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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와카야마전철 고양이 역장을 만났어요

by 야옹서가 2008. 12. 3.

적자로 폐쇄 위기에 놓였던 전철역을 살린 일본의 ‘고양이 역장’ 타마(たま, 9). 길고양이 출신의 평범한 삼색고양이 타마가 2007년 1월 와카야마전철 키시가와선 종점인 키시역장으로 임명된 이래, 지역 경제에 기여한 가치는 무려 11억 엔에 달한다고 한다. 이 금액은 전철 이용객 운임뿐 아니라 고양이 캐릭터 상품과 사진집 등 부대사업 수익금, 텔레비전 출연 등으로 인한 홍보 등 유·무형의 가치를 아우른 것이다.

고양이 역장 타마를 해외의 이색 화젯거리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번 취재에서는 길고양이 출신인 타마의 이야기가 꾸준히 화제를 불러 모으고, 사람들의 마음을 모을 수 있었던 이유에 주목하고자 했다. 단순히 고양이에게 역무원 모자 씌워주고, 역장실 팻말 붙인 케이지를 마련해주는 것에 그쳤다면, 제아무리 유명한 고양이라고 한들, 접근성이 떨어지고 볼거리도 없는 변두리 노선 종점역까지 사람들을 모으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와카야마전철의 고양이 역장 타마의 이야기 속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엇인가가 있다. 또한 이러한 기적을 가능하게 해준 데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숨어있기도 하다. 지금부터 그러한 요소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고자 한다.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catstory.kr 

역장실 풍경. 1.8평방미터의 크기에 캣타워, 전기방석 2개, 화장실이 비치되어 있다. 세 마리 고양이들이 함께 지내기에는 다소 좁아보이지만, 고양이를 함부로 만지거나 괴롭히는 사람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다.

1.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극적인 이야기’
길고양이 출신으로 엄마고양이 미코(10), 치비(8)와 함께 키시역 근처 상점 주인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던 타마는 집을 잃고 쫓겨날 위기에 놓인다. 난카이전철 소속이었던 키시가와선이 와카야마전철로 인수되면서, 이용객이 거의 없는 무인역인 키시역의 존폐 문제가 도마에 올랐고, 역을 근거지로 살던 길고양이 일가도 위기에 몰린다. 그러나 타마 일행을 돌보던 상점 주인이, 역 근처에서 고양이들이 살 수 있도록 간청했고, 와카야마전철 사장 역시 타마가 ‘손님을 부르는 복고양이’로 활동해준다면 키시가와선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종점인 키시역에 내린 손님들이 역장실 앞에 모여들어 타마 역장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려고 긴 줄을 서 있다.

타마 역장님의 모습. 추위 때문인지 전기 방석에서 내려오지 않는 모습이다.

다소 엉뚱한 발상에서 시작된 고양이 역장은 의외로 호평을 받았다. 인적 드문 키시역까지 일부러 고양이 역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타마는 2008년 1월 ‘슈퍼 역장’으로 승진했고, ‘일하는 고양이’의 대표적 사례로 선정되어 프랑스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인공으로 낙점되기도 했다. 급기야 고객 유치의 공로를 인정받아 작위를 받고 ‘경(卿)’으로 불리는 등 명성을 떨친다.

타마 역장과 엄마 미코, 역장 보조고양이인 치비가 겨울 전기방석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처럼 역 매점 근처에 머물며 근근이 살아온 고양이 타마의 엉뚱한 인생 역전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줬다. 사람들은 흔치 않은 ‘고양이 역장’을 보러 오는 것이지만, 이러한 극적인 이야깃거리가 계속해서 이어지지 못했다면 타마 역장 역시 오랫동안 주목받고 사랑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2007년 1월 딸기전철 역장으로 취임한 타마의 모습(왼쪽)과 2008년 1월 수퍼 역장으로 승진한 타마의 모습(오른쪽).

2.  ‘경제 논리’를 이긴 ‘상생의 논리’
자본주의 논리만을 앞세운다면, 키시가와선의 종점인 키시역은 폐쇄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교통 약자인 변두리 주민들은 많은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종점은 안정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최종 지점이라는 면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 변변한 이동수단 없는 교통 약자들에게 종점역은 마지노선과 같다. 만약 키시가와선이 단축 운영 또는 폐선된다면, 주민들은 대체교통수단을 찾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을 것이다. 게다가 키시역은 이미 2006년 4월부터 적자로 인해 무인역으로 운영되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와카야마전철에서는 적자에 시달리던 키시가와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폐선’이라는 극단적 방법 대신 다소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다른 방법을 모색한다. 평범했던 전철 내·외장을 놀이터처럼 변신시킨 딸기 전철, 장난감 전철, 고양이 역장 임명 등 색다른 아이디어를 적용한 것이다.

일반 전철의 모습. 밋밋한 회색 시트가 우리나라 통근 전철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모집 중인 타마 전철 서포터의 광고가 눈에 띈다.

