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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따라 명상하는 여행가-소설가 정찬주 Aug. 07. 2001 | 소설가 정찬주씨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 하나는 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의 작가로, 다른 하나는 각종 매체에 꾸준히 기고해 온 암자 기행문의 필자로서다. 어느 경로를 통해 그와 만나더라도 불교에 기반한 창작활동이란 공통점으로 환원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실상 정찬주씨는 법정스님께 ‘무염’이란 법명도 받은 바 있는 독실한 불교신자다. 평소 국내의 고즈넉한 암자나 중국, 인도 등지로 여행 떠나기를 즐겨온 만큼, 그가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돈황으로 향한 것은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실크로드를 따라 고사성어의 현장을 가다 2000년 여름과 2001년 3월 두 차례에 걸친 중국여행을 토대로 쓴 《돈황가는 길》(김영사)은 일종의.. 2001. 8. 7.
상처 입은 아이 마음 글쓰기로 치유합니다 ― 이호철 선생님 Jul. 31. 2001 | 변산공동체학교 교장 윤구병씨와 아동교육가 이오덕씨가 ‘해방 이후 초등학교 교육현장에서 최대의 교육성과를 거뒀다’고 입을 모아 평가한 초등학교 교사 이호철씨. 살아있는 글쓰기 교육을 실천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그가 펴낸 《학대받는 아이들》(보리)은 어른들에게 상처받은 아이들의 경험담을 모은 책이다. 작은 잘못으로도 매를 맞거나 입에 담기 어려운 폭언을 듣는 아이,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님 때문에 늘 우울하고 슬픈 아이, 친구나 형제자매와 비교하는 부모님 때문에 괴로워하는 아이, 성추행을 당한 뒤 불안에 떠는 아이들의 모습은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경북 사투리와 평소 쓰는 입말까지 그대로 실어 아이들이 글 쓸 때의 상황과 격한 감정이 생생히 와 닿는다. 이호철.. 2001. 7. 31.
백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아름다운 책-예술제본장정가 백순덕 Jul. 24. 2001 | 고급스런 가죽으로 표지를 감싸고 금박을 입혀 화려한 문양으로 장식한 고풍스러운 책, 흔히 예술제본장정이라 하면 이런 책의 외양만을 떠올리게 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프랑스 정부가 공인한 한국 최초의 예술제본장정가 백순덕씨는 ‘책 속에 담긴 내용, 거기에 얽힌 사연, 책에 대한 소장자의 애정 등 책 자체의 존재의미가 충족돼야 아름다운 장정이 빛을 발한다’고 말한다. 불문학을 전공한 뒤 출판사에서 근무하던 백순덕씨가 파리로 유학을 떠난 것은 28세 때인 1991년이었다. 출판 관련 학교만 1백여 곳을 알아본 끝에 1992년 여름 찾아간 UCAD 제본장정학교에서 백순덕씨는 ‘바로 이거다, 내 운명이 바뀌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소질이 있을 걸로 생각지도 못했던 예술.. 2001. 7. 24.
화가 나혜석에 비춘 한국 여성의 삶과 그림 - 미술평론가 염혜정 Jul. 18. 2001 | 한국 최초의 여성화가로 가부장적 사회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해 주목과 비난을 동시에 받았던 정월 나혜석의 삶과 예술을 조망한 《여성의 삶과 미술: 나혜석과 현대 여성작가 3인》(창해)이 출간됐다. 이 책의 전반부에는 근대 미술을 한국에 도입한 나혜석의 화업 외에 여성해방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삽화 및 목판화, 각종 기고문 등의 자료가 정리됐으며, 후반부에는 김원숙·한애규·정종미 등 현대 여성작가 3인의 작품론이 실려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작가들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나혜석은 한국의 ‘르네상스 우먼’ 글쓴이 염혜정씨는 ‘나혜석 자료모음전’을 준비하던 한국미술관 김윤순 관장의 제안으로 책을 펴냈다. 나혜석의 자료 위주인 전시의 시각적 측면을 보완하기 위해 추.. 2001. 7. 18.
그녀의 손에서 펼쳐지는 우리 운명 - 타로카드 마스터 칼리 Jul. 10. 2001 | 벨벳 커튼을 드리운 어두운 방에 앉아 수정구를 들여다보며 모서리가 닳고닳은 카드를 뽑는 주름진 손, 타로카드 점술가라고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다. 게다가 점술가의 이름으로 죽음과 파괴의 여신 ‘칼리’를 선택한 사람이라면 해골 목걸이 하나쯤 목에 걸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타로카드 마스터 칼리는 상상과는 달리 현대적인 차림새의 20대 여성이었다. 한 가지 보통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는 사람들이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생각해온 타로카드를 어렸을 때부터 파고들어 자기 삶의 일부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칼리는 14살 때인 1988년, 홍익대 앞의 이태리제 골동품 가게에서 자신의 첫 타로카드를 구했다. 화려한 그림이 있는 타로카드는 평소 관심 많았던 점성술과 주역보다 한층 더 매력.. 2001. 7. 10.
사랑하는 사람 보듯 그림 보세요-미술평론가 이주헌 Jul. 03. 2001 | 이주헌씨는 서양미술의 전도사다. 그의 직함은 ‘아트스페이스서울 관장’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신화 그림으로 읽기》 등 대중적인 미술서의 저자로 더 익숙하다. 그의 글은 술술 잘 읽히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직접 발품을 팔아 세계 각지의 예술명소를 다니며 쓴 글인 만큼 그 생생함이 책상물림으로 쓴 글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미 8권의 미술서적을 펴낸 바 있는 그가 이번에는 어렸을 적 화가의 꿈을 키우며 동경했던 예술의 성지 프랑스를 다룬 《이주헌의 프랑스 미술기행》을 들고 나왔다. 프랑스 내의 미술관 이외에도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 반 고흐의 집, 라스코 동굴, 몽마르트르, 페르 라 셰즈 묘지 등 예술가들의 자취가 남아있는 14개 지역을 방문하.. 2001.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