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가 시도하는 점프는 아찔하지만, 집고양이들이 여간해선 보여주지 않는 대담한 동작인지라 매번
감탄하며 바라보게 됩니다. 이날도 뉘엿뉘엿 지는 햇볕을 쬐던 얼룩무늬 길고양이가 저 멀리 지붕 너머로
눈길을 던집니다. 건너편 지붕 위로 뛰어오르려는 것입니다.
길고양이가 앉아있던 담벼락은 고양이 키의 7~8배 높이는 됨직하고, 바로 밑에 커다란 개까지 있었습니다.
자칫 발을 헛디뎌 떨어지기라도 하면 '고양이 망신'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큰 봉변을 당할 상황이었습니다.
세월의 탓인지 고르게 깔리지 않고 삐뚤빼뚤 허술하게 놓인 기와를 보고 있자니, 고양이가 뛰어오른 무게로
기와가 흔들려 빠지기라도 하는 건 아닌지, 비스듬한 경사에 발을 헛디뎌 아래로 미끄러지는 것은 아닐지
살짝 걱정이 되었습니다. 한편으론 고양이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고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인간은 아랑곳없이, 고양이의 표정은 단호합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두 앞발을 떼고, 곧 뛰어내리려는 뒷발에 한껏 힘을 줍니다. 막 출발신호를 듣고 땅을 박차며 뛰어나가는
100미터 경주선수처럼 온몸에 긴장감이 넘칩니다.
길고양이가 공중점프를 무사히 해낸 비결은 '정면만 바라보기'였습니다. 절대 발밑을 내려다보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의 비결은 자신감입니다. '뛰지 못할 거야.. 나는 안될 거야...' 이런 마음으로 자신감 없이 뛰었다면
아마 지붕 위를 안전하게 건너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고양이의 점프는 단호했습니다.
지붕 위를 뛰어넘는 점프는 여러 번 시도할 수 없습니다. 넓이뛰기 경기라면 1차 시도, 2차 시도...여러 번
해볼 수도 있겠지만, 고양이는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성공해야 하기에 그 순간만큼은 온 힘을 발끝에 모아
몸을 날리는 것입니다.
'앗, 위험하게 비뚤어진 기와 위로 뛰어내리다니!'
순간 가슴이 철렁했지만, 천만다행으로 기와는 빠지거나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무사히 공중점프를 마치고 당당한 몸짓으로 지붕 위를 유유히 걸어가는 고양이를 배웅합니다.
단 한 번의 기회를 노리고 온 힘을 다해 뛰어오른 고양이처럼, 제 앞의 문제들을 시원하게 해결해가고 싶은
그런 월요일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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