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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여행기(2)-스웨덴 이색박물관 기행 같은 시간 같은 나라를 여행하더라도, 여행의 추억은 달라진다. 휴양지에서 아무 생각 없이 푹 쉬거나, 소문난 맛집도 찾아가 보고 싶은 게 사람 욕심이지만, 뭔가 배우고 느끼고 싶다면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응축한 박물관 여행보다 좋은 게 없다. 특히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크고 작은 박물관들이 빼곡이 자리잡고 있어 테마여행에 적합한 여행지 중 하나다. 거의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 ‘스톡홀름 카드’를 갖고 있었지만, 3일권만 끊었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사진 몇 장만 달랑 찍고 잽싸게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패키지 여행식 관람을 지양하다 보니, 하루에 세 군데 이상 들르기는 어려웠다. 결국 점심은 차에서 샌드위치로 해결해 시간을 아끼며 잰걸.. 2004. 12. 11.
엄마가 된 '행운의 삼색 고양이' 한 생명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처럼 경이로운 일도 없을 것이다. 같은 장소에서 꾸준히 길고양이 사진을 찍다 보면, 마냥 까불며 놀기만 할 것 같던 어린 고양이가 어느새 어엿한 엄마가 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밀레니엄 타워에서 만난 ‘행운의 삼색 고양이’ 역시 1년 뒤에 네 마리의 새끼를 거느리고 나타났다. 어린 고양이답게 토실토실하던 몸이 자라서 늘씬해지고, 얼굴 살도 홀쭉하게 빠져서 그런지 처음에는 행운의 삼색 고양이라는 걸 몰라볼 정도였다. 하지만 집에 와서 찍은 사진을 훑어보는데 얼룩무늬가 어쩐지 낯익어, 1년 전 사진과 대조해보니 그 녀석이 확실했다. 새끼 네 마리를 홀몸으로 건사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걸까. 하얗게 빛나던 콧잔등에도 때가 묻고, 찹쌀떡처럼 폭신하게 보이던 발등의 털도 듬성.. 2003. 8. 9.
사랑의 과녁 짧은 꼬리를 휙휙 흔들며 사라졌던 '행운의 삼색 고양이'는 이듬해 새끼를 가진 어미 고양이가 되어 나타났다.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일 때가 되면 가슴도 부풀어 오르고, 젖꼭지 근처에 동그라미를 친 것 같은 무늬가 생긴다. 꼭 과녁 같다. 털속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으니, 여길 보고 알아서 찾아먹으라는 신호일까. 새끼들에게는 달콤한 '사랑의 과녁'인 셈이다. 딱히 먹일 만한 것이 없어서, 근처 구멍가게에서 천하장사 소시지를 사다줬더니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바닥에 소시지의 잔해 한 점을 남기고, 못내 아쉬운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올려다본다. 새끼 거둬 먹이느라 다리며 얼굴은 예전보다 홀쭉해졌는데, 젖이 고여 부풀어오른 몸이 못내 무거워 보인다. 2003. 7. 8.
행운의 삼색 고양이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광화문-종각역-인사동을 왕복하는 익숙한 동선을 따라 무심코 오가던 길에서, 어린 삼색 길고양이를 발견한 것은 2002년 7월이었다. 그전에도 길에서 몇 차례 길고양이를 만난 적은 있지만, 친해지고 싶어서 손을 내밀면 녀석들은 잽싸게 내빼곤 했다. 그런데 종로의 한 빌딩가 화단 속 은신처에서 만난 삼색 고양이는, 사람을 슬금슬금 피하는 여느 길고양이와 달랐다. 검은 대리석 화단에 ‘식빵 자세’로 앉아 있다가 나를 보고 몸을 일으키더니, 화단 난간에 팔짱을 끼고 앉는 게 아닌가. 바에 와서 마실 것 한 잔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여유롭기까지 하다. 아직 채 한 살도 되지 않은 어린 고양이 같은데 대담하기 짝이 없었다. 이 정도면 내가 고양이를 구경하는 게 아니라, 고양이.. 2002.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