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도도한 매력 평일에는 직장에 다니느라 바쁘신 어머니가 모처럼 스밀라와 놀아주시겠다기에,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드렸습니다. 스밀라가 평소에 좋아하던 플라스틱 끈을 휙휙 휘둘러봅니다. 근데 스밀라가 그다지 협조를 안해주네요. 표정이 영 떨떠름합니다. "이뭥미?"라는 얼굴.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기까지... 별로 놀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 삐친 걸까요? 플라스틱끈 끝에 스밀라가 좋아하는 빵끈까지 꿰었지만, 가차없이 고개를 휙 돌려버립니다. 예전에 깃털낚시 장난감으로 놀던 때의 똥꼬발랄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네요. 이젠 아예 앞발 집어넣고 식빵자세. 이건 놀 생각이 없다는 거지요. '어머니, 평소에 잘하시죠...' 뭐 그런 눈빛이랄까? 개는 반려인이 놀자고 하면 "저는 언제나 놀 준비가 되어있어요!" 하고 달려들지만.. 2008. 9. 14. 해초로 그린 고양이그림 '신기해' 바닷속 해초로 고양이를 그린다면 어떤 모양일까요? 일본 요코하마의 한 전철역 지하도에서 열린 게릴라 전시회에서 이색적인 해초 그림을 구경해보았습니다. 전시된 작품 중에서도 압권은 고양이 그림이었는데요, 상상력을 한껏 발휘해 만든 유쾌한 그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시된 작품들은 Japan Seaborn Art Association에서 제작한 것입니다. 해초 그림 외에도 조개로 만든 다채로운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번에 소개하는 것은 해초로 그림을 그린 토미코 씨의 작품입니다. 잎사귀가 풍성하게 매달린 거대한 나무에 매달려 노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앙증맞네요. 고양이 털코트를 표현하는 데 쓴 갈색 해조류와 적갈색 해조류의 미묘한 차이를 느껴보세요. 색칠한 게 아니라 전부 해초를 얇게 펴서 말려 붙인 것.. 2008. 9. 13. 스밀라가 두발로 설 때 뭔가 보고 싶지만 얼굴이 닿지 않아 바둥대다가, 두 발로 일어선다. 고양이의 호기심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자세. 사랑스럽다. 직립 자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1년 전의 스밀라 사진. 털옷 아래 가려진 뒷발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2008. 9. 13. 길고양이가 프레임 안으로 들어올 때 늘어진 나뭇잎 사이로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앉을 만한 공간이 비어있다. 길고양이가 오지 않았다면 눈에 띄지도 않았을 회색 타일벽은, 길고양이의 몸을 품어 안고서야 비로소 의미있는 공간이 된다. 고양이의 눈동자처럼 푸른 잎이 후광처럼 고양이의 몸을 감쌀 때, 사진을 찍는다. 카메라를 손에 들면, 세상이 수많은 프레임으로 이뤄진 공간 같다. 평소에는 투명해서 보이지 않지만, 길고양이가 나타나면 비로소 뚜렷해지는 프레임. 2008. 9. 12. 낡은의자로 만든 고양이 놀이터 너덜너덜 낡았지만 못 버리는 물건이 있어요. 고양이가 좋아하기 때문이죠. 낡은 의자로 비싼 캣타워 못지않은 고양이놀이터를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스밀라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스밀라의 경우 스크래처, 전망대, 동굴 등의 용도로 쓰고 있어요. 이것이 문제의 낡은 식탁의자 두 개. 아마 고양이와 함께 사는 분이라면 저런 광경 많이 보셨을 듯... 뭐 이것도 처음부터 이렇진 않았구요, 스밀라가 몇 달간 실컷 뜯어서 그런 거죠. 원래 새 식탁 세트를 주문하면서 버리려 했는데, 거실로 내놓은 의자를 보더니 스밀라가 폴짝 올라가 발톱으로 뜯기 시작하는 거에요. 어차피 버릴 거니까 "그래, 실컷 갖고 놀아라" 하면서 놓아두었어요. 분리수거 날까진 집안에 두어야 하니까요. 그랬더니 그 꼬질꼬질한 의자가 그렇게도 .. 2008. 9. 10. '나중에'보다 '지금' 고양이와 함께 살기 전엔 잘 몰랐다. 고양이에게도 코딱지가 있다는 걸. 스밀라를 안고 둥개둥개 어르면서 얼굴을 들여다보면, 가끔 콧구멍에 코딱지가 붙어있는 게 보인다. 고양이세수를 해도 거기까진 잘 닦이지 않아서 그럴까. 투명했던 콧물은 어떻게 까만색으로 변하는 걸까. 흰 털옷을 입은 고양이라 그런지, 코딱지가 더 도드라진다. 하지만 더럽다는 느낌보다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어쩐지 보살펴줄 사람이 필요한 아기 같아서. 살아있는 생명이니까, 가짜가 아니니까, 코딱지도 생기고 눈곱도 끼는 거다. 스밀라를 데려오기 전에, 고양이는 키우고 싶은데 상황은 안 되니 장난감 박람회에서 본 고양이 로봇이라도 사고 싶다고 생각했다. 가격은 생각보다 비쌌지만 도저히 못 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고양이 로봇이 진짜 고양.. 2008. 9. 9. 이전 1 ··· 57 58 59 60 61 62 63 ··· 8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