특히 이렇게 민감한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준비 없이 글 쓰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또한 해외 사이트라고 해도, 사진을 허가받지 않고 퍼오기는 곤란하니, 가능하면 사진 찍은 분들께 허락을 받고
기사에 사진을 게재하려 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음 글을 쓰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주세요.

4. 고양이가 싫은데 억지로 좋아하라는 거냐고 오해하는 분들께
고양이를 싫어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개인적인 취향이니, 싫다는 데 '억지로 좋아해달라'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고양이를 싫어하신다면 할 수 없는 겁니다. 좋아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다만 '적지 않은 길고양이들을 다 죽여없애도 괜찮은지?'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굴 사진을 커다랗게 올린 것은 그들과 한번 눈을 맞춰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올린 겁니다.
그리고, 고양이만 소중하고 고귀한 동물이니까, 거문도의 다른 야생동물들이 다 죽어도 괜찮다는 말이 아니잖아요.
이 글의 논점은 '고양이 개체 수 증가 문제를 도살처분으로 해결해야만 하는가?'입니다.

5. 뉴스의 객관성에 대해 말하면서 왜 길고양이 이야기만 하는지 묻는 분들께
이 뉴스가 공정하려면, 쌍방의 입장을 모두 들어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해당 뉴스는 인간의 입장에서 인간의 피해만을 이야기할 뿐,
길고양이의 생명권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는 못했습니다. 짧게 한국고양이보호협회 인터뷰를 땄을 뿐입니다.  
길고양이가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저라도 대신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인간의 시각과, 길고양이의 입장을 두루 반영한
기사가 공정한 기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올린 글은 뉴스에서 배제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것입니다.

6. 거문도 이야기를 하는데, 왜 사진은 거문도 길고양이가 아닌지 묻는 분들께
제가 이 기사를 읽은 것이 지난 6일입니다. 바로 거문도로 갈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직장인이라 주말밖에 시간이 없는데
거문도 길고양이 문제는 조만간 살처분 쪽으로 진행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갔다올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그 사이에 거문도 길고양이들이 어찌될 지 모릅니다. 그래서 일단 제게 있는 사진 먼저 올렸습니다. 거문도 길고양이들의
모습이 궁금하시다면 해당 뉴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뉴스를 직접 보시려면 다음 링크를 클릭하세요!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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