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고냥의 근황 설날을 하루 앞둔 어제, 늘 가던 대로 교보문고를 거쳐 영풍문고로 가는 길에 밀레니엄 타워 앞을 지나면서 고양이들이 잘 있는지 들여다 보았다. 최근 출몰하는 녀석은 고동색 고등어 무늬였는데, 어제는 그보다 좀 작은 황토색 토종고양이만 눈에 띄었다.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새떼들이 많이 모여들어 나무 위에 지저귀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한참 새들을 바라보다가, 나무를 향해 펄쩍 뛰어오르더니 수직으로 나무를 타는 게 아닌가. 살금살금 2m 정도 기어오르는 품이, 진지하게 사냥을 하려는 자세였다. 시선은 새 쪽으로 두고 한눈 팔지 않으면서. 생전 처음으로 나무 타는 고양이를 직접 본 날이었다. 고양이가 새를 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가끔 쥐도 잡으니까 아주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말이다. 카메라를 들고.. 2005. 2. 9. 미술관 따라 걷는 스톡홀름 예술기행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스톡홀름에 도착했을 때 꼭 들러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국립미술관(National Museum)과 현대미술관(Moderna Museet)이다. 스톡홀름 시내에 위치한 이 두 미술관은 비단 스웨덴뿐 아니라 현대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두 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장품 역시 스웨덴 국내 미술에 국한되지 않고, 서양미술사를 관통하는 굵직굵직한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스웨덴 국립미술관-중세부터 근대까지 이르는 서양미술의 보고 스웨덴 국립미술관은 그 규모를 따지자면 가히 스웨덴 최대의 미술관이라 할 만하다. 스웨덴 왕궁과 물 하나를 건너 마주 보일 만큼 가깝기 때문에, 왕궁을 돌아보는 일정과 함께 끼워 넣으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1866년 건축된 미술관 건물.. 2005. 1. 19. 사라진 고양이들 밀레니엄 고냥이들의 세대교체가 한 차례 이뤄진 모양이다. 실은 한 차례뿐 아니고 여러 차례였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고양이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이젠 가까이 다가가면 휙 도망가서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나마도 낮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등 뒤로 슬며시 다가와서 등을 밀면서 장난을 걸던 녀석은 어디로 간 것일까. 고양이도 철새처럼 겨울을 나러 어딘가로 가는 건 아닐 텐데. 안국동 고양이집 앞 주차된 차 밑에 웅크리고 있던 고양이 네 마리도 요즘은 잘 안 보인다. 동대문구청에서인가, 고양이를 잡아오면 한 마리에 만 원씩 포상금을 준다고 했던가, 그런 기사를 읽은 것 같은데...웅. 고양이 사냥꾼들의 등장인가. 2004. 12. 17. 스톡홀름 여행기(2)-스웨덴 이색박물관 기행 같은 시간 같은 나라를 여행하더라도, 여행의 추억은 달라진다. 휴양지에서 아무 생각 없이 푹 쉬거나, 소문난 맛집도 찾아가 보고 싶은 게 사람 욕심이지만, 뭔가 배우고 느끼고 싶다면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응축한 박물관 여행보다 좋은 게 없다. 특히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크고 작은 박물관들이 빼곡이 자리잡고 있어 테마여행에 적합한 여행지 중 하나다. 거의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 ‘스톡홀름 카드’를 갖고 있었지만, 3일권만 끊었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사진 몇 장만 달랑 찍고 잽싸게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패키지 여행식 관람을 지양하다 보니, 하루에 세 군데 이상 들르기는 어려웠다. 결국 점심은 차에서 샌드위치로 해결해 시간을 아끼며 잰걸.. 2004. 12. 11. 엄마가 된 '행운의 삼색 고양이' 한 생명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처럼 경이로운 일도 없을 것이다. 같은 장소에서 꾸준히 길고양이 사진을 찍다 보면, 마냥 까불며 놀기만 할 것 같던 어린 고양이가 어느새 어엿한 엄마가 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밀레니엄 타워에서 만난 ‘행운의 삼색 고양이’ 역시 1년 뒤에 네 마리의 새끼를 거느리고 나타났다. 어린 고양이답게 토실토실하던 몸이 자라서 늘씬해지고, 얼굴 살도 홀쭉하게 빠져서 그런지 처음에는 행운의 삼색 고양이라는 걸 몰라볼 정도였다. 하지만 집에 와서 찍은 사진을 훑어보는데 얼룩무늬가 어쩐지 낯익어, 1년 전 사진과 대조해보니 그 녀석이 확실했다. 새끼 네 마리를 홀몸으로 건사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걸까. 하얗게 빛나던 콧잔등에도 때가 묻고, 찹쌀떡처럼 폭신하게 보이던 발등의 털도 듬성.. 2003. 8. 9. 사랑의 과녁 짧은 꼬리를 휙휙 흔들며 사라졌던 '행운의 삼색 고양이'는 이듬해 새끼를 가진 어미 고양이가 되어 나타났다.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일 때가 되면 가슴도 부풀어 오르고, 젖꼭지 근처에 동그라미를 친 것 같은 무늬가 생긴다. 꼭 과녁 같다. 털속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으니, 여길 보고 알아서 찾아먹으라는 신호일까. 새끼들에게는 달콤한 '사랑의 과녁'인 셈이다. 딱히 먹일 만한 것이 없어서, 근처 구멍가게에서 천하장사 소시지를 사다줬더니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바닥에 소시지의 잔해 한 점을 남기고, 못내 아쉬운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올려다본다. 새끼 거둬 먹이느라 다리며 얼굴은 예전보다 홀쭉해졌는데, 젖이 고여 부풀어오른 몸이 못내 무거워 보인다. 2003. 7. 8. 이전 1 ··· 116 117 118 119 1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