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곳을 바라보기 집에 있던 장식장 맨 아래 칸에 수석을 하나 놓아두었는데, 잡동사니가 쌓인 장식장 앞을 치운 뒤에 스밀라가 슬그머니 올라가 앉아있습니다. 어머니는 스밀라 앞모습도 귀엽지만, 볼이 볼록 부풀어오른 옆모습이 더 귀엽다며 이 사진을 고르셨네요. 수석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시선이 재미있습니다. 2007. 5. 21. 스밀라 이야기 장마가 징글징글하게 계속되던 작년 7월 중순께, 조그만 회색 고양이가 우리 집으로 왔다. 친구네 집 근처에서 방황하다 구조된 고양이였다. 고양이를 구조한 친구는 틈틈이 밥을 주며 닷새 동안 고양이를 지켜보기만 했다고 한다. 혹시 고양이를 찾으러 온 사람이 나타날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찾는 사람은커녕 전단지도 나붙지 않았단다. 결국 친구가 임시로 구조해 돌보던 고양이는, 한번의 입양과 파양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내게로 왔다. 아직은 도저히 고양이를 키울 형편이 안된다고 생각해서 엄두도 못 냈던 고양이와의 생활을 떠밀리듯 얼떨결에 시작한 셈이다. 그 녀석이 나와 함께 사는 고양이, 스밀라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말도 없고 소심하고 늘 불안해 보이던 녀석은, 이제 큰 소리로 앵앵 울며 의사 표현을 할 줄.. 2007. 5. 19. 같기도 스밀라는 문지방 앞에 몸을 길게 누이고, 가끔 꼬리를 땅바닥에 탁탁 치며 음악을 듣는다. 정말로 음악을 듣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지금 이 집에서 뭔가 소리가 나는 곳은 라디오 근처밖에 없는데다가, 꼼짝 않고 앉아 그 근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으니 그렇게 상상할 뿐이다. 문지방은 밟지 않는 거야. 사람으로 따지면 집 주인의 목을 밟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그렇게 생각하다가, ‘아무렴 어떠냐’ 하고 내버려둔다. 스밀라는 문지방 위에 앉고 싶은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문을 닫지 못하게 그 자리를 선점하고 싶은 것이다. 안 같기도 하고, 밖 같기도 한 그곳에. 2007. 5. 17. 짝짓기의 계절 밀레니엄 타워를 지나다가 고양이 울음 소리가 나기에 가 보았더니 젖소 무늬 아깽이와 고등어 무늬 고양이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그런데 싸울 때 나는 특유의 앙칼진 목소리는 아니고, 어딘지 애달픈 목소리. 발정기 때의 목소리다. 집에 돌아와 사진을 보니 고등어 고양이가 젖소 아깽이의 목덜미를 물고 올라탄 걸로 봐서, 아마 짝짓기를 시도하던 중이었던 것 같다. 날이 따뜻해지는 5월은 길고양이들이 짝짓기를 하기에 좋은 계절이긴 한데, 젖소 아깽이는 아직 어린데 말이다. 어쩌면 두어 달 뒤에 엄마 고양이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2007. 5. 17. 사람 구경 요즘은 밀레니엄 고양이도 사람을 경계하는 까닭에 예전처럼 천연덕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한때는 대낮에도 길 한가운데 이렇게 도사리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곤 했다. 예상하지 못한 고양이의 등장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번씩은 들여다보고 가곤 했다. 빨간 옷을 입은 아주머니의 등장과 퇴장에 주목할 것. 고양이의 눈길이 아주머니를 스윽, 따라간다. 2007. 5. 14. 도심속 숲고양이 ‘밀레니엄 고양이’가 무슨 종이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무슨 특별한 품종이라도 따로 있는 것인지 궁금한 모양이다. 사실 별 뜻은 없고, 밀레니엄 타워 아래 사는 길고양이들이라 식별하기 좋게 건물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밀레니엄 타워의 정식 명칭은 종로 타워지만, 그대로 썼다면 ‘종로 고양이’가 됐을 테니까 범위가 너무 넓어져서 곤란하긴 하다. 어쨌거나 밀레니엄 타워 뒤편 화단에는 대대로 밀레니엄 고양이가 살고 있다. 언제부터 이곳에 길고양이들이 살았는지 모르지만, 밀레니엄 타워의 완공 연도가 1999년이니 아마 2000년 이후일 것이다. 이곳에 유독 고양이가 많은 건, 사무용 건물에 딸린 화단치고는 제법 숲 느낌이 나도록 꾸며놓았기 때문이다. 키 큰 소나무 아래로 나지막한 나무들이 빽빽하.. 2007. 5. 14. 이전 1 ··· 78 79 80 81 82 83 84 ··· 9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