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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그늘 아래 목에 목걸이를 찬 고양이들은 거의 주인 있는 고양이다. 하나같이 느긋하고 한가롭다. 사진 속 고양이도 마치 참선하는 것처럼 오도카니 앉아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초록색 이끼 방석 위에 앉은 고양이. 나도 축지법을 쓰느라 지친 다리를 잠시 쉬면서, 고양이의 뒤통수를 가만히 바라본다. 고양이와 나 사이로 바람이 살랑, 스쳐지나간다. 그늘이 준 선물이다. 2008. 2. 5.
뒷모습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른 식당 아주머니가 가게 밖으로 나와 서성거리다 이쪽을 본다. 피곤을 못이겨 잠깐 바람을 쐬러 나온 것일까. 아주머니의 시선이 손님 없는 골목을 빙 돌다가, 골목 어귀에 앉은 고양이에게 내려앉는다. 아주머니의 얼굴이 고양이를 향할 때, 고양이도 고개를 들어 아주머니를 바라본다. 둘의 시선이 텅빈 골목길 한가운데서 툭, 하고 부딪친다. 고양이의 앞모습은 순식간에 마음을 홀리지만, 뒷모습은 오래도록 상상하게 만든다. 황토색 고양이는 뭔가 결심한 듯 꼬리를 쳐들고 성큼성큼 걸어 아주머니 쪽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 포함되지 않은 나는, 사진의 귀퉁이에 그림자처럼 서서 그들의 만남을 기록한다. 2008. 1. 31.
갈 길이 멀다 2008. 1. 13.
복고양이의 고향, 고토쿠지 일본 복고양이의 발상지인 고토쿠지(豪德寺). 책을 쓰면서 복고양이의 유래를 조사하다가 한번쯤 가보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고양이를 모시는 절이라 그런지 탑에도, 절 안에도 온통 고양이. 이런 녀석들이 잔뜩 있는 곳이다. 고토쿠지 입구. 입구 쪽에 거대한 향로 같은 것이 있고, 왼편으로 목탑이 있는데 조그만 고양이 목조각이 장식되어 있다. 입구 근처에서 취미 사진가인 듯한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다짜고자 말을 걸어오셔서;;;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고양이 조각에 대한 설명을 하시는 듯했다. 300mm 렌즈로 찍은 거라면서 고양이 조각 클로즈업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설명을 못 들었으면 그런 조각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칠 정도로 작았다. 할아버지의 설명을 듣고 멈춰 서서 찍어본 고양이 조각들. 1층 한가운.. 2007. 11. 3.
[알림] 길 떠나는 고양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을 마감하고 있어서 10월 말까지 블로그 업데이트를 거의 못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도 자주 못 썼지만-_-;) 11월 초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올게요~ 생각해보니 글 없이 사진만 가끔 올릴 수는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2007. 10. 8.
고토쿠지의 묘지기 고양이 복고양이를 모시는 사원, 고토쿠지에 사는 길고양이. 일본에서는 절 안에 공동묘지가 있는 곳을 종종 볼 수 있다. 서양의 교회에도 묘지가 딸려있는 걸 생각해보면 뭐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지만, 한국의 절을 떠올리면 조금 낯설기는 하다. 고양이 눈은 이끼 색이고, 고양이 몸은 비석의 색이니...오래된 무덤을 지키는 묘지기로는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인듯. 이끼가 낀 비석 사이 몸을 숨기고 오도카니 앉아있던 녀석은, 나를 보고는 종종걸음으로 달아나버렸다. 새로 조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매끈한 무덤의 경계석도, 언젠가 왼편의 돌비석들처럼 비바람에 닳고 이끼 끼어 자연스러워질 날 있겠지.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의 날카로운 슬픔도, 저 비석들처럼 그렇게 세월에 무뎌질 날 오겠지. 2007.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