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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두목 닮은 후덕한 길고양이 '폐가를 지키는 길고양이 두목냥' 사진을 찍으면서 만난 고양이 얼굴이 어쩐지 눈에 익어 하드를 뒤져보니 1년 전 이맘때 이곳에서 찍은 산적두목냥이었네요. 볼살이 후덕하게 붙은 모습, 가장자리가 조금 너덜너덜하게 찢긴 귀의 인상이 여느 길고양이와 다르게 산적두목처럼 보여서 기억에 남았거든요. 처음 만난 그때는 지붕 위에 올라가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지요. "내가 둥글둥글해보이지만 그리 만만한 고양이가 아니야" 하고 눈을 부릅뜬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보살 같은 인자한 눈빛으로 인간세상을 내려다보는 보살고양이가 되기도 합니다. 해가 바뀌고 같은 계절이 돌아왔어도 여전히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남아준 산적두목냥입니다. 자기는 정면보다 옆얼굴이 잘 나온다며 얼굴 방향도 살짝 바꿔주던 모습도 남아있어요. 지붕.. 2009. 11. 1.
가을을 맞이하는 길고양이의 자세 고양이는 가능한 한 높은 곳을 찾아 올라갑니다. 도심 하늘에서 고양이의 생명을 위협하는 맹금류가 활개를 칠 리 없기에, 고양이가 안심할 수 있는 쉼터는 인간이 따라오지 못하는 높은 담벼락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시선을 피해 멀리 달아나도, 계절의 손에서 달아날 수는 없습니다. 먼 산 가득 흐드러졌던 단풍이 찬바람에 하나둘 떨어지는 가을이 오면 길고양이의 마음도 초조해질 것만 같습니다. 탐스럽게 익은 감나무 아래, 허물어져가는 담벼락에 오른 길고양이가 주변을 경계하며 이른 저녁을 먹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엉거주춤, 하던 일을 멈춥니다. 짧은 시간 길고양이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갑니다. 도망갈까, 말까. 일단 눈앞의 먹을 것은 먹고 가야지. 고민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길고양이들이 대개 그런 것처.. 2009. 10. 30.
마음 짠한 EBS다큐 '고양이 별' 이야기 지난 3월경, 고양이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다는 EBS다큐프라임 팀의 연락을 받고 일본의 고양이 마을과 복고양이 사찰, 한국의 고양이 활동가분들을 소개해드렸는데요, 9월 9일 진행했던 '고양이의 날'에도 취재하러 오셔서 "아직 취재가 안 끝났다"고 하기에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보통 생태 다큐멘터리가 장기간 촬영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취재 연락을 받았던 고양이 프로그램은 길어야 1~2주 촬영한 뒤 방영하는 게 대부분이었거든요. 처음 다큐 찍는다고 알려주신 3월부터만 계산해도 벌써 8개월 가까이 취재와 편집을 해온 셈이니, 얼마나 공들여 만든 다큐멘터리인지 짐작하시겠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미리 보시고 본방사수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올립니다. 아래 사진들은 다큐프라임 홈페이지 내 다큐갤러리.. 2009. 10. 28.
길고양이 따라 가본 자동차 동굴 길고양이가 즐겨 찾는 자동차 동굴은 어떤 모습일까요? 오늘은 카메라를 들고 동굴 깊숙이 따라가 봅니다. 골목길에 주차된 자동차 아래, 노랑둥이 길고양이 한 마리가 식빵을 굽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것을 확신이라도 하는 것처럼, 여유로운 표정으로 주변을 관찰합니다. "하아~좋구나" 한적한 자동차 동굴 아래 몸을 숨긴 고양이의 얼굴은 평화롭기만 합니다.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감도는 것처럼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 모습이 귀엽습니다. "앗, 언제 여기까지 따라왔냐!" 깜짝 놀란 고양이의 눈동자가 휘둥그레 커집니다.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는 사람들과 달리 자동차 밑으로 기어들어온 낯선 인간이 당황스러웠나 봅니다. 고양이는 주춤주춤 몸을 움직여 조금 옆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평소 쓰던 D300은 무게와 .. 2009. 10. 27.
벌레와 노는 호기심 많은 길고양이 이제 겨우 한 살쯤 됐을까, 아직 앳된 모습이 남아있는 어린 길고양이를 만났습니다. 땅바닥에서 뭔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는지, 멈춰 서서 한참을 바라봅니다. 발끝으로 집어올려 킁킁 냄새를 맡아봅니다. 낯선 냄새가 나는 모양입니다. 혹시 먹어버릴까 조마조마했지만 다시 얌전히 제자리에 벌레를 내려놓고 자리를 옮깁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고양이는 가만히 있는데, 벌레가 고양이 있는 쪽을 향해 제 발로 기어 올라옵니다. 제 명을 단축하는 길인 줄도 모르고-_- 고양이는 다소곳이 앞발을 모으고 벌레를 관망하고 있습니다. 짖궂은 녀석이라면 앞발로 벌레를 공 굴리듯 굴리며 소일거리 삼을 텐데, 아직 호기심 많은 나이인데도 태도가 점잖습니다. 벌레를 지나쳐 먼 곳을 바라보는 고양이의 시선을 보아하니 관심은 다른.. 2009. 10. 26.
신문지와 씨름하는 길고양이 뭐 재미있는 것 좀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던 노랑둥이의 눈에 번뜩 들어온 게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신문지. 신문지 구경하기가 쉽지 않으니 고양이 눈에는 새로운 장난감 정도로 보였나 봅니다. 집고양이 같으면 신문지 위에 살포시 앉았을 텐데, 노랑둥이는 발톱을 가는 데 사용합니다. 무료하던 차에 새 장난감을 발견하고 신났는지, 엉덩이까지 엉거주춤 들고 신문지 뜯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왼발 오른발, 다시 왼발 오른발, 보조를 맞춰 가며 열심히 뜯어봅니다. '이거 띄엄띄엄하게 봤는데... 어쩐지 하면 할수록 빨려든다?' 저 집념 어린 눈동자와 발톱을 한번 보세요^^ 실물 크기와 거의 비슷하게 크롭해봤습니다. 뒹굴었다 일어난 자리에 흙먼지가 잔뜩 묻었지만 귀엽습니다. "후훗~내가 이겼다." 노랑둥이가 승자의 자.. 2009.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