딸기 전철로 변신한 전철의 모습. 바닥은 나무로 깔고, 시트는 딸기 모양으로 덮었다. 딸기 전철의 명물 타마 역장을 소개하는 홍보지가 이채롭다.

지역 명물인 딸기 문양으로 장식하여 상큼하고 발랄한 느낌이 든다.

예컨대 2006년 8월 키시가와선의 첫 번째 명물로 등장한 ‘딸기 전철’에 이어 2007년 7월 운행을 시작한 ‘장난감 전철’은 차량 안에 장난감 진열장을 만들고 캡슐토이 기계를 마련하는가하면, 어린아이를 위한 침대칸까지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와카야마 역에서 종점인 키시 역까지 가는 시간은 30여 분. 이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이벤트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이동수단인 전철 자체에도 신경을 썼다. 게다가 이처럼 특별한 나들이의 끝에는 귀여운 고양이 역장과 조역 고양이들, 아기자기한 고양이 캐릭터 상품이 기다린다. 굳이 고양이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나도 한번쯤 가 볼까?” 하고 생각하게끔 만든 것이다. 이렇게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일본 전역의 사람들을 불러 모음으로써 키시가와선의 존속이 가능해졌고, 외지 사람들은 특별한 나들이 경험을 위해, 지역 주민들은 일상생활의 영위를 위해 와카야마전철을 이용한다.

색 전철 2탄 '장난감 전철'. 장난감 진열장이 마련되어 눈길을 끈다.

3.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십시일반’의 힘
고양이 역장의 부임 이전에 와카야마전철을 유명하게 만든 이색 전철 1탄 ‘딸기 전철’은 와카야마전철이 기획한 것이지만, 키시가와선을 응원하는 시민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2557건의 서포터 신청을 함으로써 실제로 이 전철이 운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큰 힘을 보탰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키시가와선의 존속을 위해 노력하는 시민 모임 ‘키시가와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이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정부의 지원이나 전철 회사의 아량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당사자인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와카야마전철에서는 성황리에 운행 중인 딸기 전철과 장난감 전철에 이어, 2008년 10월 18일부터 2009년 1월 31일까지 타마 전철 서포터를 모집하고 있다. 고양이 역장의 이름을 딴 타마 전철은, 타마의 캐릭터를 살려 전철 외부를 도배하고, 내부는 고양이의 다채로운 털가죽 모양을 살린 배색과 함께 고양이 발자국 모양 등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타마 전철 개설에 힘을 보탤 서포터는 1구좌(구좌당 1천 엔) 이상을 기부하며, 10구좌 이상은 타마전철 차량 내에 명단을 남기고, 10구좌 미만은 와카야마역에 3개월간 명단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주민들의 힘을 모아 살려내고 운영한 전철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지 않을까?


키시가와선 서포터들의 힘을 모아 만들어질 이색전철 3탄 '타마 전철'. 고양이 수염 모양의 전철 장식을 비롯해, 깜찍한 타마 캐릭터로 외장을 도배할 예정이다.

4. 캐릭터로 확장된 ‘고양이 역장’
고양이 역장 타마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 방법으로 캐릭터 사업을 꼽을 수 있다. 와카야마전철은 고양이 역장 임명으로 세간의 화제를 불러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타마의 모습을 토대로 한 고양이 캐릭터 상품 개발, 타마 전철 개발 등으로 연계 사업을 확장해나간다. 특히 200엔~500엔 등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문구류, 자석, 엽서, 뱃지 등 캐릭터 소품을 주로 취급하여 방문객들이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작고 가벼운 캐릭터 상품들. 그러나 비록 하찮아 보이지만, 그런 작은 것들이 모이면 그 힘은 만만치 않다.
키시가와선 시발점인 와카야마역에서는 승무원이 각종 타마 역장의 캐릭터를 활용한 각종 상품을 판매한다. 

타마 역장의 다양한 포즈를 활용한 2009년 달력이 사랑스럽다.

타마 역장의 복고양이 버전 인형은 이미 완판되어 구입할 수 없다. 전시용만 관람 가능하다.

일본의 '철도아가씨' 피규어 중 와카야마전철 승무원 복장을 한 피규어. 타마 역장이 머리 위에 올라가 있다.

키시역 앞 상점에서 판매 중인 각종 캐릭터 상품들. 지역 명물인 딸기 과자까지도 자연스럽게 함께 판매된다.

지금까지 타마 역장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그 안에 숨은 자생적 요소로 1. 극적인 이야기 2. 경제 논리를 이기는 상생의 논리, 3.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 4. 고양이 역장의 캐릭터 사업화 등이 있음을 살펴보았다. 뒤이을 사례들과 종합하여, 거문도 길고양이 문제를 알리고 중성화 수술 등 소요 경비에 도움이 될 모금운동에 아이디어 소스로 삼을 예정이다.

이 글은 한국블로그산업협회에서 후원하는 블로그 지원사업 '블로거!, 네 꿈을 펼쳐라'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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