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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거문도 길고양이 문제-전시+모금으로 알리기

by 야옹서가 2008. 11. 18.
거문도 길고양이 문제를 널리 알리고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블로그를 주축으로 한 글쓰기는, 인터넷에 친숙하지 못한 분들에게는 전해지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거문도 길고양이들의 현실을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과의 접점을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중 한 방법이 전시와 모금입니다. 

앞서 썼던 몇 편의
 글을 읽지 못한 분들을 위해 요약하면, 거문도 길고양이 문제를 풀어가는 데  필요한 선결 과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길고양이 살처분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공감과 이해입니다. 살처분으로 몇 백 마리를 한꺼번에 죽인다면 당장 눈앞에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들이야 줄겠지만, 그들을 다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거나와, 거문도에 사는 집고양이 100여 마리에 대한 개체 수 증가 방지 노력(중성화 수술 또는 실내 사육 제한)이 없다면, 집에서 방치되어 다시 길고양이 무리로 유입되는 집고양이가 다시 문제시될 것입니다.

길고양이 개체 수 증가의 ‘다양한 원인’에 주목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현재는 길고양이 살처분에  모든 행정적 노력과 비용이 집중될 뿐,  거문도 길고양이 증가 요소를 다각도에서 직시하려는 노력이 전무한 상황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문도 길고양이 증가의 근본적 원인을 알리고, 그 해결법을 홍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정 기간 동안 오프라인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는, 거문도 길고양이 문제가 좀 더 생생하게 와닿을 수 있도록 해줄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점진적인 개체 수 조절’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었다고 가정할 때, 이를 가능하게 할 예산 확보의 문제입니다. 2008년 11월 현재 거문도 고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정된 예산은 280만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때문에 올해 살처분된 길고양이도 25마리에 그친 상황입니다. 살처분만으로도 예산이 부족한 현실에서, 길고양이뿐 아니라 집고양이의 중성화 수술까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수혜자 부담 원칙을 생각한다면 거문도에서 고양이를 키워 온 분들의 부담 하에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겠지만, 이미 길고양이화한 집고양이가 늘어난 지금으로선, 개인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거문도 길고양이의 인도적 개체 수 조절을 지지하는 분들의 정성이 모인다면, 이에 소요되는 비용 문제에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단순 모금 외의 지속적 기금 조성안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거문도 길고양이의 문제를 알릴 행사부터 준비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전에 직접 진행하거나, 혹은 관심 있게 보았던 동물 관련 전시의 사례를 함께 나눠보고, 이를 토대로 거문도 길고양이를 위한 전시와 홍보 행사를 준비하려 합니다.

1. 길고양이 사진전-전시와 캠페인, 모금 운동의 결합
지난 2007년 1월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를 펴냈을 때, 길고양이들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3주 동안 조촐한 전시를 연 적이 있습니다. 제 사진을 대단한 작품이라 생각한 것도 아니고, 과시하려는 목적이 아니기에 값비싼 액자를 준비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요물'이나 '무법자'의 모습으로 왜곡된 길고양이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길고양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했습니다. 그래서 사진 아래 길고양이의 삶에 대한 설명을 붙이고, 길고양이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는 '질문-답' 형식의 패널을 만들어 함께 전시하였습니다. 

더불어 전시 기간 동안 무료 엽서와  리플렛을 배포하면서, 길고양이를 돕고 싶은 분들이 자유롭게 정성을 모을 수 있는 모금함을 마련하였습니다. 짧은 시간 혼자 준비한 전시여서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3주 동안 451,220원의 성금이 모였고, 이를 길고양이 구조와 TNR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 기부하였습니다. 약소하다면 약소한 금액이지만, 십원짜리부터 만원짜리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의 정성이 푼푼이 모여 모인 것이기에 그만큼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만약 지난번 전시 방식을 이번에도 도입한다면, 가장 단순한 전시 방법으로는 거문도 고양이들의 사진을 전시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저 혼자 주체가 되어 진행하는 방식보다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려 합니다. 관람자로 그치는 것뿐 아니라, 전시에 참여하는 것 자체로 길고양이를 도울 수 있다면 더 의미가 있을 테니까요. 전시를 통해 거문도 길고양이의 문제는 물론, 유기동물을 유해조수로 규정함에 따라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기회를 가져보았으면 합니다.

길고양이 사진전 전경입니다.  사진 밑에는 해당 길고양이의 삶에 대한 설명을 붙임으로써, 길고양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했습니다.
 
벽에 붙이는 전시 방식 외에, 전시장 내 탁자에도 자유롭게 길고양이 사진을 붙여 보았습니다.


전시와 함께 무료배포한 리플렛입니다. 길고양이가 살아가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했습니다.


