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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자전거, 도쿄 골목길 풍경 인파로 북적이는 관광지에선 쉽게 고양이를 만날 수 없지만, 골목으로 접어들면 정겨운 풍경이 있습니다. 고양이가 다니기 좋은 아담한 골목이 있고, 자전거를 탄 사람들은 고양이가 노는 풍경을 스쳐 지나갑니다. 조금은 무심한 듯, 그러나 아주 무관심하지는 않게. 가끔 주차된(?) 자전거 앞에서 노는 고양이를 쓰다듬어주기도 하면서요. 일본에는 왜 유독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 하고 궁금했는데, 대중교통비가 비싸다보니, 짧은 거리는 자전거로 오가는 편이 좋긴 하겠더군요. 딱, 페달을 밟는 자신의 힘만큼만 앞으로 나아가는 자전거는 연료도 필요 없고 공해도 유발하지 않는, 가장 환경친화적인 이동수단이기도 하지요. 자동차로는 통과하기 힘든 좁은 골목길도 씽씽 지나갈 수 있고요. 그래서인지, 주택가에서는 자동차.. 2008. 10. 16.
밀크티 길고양이, 도심 숲에서 보낸 1년 2007년 10월, 밀크티 빛깔의 길고양이를 처음 만났다. 이제 갓 청소년기에 접어든 그 고양이는, 홍차에 우유를 탄 것 같은 독특한 털코트를 입고 있었다. 먹는 것이 부실해서 그런지 비쩍 말랐지만, 흔치 않은 미묘였다. 그 고양이를 잊지 않도록, 밀크티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도심에서 자연 그대로의 숲이 사라진 지 오래다. 사람들은 숲을 없앤 대신 길가에 가로수를 세웠다. 하늘 높이 치솟은 고층건물 뒤로 생색내듯 화단을 만들고 나무를 심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공의 숲에, 길고양이들이 세들어 산다. 밀크티도 그런 숲의 세입자들 중 하나였다.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제 집이 아니기에 늘 눈치를 보면서, 나무덤불 아래로 숨어다녔다. 가끔, 밀크티는 비쩍 마른 몸을 웅크려붙이고 난간에 올라와 햇빛을 쬐곤 했.. 2008. 10. 15.
공포감 조성하는 거문도 길고양이 뉴스 '씁쓸' “떼로 몰려다니며” , “사람을 노려보는 눈매가 매섭습니다.” 거문도 길고양이 문제를 보도하는 기자의 말이다. 3분 남짓한 뉴스의 마무리는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밤중에 거리를 횡단하는 고양이를 배경으로 음산한 음악이 들려오다가, 갑자기 장면이 전환되면서 고양이가 입을 쫙 벌리는 모습과 기괴한 울음소리가 교차된다. 거부감이 드는 모습만 골라서 편집하니, 길고양이에 대해 아무 감정이 없던 사람도 뉴스만 본다면 고양이가 싫고 무섭게 느껴질 법하다. 아직은 살육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거문도 길고양이에게 피바람이 불겠구나 싶다. (뉴스 링크-아직 못 보신 분은 동영상을 보고 아래 글을 읽어주세요.) 뉴스에 나왔으니 ‘진실’? 그러나 진실도 편집된다 ‘뉴스는 진실을 보도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 2008. 10. 11.
그분의 취향 잡기놀이를 하다가 스밀라가 도망가는 곳은 가방 위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몇 달 전까지는 가방의 형상이었지만, 지금은 스밀라의 전용방석 노릇을 하고 있는 물건' 위로. 스밀라는 마치 바다에 둥실 뜬 뗏목처럼 작은 가방 위에 몸을 움츠려 붙이고, 볼록 올라온 가방 바닥 부분을 베게 삼아 머리를 기댄 채 이렇게 텔레파시를 던진다. "어이, 이젠 그만 하자고." 제가 먼저 놀자고 덤벼들어놓고서 이렇게 나오면 어리둥절하지만, 이것 역시 고양이의 변덕 중 하나이니. 앞다리를 반으로 접어 가슴 밑에 넣고 눈을 내리깐 스밀라의 모습은 귀여우면서도 약간 거만한 여왕 같다. 가방에 대한 고양이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스크래치의 압박으로부터 가방을 지키려면 죄다 숨겨두어야 한다. 오늘 새벽에도, 얼마 전에 새로 장.. 2008. 10. 9.
외톨이를 위한 치유의 만화 '나츠메 우인장' 도쿄 여행 중에, 복고양이를 모시는 신사에서 만화 '나츠메 우인장'〔夏目友人帳〕에 등장하는 '야옹 선생'을 만났다. 만화 속 야옹 선생이 '마네키네코 인형 속에 봉인된 요괴'로 설정된 만큼, 마치 만화의 한 장면이 현실로 재현된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의뭉스런 눈빛, 통통한 몸통이 만화 속 야옹 선생과 똑같았다. 신사에 봉납된 '야옹 선생'인형은 특별 제작된 것으로, 올 여름 시즌부터 '나츠메 우인장'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자, 성공을 빌며 복고양이 신사로 유명한 이곳에 봉납한 것이라고 한다. 주인공 나츠메 역을 맡은 성우 카미야 히로시 역시 '야옹 선생'이란 이름의 집고양이를 실제로 키우고 있어 흥미롭다. '나츠메 우인장'은 요괴를 볼 수 있는 소년 나츠메(夏目)가, 요절한 할머니 레이코의 유물.. 2008. 10. 8.
365일 윙크하는 야나카의 길고양이, 신이치 365일 윙크하는 고양이 신이치 군을 만난 곳은, 도쿄의 고양이 카페 '넨네코야'에서였습니다. 넨네코야는 주중에는 고양이 공방으로 운영되고, 주말이면 고양이 카페로 변신하지요. 칼같이 오후 6시에 문을 닫아서, 오후 늦게 찾아갔다 헛걸음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두번 걸음을 했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앙증맞은 고양이 공예품과 고양이 모양의 먹을거리들이 있고, 사랑스런 '고양이 점원'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아니, 카페에 웬 고양이 점원이냐고요? 넨네코야에서는 가게 인근에 사는 길고양이들을 고양이 점원으로 채용해, 가게에서 손님을 맞이하게 한답니다. 카페를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하고 놀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편의상 점원이라고 부르지만, 프리랜서 고양이들이기 때문에.. 2008.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