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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취향 잡기놀이를 하다가 스밀라가 도망가는 곳은 가방 위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몇 달 전까지는 가방의 형상이었지만, 지금은 스밀라의 전용방석 노릇을 하고 있는 물건' 위로. 스밀라는 마치 바다에 둥실 뜬 뗏목처럼 작은 가방 위에 몸을 움츠려 붙이고, 볼록 올라온 가방 바닥 부분을 베게 삼아 머리를 기댄 채 이렇게 텔레파시를 던진다. "어이, 이젠 그만 하자고." 제가 먼저 놀자고 덤벼들어놓고서 이렇게 나오면 어리둥절하지만, 이것 역시 고양이의 변덕 중 하나이니. 앞다리를 반으로 접어 가슴 밑에 넣고 눈을 내리깐 스밀라의 모습은 귀여우면서도 약간 거만한 여왕 같다. 가방에 대한 고양이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스크래치의 압박으로부터 가방을 지키려면 죄다 숨겨두어야 한다. 오늘 새벽에도, 얼마 전에 새로 장.. 2008. 10. 9.
외톨이를 위한 치유의 만화 '나츠메 우인장' 도쿄 여행 중에, 복고양이를 모시는 신사에서 만화 '나츠메 우인장'〔夏目友人帳〕에 등장하는 '야옹 선생'을 만났다. 만화 속 야옹 선생이 '마네키네코 인형 속에 봉인된 요괴'로 설정된 만큼, 마치 만화의 한 장면이 현실로 재현된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의뭉스런 눈빛, 통통한 몸통이 만화 속 야옹 선생과 똑같았다. 신사에 봉납된 '야옹 선생'인형은 특별 제작된 것으로, 올 여름 시즌부터 '나츠메 우인장'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자, 성공을 빌며 복고양이 신사로 유명한 이곳에 봉납한 것이라고 한다. 주인공 나츠메 역을 맡은 성우 카미야 히로시 역시 '야옹 선생'이란 이름의 집고양이를 실제로 키우고 있어 흥미롭다. '나츠메 우인장'은 요괴를 볼 수 있는 소년 나츠메(夏目)가, 요절한 할머니 레이코의 유물.. 2008. 10. 8.
365일 윙크하는 야나카의 길고양이, 신이치 365일 윙크하는 고양이 신이치 군을 만난 곳은, 도쿄의 고양이 카페 '넨네코야'에서였습니다. 넨네코야는 주중에는 고양이 공방으로 운영되고, 주말이면 고양이 카페로 변신하지요. 칼같이 오후 6시에 문을 닫아서, 오후 늦게 찾아갔다 헛걸음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두번 걸음을 했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앙증맞은 고양이 공예품과 고양이 모양의 먹을거리들이 있고, 사랑스런 '고양이 점원'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아니, 카페에 웬 고양이 점원이냐고요? 넨네코야에서는 가게 인근에 사는 길고양이들을 고양이 점원으로 채용해, 가게에서 손님을 맞이하게 한답니다. 카페를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하고 놀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편의상 점원이라고 부르지만, 프리랜서 고양이들이기 때문에.. 2008. 10. 6.
마음을 치유하는 고양이의 매력-고양이 화가’ 이경미를 만나다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함께 있었을 뿐인데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고양이와 살아본 사람이라면 경험했을 마법 같은 순간이 있다. '고양이 화가' 이경미는 그 소중한 경험을 담아 고양이를 그린다. 그의 그림 속에서 고양이는 모델일 뿐 아니라 마음을 다독여주는 친구이고, 신비한 세계로 인도하는 안내자다. 겉으로 보이는 고양이의 모습은 하나지만, 이경미의 고양이 그림은 보는 이의 마음과 경험의 폭에 따라 여러 겹의 의미를 지닌다. 그의 네 번째 개인전 전이 열리는 청담동 표갤러리와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나란히 걸린 고양이 초상화 한 쌍이 눈에 들어온다. 제목이 각각 와 이다. 성격이 예민하고 때론 까칠한 10살배기 토종고양이 나나가 .. 2008. 10. 4.
3만 원짜리 목숨 와우북페스티벌 지원 나가서 열심히 책 팔고, 찬바람에 얼어붙은 몸을 부비며 홍대입구역 지하철로 내려갔다. 금요일 밤의 홍대입구는 아수라장이었다. 인파에 밀리고 쓸려 간신히 계단을 내려오니,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새끼고양이와 강아지를 파는 좌판이었다. 허름한 옷차림의 할머니 앞에, 기운없어 보이는 강아지 두 마리, 한주먹도 안돼보이는 아깽이 서너 마리가 노끈에 묶여 있었다. 젖소무늬 아깽이는 자꾸만 할머니 팔뚝을 기어올랐고, 할머니는 귀찮다는 듯 고양이를 옷에서 떼어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누군가 값을 묻자 할머니는 "3만 원"이라고 했다. 3만 원짜리 삶. 누군가 사주지 않으면, 그 3만 원의 가치도 점점 떨어져 결국 버려지는 신세가 되겠지. 아마 저 고양이들은 팔려나갈 때까지 .. 2008. 9. 28.
일본의 고양이 허수아비 '도리요케' 한국의 가을 들판에 참새 쫓는 허수아비가 있다면, 일본에는 눈빛으로 새를 쫓는 '고양이 허수아비' 도리요케 〔鳥よけ〕가 있다. 어떻게 눈빛만으로 새를 퇴치할 수 있다는 걸까? 그것도 진짜 고양이가 아닌, 가짜 고양이의 실루엣으로 말이다. 한국의 허수아비는 농부 옷을 입고 들판에 서서 빈 깡통을 달그락거리며 새를 쫓는다. 요즘 새들은 영악해서 어설픈 허수아비 따위엔 잘 속지 않는다지만, 어쨌든 참새들도 순진했던 그 옛날엔 허수아비가 들판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톡톡히 한몫 했던 것은 사실이다. 언뜻 보기엔 사람처럼 차려입은 모양새에, 살아있는 것처럼 가끔 깡통 흔드는 소리도 한번씩 내주니, 조심성 많은 새들이 허수아비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허수아비가 '사람 같은 겉모습+깡통 흔드는 소리'로 새를.. 2008.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