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발바닥 털을 이발하는 이유 장모종 고양이를 기른다면, 주기적으로 발바닥 털을 잘라줘야 합니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라면 거친 아스팔트 바닥에 털이 쓸려 자연적으로 짧아질 수 있겠지만, 언제나 매끈한 바닥에서 살아가는 장모종 고양이들의 발바닥 털은 늘 길게 자라난 상태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이 발바닥 털을 그냥 두면 고양이에게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우다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고양이는 앞발바닥으로 제동을 거는데, 장모종 고양이들의 경우 털이 길게 자라 앞발의 마찰력이 떨어질 경우, 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달려오는 힘을 못이겨 눈앞의 물건에 충돌할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높은 곳에서 아래로 뛰어내릴 때도, 발이 착지한 자리에 찰싹 달라붙듯 해야 하는데, 긴 털이 발바닥 사이에 끼어있으면 미끄러질 위험이 있고 발목에 무.. 2010. 5. 2. 겨울옷 정리를 방해하는 고양이 계절이 바뀔 때마다 대청소의 날이 돌아옵니다. 두꺼운 겨울옷을 한 군데 모아 쌓아놓고 큰 종이박스를 구해와서 차곡차곡 집어넣을 준비를 합니다. 한데 스밀라는 집안에 옷더미든 빈 박스든, 올라갈 만한 새로운 장소가 생기면 등산하듯 꼭대기에 반드시 등정하는 버릇이 있어서, 어머니와 제가 아침을 먹는 사이에 이번에도 어김없이 올라와 있더군요. 저렇게 앞발을 내지 않고 고개만 쭉 내민 채 누워있으면 꼭 거대한 망토로 온 몸을 두른 아저씨 같아서 익살스럽습니다.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지어보지만, 쏟아지는 하품을 못 이겨 결국 몸 아래 숨겼던 앞발을 내놓고 맙니다. 하품과 기지개는 역시 떼놓을 수 없는 한 쌍이거든요. 스밀라의 자세를 가만히 보니, 하품하는 척 하면서 옷가지를 못 치우게 온 몸으로 막고 있는 건가 싶.. 2010. 4. 30. 5초만에 고양이를 황홀하게 하는 법 어른 고양이는 쉽게 권태로움을 느끼는 듯 보입니다. 스밀라 역시 예외는 아닌데요. 평소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은신처에서 만사가 귀찮은 얼굴로 누워있곤 합니다. 하지만 권태기에 빠진 고양이도 5초만 투자하면 황홀경에 빠뜨릴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특별한 도구나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니까 집에서 한번 시도해 보세요. "응? 지금 뭐하는 짓이냐옹?" 가만히 누워있던 고양이라면 뜨악하게 여기겠지만, 일단은 목에 손가락을 스윽 갖다댑니다. 목에서 턱 사이를 손가락으로 오르락내리락, 왔다갔다 하면서 살살 긁어줍니다. "그래그래, 좀 더 구석구석 긁어보게나." 고양이가 살며시 실눈을 뜨고 턱을 위로 쳐들면, 시원하니 더 긁어달라는 신호입니다. "음... 바로 이 맛이야~" 스밀라는 무아지경에 빠지다못해 거의 유체이탈.. 2010. 4. 29. 호시탐탐 아버지 이불을 노리는 고양이 "빨리 좀 와 봐~" 웃음 섞인 어머니 목소리에 무슨 일인가 싶어 뛰어가보니, 스밀라가 아버지 이부자리에 곤히 잠들었다. 스밀라가 사람 이불을 노리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 모습에 웃을 수밖에 없었던 건, 이 자리가 평소 '스밀라 금지구역'으로 선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건이든 이불이든 비닐이든, 까실까실하거나 부셕부셕한 것, 넓고 폭신한 것이 깔린 곳이면 거침없이 올라가 드러눕는 스밀라지만, 다른 곳은 다 허락한 아버지도 "이부자리만은 내줄 수 없다"고 선포하셨는데 다 까닭이 있다. 처음 스밀라가 오고 몇 달 동안 아버지는 스밀라의 거실 출입조차 못마땅해 하셨다. 예전에는 개를 키우기도 했던지라 동물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았어도, 아버지 세대 분들에게 동물이란 '마당에서 키우는 것'이란 인식.. 2010. 4. 26. '몰래 엿보기' 즐기는 고양이 일하다가 어쩐지 뒤통수가 뜨끔해서 돌아보면, 스밀라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앞발로 문을 열고 방안 동태를 살피는 거죠. 고양이 앞발 뒷발의 힘은 은근히 세서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스스로 문을 여닫을 수 있을 정도랍니다. 약간의 틈새만 있으면 소리없이~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저는 평소에 기척없이 걷는 편인데, 그래서 어렸을 때 소리없이 부모님 등 뒤로 다가갔다가 혼이 난 적이 있어요. 일부러 놀래키려고 한 것도 아니고 아무 생각없이 갔을 뿐인데, 십년감수했다며 '고양이 걸음' 걷지 말라고 꾸지람을 듣곤 했어요. 그런데 막상 고양이에게 당해보니 그때 부모님 기분이 어땠을지 알 것 같네요;; 지켜_보고_있다.jpg 저렇게 염탐을 하다가 저에게 들키면 모른체하고 다른 데를 봅니다. 딴청을 부린다고 저에게 .. 2010. 4. 22. 고양이도 우울할 때가 있다 고양이도 우울함을 타는 시기가 있습니다. 놀아달라고 큰 소리로 불렀는데 사람은 별 반응이 없다거나, 약을 먹거나 수액주사를 맞는 등 하기 싫은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할 때가 그렇습니다. 스밀라가 문 앞에서 큰 소리로 불렀는데 급히 해야할 일이 있어 시간을 지체했더니, 저렇게 담요 위에 몸을 축 늘어뜨리고 무기력하게 누워있습니다. 쓰다듬어줘도 그릉그릉도 하지 않고 시큰둥입니다.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반만 뜬 눈과 납작한 귀로 불편한 심기를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옆에서 계속 달래주고 놀아주니 눈매가 좀 부드러워지는 것 같아요. 코앞에서 얼굴을 들이대면 시선을 살짝 피합니다. 그 모습이 제 눈에는 은근히 사랑스럽게 보이네요. 저를 보지 않는 척 시선을 먼 곳으로 향하고 있지만, 사실.. 2010. 4.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