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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우수에 젖은 길고양이 얼굴들

by 야옹서가 2010. 5. 18.
 
길고양이를 찍긴 해도 제 사진을 찍을 일은 별로 없는데, 오래간만에 절 찍어주신 분이 있어서

사진을 받아보았습니다.
헉! 얼굴이 팅팅 붓고 화장도 하지 않아서 그런지 대여섯 살은 늙어보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담담하게 카메라를 쳐다보았다고 생각했는데 표정도 어쩐지 무겁습니다.
 
피부든, 마음이든 이제 신경써서 관리하지 않으면 그대로 얼굴에 표가 나는구나 싶었답니다.

팍팍하게 살아온 삶은 그렇게 얼굴에 남는가 봅니다. 

걱정을 열심히 해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하루종일 걱정만 하겠는데, 막상 그런 것도 아니니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하지만 걱정도 습관인지 잘 그만두게 되지 않습니다.


길에서 마주친 고양이의 표정을 살피다 어느새 그 속에서 제 얼굴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저 고양이는 무슨 일이 있기에 우울한 표정일까, 하루하루 사는 게 힘들까. 우수에 젖은 눈으로 무엇인가를

바라보는 치즈태비 고양이는, 고양이의 자존심인 수염마저 구깃구깃해져 있어 더욱 지쳐 보입니다.

삶의 고단함에 찌든 것 같은 생각은 저만의 착각인지, 아니면 고양이의 걱정이 얼굴에 배어나온 것인지...

고양이에게도 관상이 있는데, 유독 우울하게 보이는 녀석들은 이유가 있습니다. 속눈썹이 처져서

눈 윗부분을 가리면, 울상을 짓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오래간만에 만난 어린 고양이는 한쪽 귀가 꺾인 듯

젖혀 있어 깜짝 놀랐는데, 잠시 후에 다시 원위치된 걸로 봐서 귀 뒤를 열심히 긁다 눌려서 그런 듯합니다.

표정도 표정이지만, 엉거주춤 벌린 짧은 앞다리가 더욱 어정쩡한 자세를 만드네요. 


하지만 지금까지 만난 고양이 중에 가장 우울하고 소심하게 보이는 녀석은 바로 예전에도 한번 소개해드린

적 있는 이 녀석인데요. 처진 눈썹에 유독 작은 눈, 불만인 듯 불룩 튀어나온 주둥이, 주눅든 것처럼

웅크린 어깨까지 총체적인 난국입니다. 더할 나위 없이 불쌍한 표정인데도, 살짝 웃음을 주는 얼굴입니다.

다른 고양이에 비해 좀 억울한 순간포착 사진인가 싶어서, 가장 잘 나온 정면사진을 찾아보았습니다만

어딘가 섭섭하고 서글퍼 보이기까지 하는 인상은 지울 수 없습니다. 고양이는 아무 생각 없는데 괜히

나 혼자 감정을 이입해서 바라보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공상을 좋아하는 성격은 어딜 가지 않아서

오늘도 고양이와 마주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무늬만 우수에 잠긴 것이든, 정말 사는 게 팍팍해

얼굴에 배어나온 것이든, 길 위에 선 고양이들에게 힘내라고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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