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이하는 길고양이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사람들이 긴팔 옷차림을 하기도 전에 가을이 오는 것을 잽싸게 알아채는 길고양이들이 나무 둥치에 기대어 바람을 맞는다. 바람 소리를 들으며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2008. 9. 17. 꽃고양이 아무도 심지 않았는데 맨땅에서 잎이 자라고 꽃이 핀다. 네가 태어난 곳은 화사한 꽃 흐드러지게 핀 화원이 아니라, 찾아오는 이 하나 없는 헐벗은 땅이다. 그러나 너를 품고 키워준 땅이 초라하기에, 역설적으로 네가 더 빛난다. 허리 끊겨 죽을 날만 기다리는 꽃들이 빼곡하게 꽂힌 꽃가게에서 널 봤다면, 난 네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지나쳤을지 모른다. 하지만 살겠다고, 기왕 태어난 목숨이니 한번 살아보겠다고 팍팍한 땅에 뿌리내린 네가, 땅의 육즙을 쭉쭉 빨아마셨다가 붉은 꽃으로 토해낸 네가, 기특하고 대견해서 한번 더 눈길이 간다. 홀로 꿋꿋하게 살아남았기에 더 귀하고 소중한 너를 안아주고 싶어진다. 어수룩한 얼굴로 고개를 기우뚱 숙이는 네게 정이 간다. 너는 내게 꽃이다. 꽃고양이다. 2008. 9. 14. 고양이의 도도한 매력 평일에는 직장에 다니느라 바쁘신 어머니가 모처럼 스밀라와 놀아주시겠다기에,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드렸습니다. 스밀라가 평소에 좋아하던 플라스틱 끈을 휙휙 휘둘러봅니다. 근데 스밀라가 그다지 협조를 안해주네요. 표정이 영 떨떠름합니다. "이뭥미?"라는 얼굴.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기까지... 별로 놀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 삐친 걸까요? 플라스틱끈 끝에 스밀라가 좋아하는 빵끈까지 꿰었지만, 가차없이 고개를 휙 돌려버립니다. 예전에 깃털낚시 장난감으로 놀던 때의 똥꼬발랄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네요. 이젠 아예 앞발 집어넣고 식빵자세. 이건 놀 생각이 없다는 거지요. '어머니, 평소에 잘하시죠...' 뭐 그런 눈빛이랄까? 개는 반려인이 놀자고 하면 "저는 언제나 놀 준비가 되어있어요!" 하고 달려들지만.. 2008. 9. 14. 해초로 그린 고양이그림 '신기해' 바닷속 해초로 고양이를 그린다면 어떤 모양일까요? 일본 요코하마의 한 전철역 지하도에서 열린 게릴라 전시회에서 이색적인 해초 그림을 구경해보았습니다. 전시된 작품 중에서도 압권은 고양이 그림이었는데요, 상상력을 한껏 발휘해 만든 유쾌한 그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시된 작품들은 Japan Seaborn Art Association에서 제작한 것입니다. 해초 그림 외에도 조개로 만든 다채로운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번에 소개하는 것은 해초로 그림을 그린 토미코 씨의 작품입니다. 잎사귀가 풍성하게 매달린 거대한 나무에 매달려 노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앙증맞네요. 고양이 털코트를 표현하는 데 쓴 갈색 해조류와 적갈색 해조류의 미묘한 차이를 느껴보세요. 색칠한 게 아니라 전부 해초를 얇게 펴서 말려 붙인 것.. 2008. 9. 13. 스밀라가 두발로 설 때 뭔가 보고 싶지만 얼굴이 닿지 않아 바둥대다가, 두 발로 일어선다. 고양이의 호기심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자세. 사랑스럽다. 직립 자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1년 전의 스밀라 사진. 털옷 아래 가려진 뒷발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2008. 9. 13. 길고양이가 프레임 안으로 들어올 때 늘어진 나뭇잎 사이로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앉을 만한 공간이 비어있다. 길고양이가 오지 않았다면 눈에 띄지도 않았을 회색 타일벽은, 길고양이의 몸을 품어 안고서야 비로소 의미있는 공간이 된다. 고양이의 눈동자처럼 푸른 잎이 후광처럼 고양이의 몸을 감쌀 때, 사진을 찍는다. 카메라를 손에 들면, 세상이 수많은 프레임으로 이뤄진 공간 같다. 평소에는 투명해서 보이지 않지만, 길고양이가 나타나면 비로소 뚜렷해지는 프레임. 2008. 9. 12. 이전 1 ··· 38 39 40 41 42 43 44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