2. 생명그릇전-전시와 동물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바자회의 결합
2006년 2월 창립전을 연  '생명그릇'이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버려지고 갇혀 살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생명들을 위해 노력하는 회원들의 모임으로, 성북동갤러리에 모여 매년 주제전과 바자회를 개최합니다. 주로 공예 작업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창작)을 내세워, 자신이 가장 돕고 싶은 대상(소외된 동물들)을 돕는다는 점에서 큰 공감을 갖고 지켜보았습니다. 작가의 작품이라면 왠지 비싸고 범접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바자회 때는 가격이 저렴한 소품 위주로 판매가 되기 때문에, 찻잔이나 그릇 같은 소품은 큰 부담 없이 살 수 있었습니다. 작품 판매의 수익금은 6:4 혹은 5:5의 비율로 기부됩니다.
 

지난 10월 열린 생명그릇전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은 전시의 성격을 살린 다채로운 부대행사였는데, 이를 통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수익사업을 통해 동물들을 도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10월 18일에는 동물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는  황윤 감독의 영화 <작별>, <어느 날 그 길에서>가 상영되었고,  바자회와 벼룩시장도 함께 열렸습니다. 10월 24일에는 사육곰 폐지를 위한 영상물 상영과 기증 경매가 열려, 수익금 전액이 사육곰 폐지를 위한 녹색연합에 기부된다고 합니다.

성북동갤러리에서 열린 생명그릇전 전시장 전시 일부입니다.

고양이 등에 꽃날개가 피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중 하나입니다. 

고양이만을 대상으로 한 전시가 아니기에, 다양한 동물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전시 기간 중 열린 바자회에서 작품이 판매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소품들이 주류를 이룹니다.


3. 묵직한 목조각으로 전한 생명의 무게-윤석남 1025: 사람과 사람없이>전

바자회나 경매 같은 모금행사를 마련한 전시는 아니지만, 최근 종료된 <윤석남 1,025: 사람과 사람없이>전(2008. 9. 27~11. 9)도 참고할 만한 동물 관련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윤석남 작가의 <1,025>라는 작품은, '애신의 집'에서 돌보는 유기견 1025마리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나무를 일일이 잘라 개의 윤곽선대로 깎아내고, 유기견들이 받은 상처를 표현하기 위해 몸체에 구멍을 뚫기도 해서, 버려지고 소외된 개들의 막막한 심정이 잘 드러난 작품들입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목조각이라는 구체적 물성을 가진 형태로 전시되고, 아무런 꾸밈 없이 바닥에 나열하는 전시 방식을 취함으로써, 1025마리 유기견의 숫자가 얼마나 많은 것인지, 그들 하나하나가 지닌 생명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체험할 수 있게 합니다. 1025라는 숫자가 관념적인 숫자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으로 피부에 와닿는다는 점에서 인상깊었던 전시였습니다.

이번 전시의 오프닝 퍼포먼스로 특기할 만한 것은, 2008. 9. 26일 열린 중요문화재 무녀 김금화 씨가 펼친,동물들의 원혼을 달래는 진혼굿이었습니다. 그밖에10월 11일에는 황윤 감독의 <어느날 그 길에서>,10월 24일에는 이형석 감독의 <호흡법, 제2장>과 <155마일>이 상영되었습니다. 

촬영이 허락된 2층 전시실에 전시된 유기견 조각들을 찍어보았습니다. 하나하나 묵직한 생명의 무게를 느낄 수 있습니다.

상처를 상징하는, 유기견의 가슴에 뚫린 구멍이 유독 눈에 띕니다. 주변에서 한번쯤 보았을 그런 평범한 개들의 모습이지만, 각각의 조각마다 같은 표정이 하나도 없습니다. 

 '애신의 집'에 보호 중인 유기견에서 착안한 조각들이 줄지어 전시장을 빙 둘러 감싸고 있습니다.


조각의 뒷면에는 1부터 1025까지 번호가 각인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사인도 함께 합니다.

780마리 길고양이, 생명의 무게를 어떻게 전할까?
흔히 집에서 키우고자 하는 동물을 데려올 때 '사온다'고 하지 않고 '입양한다'고들 합니다. 그만큼 동물을 단순히 사유재산으로 여기지 않고 새로운 가족으로 대하겠다는 마음이 담겨있는데요. 이렇게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시장에서 780마리 길고양이의 생명의 무게를 상징하는 작품을 블로거들이 직접 만들어 한 자리에 모아 전시하는 것이 한 방법입니다. (홍보와 블로거들의 참여에 초점을 맞춘 경우)혹은 단순히 이를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시된 작품을 '입양'의 개념으로 구입하여, 수익금은 길고양이를 위해 적립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길고양이 문제 해결을 위한 기금 모금의 성격을 가미한 경우) 

전시할 작품의 성격이나 형태에 대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 사례를 참고하여 길고양이 사진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좀 더 부피감이 있고 무거운 입체작품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와 같은 전시는 단기적 행사에 그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만, 거문도 길고양이 문제를 널리 알리는 효과가 있으며, 실제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분들의 마음을 모을 수 있다는 면에서, 다음 단계의 작업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거문도 길고양이 프로젝트'는 한국블로그산업협회에서 후원하는 블로그 지원사업 '블로거!, 네 꿈을 펼쳐라'의 일환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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