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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첫 번째 길고양이 맨 처음 찍은 길고양이 사진이 어떤 것이냐고 물어보면, 늘 밀레니엄 삼색 고양이라고 얘기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 말이 맞고, 어떤 의미에서는 틀리다. 밀레니엄 고양이는, 내 마음에 들어온 첫 번째 길고양이다. 그 녀석과 만나면서 처음으로 길고양이 사진을 꾸준히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연속성 면에서 본다면 밀레니엄 삼색 고양이의 사진이 첫 번째 길고양이 사진인 셈이다. 반면 서소문 뒷골목에서 찍은 길고양이 사진은 길을 가다 무심코 찍은 것이지만, 거리를 헤매는 길고양이처럼 고단했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첫 사진이어서 소중하다. 이 사진을 찍은 건 2001년 4월쯤, 밥벌이와 무관한 그림 전공으로 대학원을 졸업한지 두 달째 되던 무렵이었다. 내가 해온 공부로는 미술학원 강사 아니면 단기 아르바이트밖.. 2007. 5. 12.
도톰 앞발 스밀라 스밀라는 듀오백 의자에 몸을 둥그렇게 말고 누워 있기를 좋아한다. 의자 천 자체가 약간 오돌토돌하니 발톱 긁기에 좋아서 그런 것 같다. 요즘 사진도 자주 못 찍어주고 못 놀아줘서 미안해지는T-T 다행히 내가 집에 없는 동안 어머니가 자주 놀아주신다. 마트에서 고양이 간식도 종종 사 오시고... 2007. 5. 4.
오래간만에 스밀라 스밀라와 눈높이를 맞춰 찍으려면 같은 자세로 배를 땅에 붙이고 납작하게 엎드려야 한다. 일명 물개 자세. 두툼한 스밀라의 엉덩이. 앞에서 찍을 때는 잘 모르겠는데, 뒤에서 찍으면 회색 고양이의 면모가 드러난다. "남의 엉덩이는 왜 찍냐옹." 문을 열어달라고 눈빛으로 말하는 스밀라. 2007. 4. 8.
호기심 덩어리 밀레니엄 타워에서 새롭게 눈길을 끌기 시작한 젖소 아깽이. 겁이 많아서 내가 조금만 바스락거려도 움찔하며 후다다닥 달아나지만, 조용히 서 있으면 조심스럽게 다시 구경하러 나온다. 왕성한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겨버린 탓이다. 그리고는 '도대체 저 인간이 손에 든 까만 물건은 뭐지?' 하고 생각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목을 쑥 빼고 바라본다. 2007. 4. 5.
개미마을 지붕고양이2 개미마을 지붕에서 볕을 쬐던 고양이. 아직 매끈한 빨간 지붕과, 페인트가 벗겨져 분홍색이 되어가는 지붕이 좋은 대조를 이뤘다. 페인트가 벗겨진 지붕을 볼 때마다, 예전에 만났던 사진가 부부가 생각난다. 단행본에 넣어야 할 사진 때문에 폐가로 사진을 찍으러 갔던 날, 페인트가 벗겨져 너덜거리는 벽을 보고 남편이 그렇게 말했었다. "참 예쁘다". 그날 찍은 사진이나, 했던 이야기는 다 잊어도, 그 말을 할 때 그분의 홀린 듯한 눈빛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상대방이 벗겨진 페인트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야기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2007. 4. 4.
스밀라의 멍석 드라이클리닝한 옷을 잠시 거실 바닥에 뉘어놓았더니, 어느새 쪼르르 달려가서 눕는 스밀라. 누우라고 깔아놓은 멍석으로 착각하는지-_- 꼬리를 탁탁 치면서 누워있다. "내가 뭘 어쨌다고?"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스밀라. 고양이는 '멍석 깔아주면 하던 일도 못하는' 게 아니라, '하던 일도 멈추고 멍석으로 간다'. 2007.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