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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쥐 사냥하는 일본의 길냥이 여행지에서는, 아침을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따라 하루가 달라진다. 아침 골목길에서 어린쥐를 사냥하던 길고양이를 만난 그날은 내게 '운수 좋은 날'이었다. 한번도 직접 볼 수 없었던 쥐사냥 장면을 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길고양이에게는 어쩌면 운수 나쁜 날이었을지도. 나는 여행지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기보다 타박타박 걷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차로 이동하면 이동시간은 단축될 것이다. 일찌감치 문을 닫는 일본 관광지에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노력은 필수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이 지점에서 저 지점까지 이동하기까지 버려지는 시간을 줄이고,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습기, 열기, 모기'의 3종 세트와 싸워야 하는 한여름의 일본여행이라면, 그냥 속 편.. 2008. 8. 30.
나 억울해! 검은 길고양이의 항변 나는 사람들이 재수없다고 구박하는 까만 고양이. 인상이 어둡다고, 마녀의 고양이 같다고, 심지어 애드거 앨런 포의 소설 까지 들먹이며 나를 불길하다고 해. 눈처럼 하얀 털옷을 입은 내 친구가 빛의 고양이라면, 나는 어둠의 고양이지. 내가 친구와 함께 있을 때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해. "아, 저 예쁜 흰고양이 좀 봐. 어쩜 길고양이인데도 저렇게 단정하고 깔끔할까?" "근데 저 까만 애는 뭐래...무섭게 째려보는 것 좀 봐." 사실 내 눈매나 친구 눈매나 비슷한데, 나는 왜 만날 이럴까. 하지만 나도 열심히 털 고르기를 한다고. 흰 옷에 먼지 묻으면 티도 안 나지만, 까만 옷은 얼마나 간수하기 힘든 줄 알아? 비듬 하나 떨어져도 지저분한 놈 소리나 듣고 말이지. 뭐, 혀빠지게 닦아도 별로 티는 안 나.. 2008. 8. 27.
동화처럼 예쁜 호숫가 고양이 미술관-일본 코노하나미술관 동화 속에 나오는 성처럼 아담하고 예쁜 일본의 고양이미술관 보셨나요? 후지산 근처의 호수마을 가와구치코에 자리잡은 코노하나미술관에 다녀왔어요. 코노하나미술관은 일러스트레이터 이케다 아키코의 고양이 캐릭터 '다얀'의 일러스트레이션 원화, 깜찍한 미니어처 오브제가 전시된 곳입니다. 환상의 세계 '와치필드'에서 살아가는 다얀의 친구 고양이 지탄, 귀여운 흰고양이 바닐라, 토끼 마시를 비롯한 다얀 친구들의 세계를 볼 수 있어요. 역시 고양이 마니아로서 고양이미술관은 빼놓을 수 없기 때문에, 도쿄 여행 중 하루를 빼서 갔다왔지요. 신주쿠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가와구치코행 고속버스를 타고 1시간 45분 정도 달리면 가와구치코 역에 도착합니다. 도쿄와 가와구치코를 왕복한다면 이동시간만 4시간을 잡아야 해요. 저는 7시 .. 2008. 8. 26.
일본 공동묘지에서 열린 고양이 만찬 화려한 식탁도 진수성찬도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따뜻해지는 고양이 만찬. 만약 일본여행 중에 야나카 레이엔(谷中霊園)을 들를 기회가 있다면, 운좋게 그 광경을 목격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일본의 유명한 공동묘지 야나카 레이엔에서 열린 '고양이 만찬' 장소를 찾아가봤다. 일본에서 길고양이를 만날 확률이 높은 곳을 세 군데만 꼽으라면 단연 묘지, 절, 주택가 골목이다. 골목이야 한국에서도 길고양이 많기로 유명하지만, 묘지나 사찰에 길고양이가 있다는 건 의외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외진 곳에 있는 데다 인적도 드물어 먹을것도 없어 보이는 한국 묘지와 달리 주택가 한가운데서도 묘지를 흔히 볼 수 있어, 머물 곳이 마땅치 않은 고양이들의 쉼터로 애용된다. 특히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의 손길은 이들 묘지 고양.. 2008. 8. 25.
길고양이 스킨 변경 오래된 사진 필터로 만들어본 새 프로필 사진. 고양이공방 겸 카페 '넨네코야' 근처에 상주하는 고양이들이 촬영에 협조해 주었다. 스킨이 밝아지니 기분도 가벼워지는 듯. 주말 취재 뛰고 와서 고양이 여행기도 슬슬 정리해 올려야겠다. 2008. 8. 23.
츠키지 고양이의 아침식사 츠키지, 라는 말을 내뱉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푸른빛이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순간, 파르스름한 공기는 바다를 닮았다. 비릿하고 축축한 바다 냄새가 떠도는 공기 속에, 전국 각지의 스시집으로 팔려나갈 차례를 기다리는 은빛 참치들의 무덤이 있다. 바닷속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벗어나 육중한 몸을 바닥에 누인 참치들은 평화로워 보인다. 그 은빛 무덤 사이로 장화를 신고 눈을 번뜩이며 다급히 수신호를 날리는 참치 경매 참여자들, 다이와 스시 앞에 길게 줄지어 선 관광객, 지루한 기다림에 보답하듯 먹음직스런 자태를 뽐내며 접시에 올라앉은 스시... 츠키지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은 대개 이런 이미지다. 그러나 초를 다투는 긴박한 참치 경매가 끝나고, 감칠맛나는 스시에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스시집을 나선 .. 2008.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