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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쌍둥이처럼 다정한 길고양이 커플

by 야옹서가 2008. 10. 25.
밀크티 길고양이에게는 다정한 친구가 있습니다. 흔히 '노랑둥이'라고 불리는 황토색 줄무늬 고양이입니다. "노랑둥이는 언제나 옳다"는 고양이 계의 격언(?)처럼, 이 녀석도 성격 좋고 다정다감합니다. 밀크티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곁에서 맴돌곤 하지요. 친구 이름이 밀크티니까, 편의상 오렌지티라고 제맘대로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오렌지티의 털코트에 흰색 물감을 좀 타서 살살 저으면 밀크티 색깔이 날 것 같지요.

휙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에겐 그놈이 그놈 같은 고양이지만, 가만히 앉아서 눈빛이나 행동, 표정을 바라보고 있으면 고양이들의 성격이 어떤지 느낄 수 있어요. 밀크티는 처음에는 조심스럽지만 얼굴이 익게 되면 대범한 자세를 보이고, 오렌지티는 약간 어리숙한 구석이 있고 겁도 많습니다. 숨바꼭질을 하다가 저를 발견했을 때도, 둘의 반응은 사뭇 달랐지요. 오렌지티는 약간 의혹에 젖은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다가, 나무덤불 아래로 얼굴을 쑥 넣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밀크티는 동그란 쑥색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고, 저를 한참 바라보았지요. 


고양이 무리에도 서열이 있지만, 이 둘은 어느 누가 강하고 약하다기보다, 그저 친구라는 느낌이 듭니다. 

오렌지티 고양이가 가만히 몸을 숙이고, 밀크티의 턱밑에 제 얼굴을 부벼옵니다. 흔히 '부비부비'라고 부르는 행동인데, 눈을 감고 서로의 체온을 음미하는 밀크티의 표정이 그윽합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과 닮아가게 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좋아하는 음식도 비슷하지고, 같은 곳을 가게 되고, 같은 감탄사를 서로 공유합니다. 무엇보다,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과 비슷한 몸짓을 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고양이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단순히 우연하게 비슷한 자세를 취한 것이 아니라, 둘 다 비슷한 기분,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쌍둥이 같은 몸짓 언어로 나타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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